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더 마블스', 1편 보다도 못한 2편…마블의 위기는 현재진행형

김지혜 2023. 11. 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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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더 마블스'는 거듭된 퇴보 속에서 위기설이 돌고 있는 마블 스튜디오의 2023년 세 번째 영화다. 우주를 지키는 히어로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가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모니카 램보', 미즈 마블 '카말라 칸'과 위치가 바뀌는 위기에 빠지면서 뜻하지 않게 새로운 팀플레이를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2019년 개봉해 전국 580만 명을 동원한 '캡틴 마블'의 속편이다.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로 화제를 모았던 '캡틴 마블'은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안티가 많은 작품이기도 했다. 주연 배우의 몇몇 언행과 논란은 차치하고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에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캡틴 마블의 각성과 성장에서의 당위성이 부족했고, 브리 라슨의 매력도 충분히 펼쳐지지 못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였다.

5년 만에 돌아온 캡틴 마블은 '캡틴 마블2'가 아닌 '더 마블스'다. 캡틴 마블(브리 라슨)만의 영화가 아니라 미즈 마블(이만 벨라니)과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3명의 여성 히어로가 중심인물이다. 여기에 빌런 역시 여성 캐릭터인 다르-벤(자웨 애쉬튼)이다.

여성 서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 '더 마블스'는 1편보다 스케일을 키웠다. 히어로 3인의 팀업 무비인 데다 빛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진 은하계 최고의 히어로 캡틴 마블, 빛의 파장을 조작하는 모니카 램보, 우주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신체 변형 능력을 가진 미즈 마블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다르 벤의 음모로 이들은 능력을 쓸 때마다 서로 위치가 바뀌는 스위칭 상황에 놓이게 되고 영화는 이를 액션의 특징으로 내세워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러나 1편과 마찬가지로 2편 역시 아쉬운 결과물이다. 세 캐릭터가 힘을 모으고 연대해 가는 과정의 아기자기한 재미는 있지만 관객들이 종전 마블 영화에서 느꼈던 캐릭터의 매력이나 세계관의 깊이, 액션의 독창성 등은 약하다. 영화의 주요 사건과 갈등을 대사로 처리하는 방식 역시 마블스럽지 않은 전개다. 마블 영화에서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빌런의 매력과 존재감 역시 미비하다.

크리족에 빗댄 난민 문제, 행성 할라가 겪는 대기오염이나 물 부족은 기후 위기에 빠진 지구를 은유한다지만 표피적인 묘사에 그치고 만다. 오락 영화에서 깊이와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지만 마블 영화들이 히어로들의 매력적인 서사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캐릭터의 고뇌를 담아 의미 있는 담론을 형성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 옛날이여!'라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1편에서 큰 재미를 봤기 때문일까. '더 마블스'에서는 고양이 구스뿐만 아니라 플러키튼(플러큰+키튼)이 대거 등장해 '고양이판'을 만들었다. 동물 캐릭터의 활용은 마블 영화에서의 참신한 재미로 여겨졌지만, 주인공보다 더 인상적이라면 이건 큰 문제다.

또한 최근 마블 영화에서 두드러졌던 디즈니+ 시리즈물과의 연계는 '더 마블스'에게도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니카 램보와 미즈 마블은 '더 마블스'의 엄연한 주인공이지만 디즈니+ '완다비전'과 '미즈 마블'을 본 사람이라야 이 캐릭터들의 매력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시리즈물을 접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두 캐릭터가 낯설고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 수 있다. 그나마 모니카 램보는 캡틴 마블의 친한 동료의 딸로 전편에 등장한 바 있다지만 카말라 칸은 '미즈 마블'을 보지 않았다면 통통 튀는 이 캐릭터에 적응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 마블스'가 국내에서 특히 기대를 모았던 건 한국 배우 박서준의 출연 때문이다. 박서준은 캡틴 마블의 남편인 알라드나 행성의 왕자 '얀'으로 분했다. 캡틴 마블과의 연기 호흡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출연 분량은 5분 남짓이다.

춤과 노래로 소통하는 알라드나 행성 사람들의 특징 탓에 박서준은 등장과 동시에 난데없는 뮤지컬 연기를 선보인다. 이 시퀀스는 극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튄다는 인상을 준다. 감독은 다채로운 재미를 주고자 했지만 갑작스러운 뮤지컬 전환을 관객이 즐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짧은 분량만큼이나 아쉬운 건 제대로 된 캐릭터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캡틴 마블은 얀과의 결혼에 대해 "외교의 일환"라고 대사로 짧게 언급했을 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전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박서준은 수현, 마동석에 이어 한국 배우로는 세 번째로 마블에 입성했지만 자신의 연기와 매력을 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운 신고식을 치렀다.

영화의 쿠키 영상은 한 개이며 쿠키 음성이라 할 수 있는 사운드가 엔딩 크레디트 말미에 나온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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