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앤팩트]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책임 인정'...남은 과제는?

김철희 2023. 11. 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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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가 피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어제 처음 나왔습니다.

가해 기업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전망인데,

옥시 외 다른 기업에 대한 형사 책임은 확정되지 않는 등 앞으로 해결할 과제도 많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더 자세히 들어봅니다. 김철희 기자!

먼저,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지난 7월까지 공식 피해자만 5천 명이 넘습니다.

다만 이 가운데 신고하지 않았거나 신고하고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있는 것을 포함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건강이 나빠진 피해자가 67만 명, 사망자도 만4천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참사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11년이지만,

가습기 살균제가 이미 1994년부터 시중에서 판매됐던 만큼 누적된 피해가 컸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에도 나섰을 거 같은데, 어제 처음으로 대법원 판단이 나온 거죠?

[기자]

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는 지난 2007년부터 옥시가 생산한 살균제를 사용한 뒤 원인 불명의 폐 질환을 진단받은 김 모 씨입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 김 씨 피해 등급은 4단계 중 3단계로 분류됐는데요.

가습기 살균제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한 질환 가능성은 작다는 뜻입니다.

이후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김 씨는 구제급여 지원 대상자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씨는 옥시와 납품업체를 상대로 3천만 원 규모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는데요.

1심은 김 씨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옥시가 위자료 5백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옥시가 제품 안정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도 안전한 것처럼 광고했고,

이 광고를 믿고 살균제를 쓴 피해자에게 보상은커녕 진심 어린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법원 판단 역시 같았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3단계 판정을 내리긴 했지만, 이는 일부 부위 질환에 대한 것만 살펴본 것일 뿐이라고 판단한 건데,

피해자가 구체적인 증명만 하면 살균제와 질병 사이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앵커]

피해자들로선 큰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일 거 같습니다.

남아 있는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거 같은데요.

[기자]

네, 다른 소송 당사자 중에도 김 씨처럼 3단계 판정을 받아 피해 보상을 못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인과성을 인정받은 1, 2단계 피해자들은 소송 없이 가해 기업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았는데요.

1단계에 해당하면 인과성이 거의 확실하고, 2단계에 해당하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인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작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분류된 3, 4단계 피해자들도 5천 명에 달하는데,

그동안 김 씨처럼 제대로 배상받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씨처럼 낮은 단계 피해자들이 잇따라 민사소송에 나섰지만, 대부분 1심도 끝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더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그렇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고요.

[기자]

네, 무엇보다 가습기 제조사들에 대한 형사 처벌이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의 형사 사건 결과는 살균제 성분에 따라 갈렸는데요.

먼저, 옥시의 경우 살균제에 PHMG라는 성분을 포함했는데, 피해자들의 폐 질환과 해당 성분 사이 비교적 뚜렷한 인과관계가 확인되면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반면 CMIT 등 다른 성분을 써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나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은 지난 2021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충분히 단정할 수 없단 건데, 내년 1월,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앵커]

형사 처벌이 다 안 끝났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에도 한계가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거처럼 어제 판결 당사자인 김 씨도 옥시를 사용했던 피해자입니다.

실제로 피해자 가운데는 김 씨처럼 옥시 제품을 쓴 경우가 대다수지만, 아직 형사상 책임이 확정되지 않은 SK케미칼과 애경 제품을 쓴 사람도 많습니다.

결국, 법원에서 해당 기업들에 대한 형사상 책임이 확정돼야, 손해배상 책임 역시 정해질 수 있는 겁니다.

[앵커]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도 소송하는 거로 아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피해자들은 지난 2014년 8월, 국가와 가해 기업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은 제조업체 세퓨가 피해자들에게 5억4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도, 국가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항소해 지금까지 재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미 세퓨가 도산해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을 항소 이유로 들고 있지만,

무엇보다 국가가 살균제 성분을 승인한 잘못을 인정하고, 직접 피해 보상에 나서라는 요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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