홀로그램 반짝임까지 복제…7억어치 '가짜상품권'에 명동이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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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보세요. 어떤 게 진짠지 가짠지 아시겠어요? 명동이 이렇게 난리가 난 적이 없었어요."
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품권 거래소를 찾았더니, 업주가 똑같이 생긴 두 장의 상품권을 내밀었다.
10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가짜 상품권 유통으로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명동 일대 거래소는 총 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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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거래소들 "대량 현금 구매 겁나"
시민들도 "가짜 살라" 불안감에 발길 뚝
"자 보세요. 어떤 게 진짠지 가짠지 아시겠어요? 명동이 이렇게 난리가 난 적이 없었어요."
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품권 거래소를 찾았더니, 업주가 똑같이 생긴 두 장의 상품권을 내밀었다. 한참 동안 둘을 비교해 봤지만, 맨눈으로 차이를 잡아내기 불가능했다. 손으로 만져도 봤으나 위조 방지를 위해 오돌토돌 인쇄된 봉황 무늬의 질감마저 동일했다. 형광등에 비춰 봐도 홀로그램이 반짝이는 모습마저 다르지 않았다. 업주는 "이렇게 정교하게 위조해 뭉텅이로 들고 오면 우리가 도저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지류상품권 유통 중심지 명동이 발칵 뒤집혔다. 최근 상품권 거래소에 7억 원 상당의 위조 상품권을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다. 위조 기술이 워낙 정교해 수십 년 거래소를 운영한 업주들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며, 상품권을 사러 오던 고객들의 발길도 뚝 끊기자 업주들은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거래소 7곳이 신고...대형마트 상품권 대량 유통
10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가짜 상품권 유통으로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명동 일대 거래소는 총 7곳이다. 경찰은 이들 거래소에 10만 원권 대형마트 위조 상품권(총 7억 원어치)을 내다 판 혐의로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 일당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5,000만 원에서 1억 원대 사이의 금액을 서너 번에 걸쳐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경찰에 신고한 7곳의 업주들뿐만 아니라, 다른 거래소도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중이다. 거래소 간 '2차 거래'로 가짜 상품권이 다른 곳에 흘러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정도의 위조 기술이라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 20년 넘게 거래소를 운영했다는 A씨는 "이제는 대량으로 거래하거나 현금 거래만 원하는 사람들을 피하고 있다"며 "예전엔 한 번에 수억 원어치도 거래를 했지만 사건 이후로는 5,000만 원 이상 거래면 일단 안 하려고 한다"고 나름의 대응책을 밝혔다. 그는 "이렇게 대량으로 사기를 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 많은 업주들이 꼼짝없이 당했다"고 설명했다.
업주들은 해당 대형마트 상품권 매입을 즉시 중단했지만 손님은 뜸하다. 평소 상품권 거래소를 통해 선물용 상품권을 구입하던 이모(28)씨는 "돈 주고 산 상품권이 가짜일 가능성이 있는데 굳이 위험을 부담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정가를 내더라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직접 가서 사는 게 낫겠다"고 했다. 거래소 업주 B씨는 "손님들이 다른 대형마트 상품권도 혹시 가짜가 아니냐고 묻는 일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가짜 상품권에 따른 보상 문제도 골칫거리다. 상품권 위조 대상이 된 대형마트는 "디자인 변경 및 보안 요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공식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 구입한 상품권은 정상적 유통 경로를 통한 것이 아니어서 저희가 보상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거래소나 소비자가 이 피해를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 업주 C씨는 "범인들을 다 잡는다고 해도 그 사람들에게서 배상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이 일대 거래소들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피해 금액이 최소 수억 원에 이르는 만큼 대규모 거래를 계획·지휘한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한 피의자를 통해 위조범을 추적하고 있다"며 "신고된 사안 외에도 추가 피해가 있는지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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