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맏형' 재기하려면 젊어져야…'MZ'에 손 내미는 한경협

이성락 2023. 11. 1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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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출범 후 첫 '청년 자문단' 모집
젊은 세대와 소통 통해 이미지 쇄신
궁극적 목표 위상 회복…회원사 확대는 아직

한국경제인협회는 '청년 자문단'을 구성해 청년세대와의 직접 소통에 나선다고 10일 밝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 손을 내밀고 있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해 젊고 친숙한 경제단체로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미지 쇄신의 목적은 뚜렷하다. 변화된 이미지를 토대로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한경협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재기의 전제 조건으로 강조해 왔다.

한경협은 10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대학생, 사회 초년생, 청년 사업가, 청년 자영업자 등 10명으로 구성한 '청년 자문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청년 자문단'은 다음 달 초 출범할 예정으로, 지원 대상은 만 18~34세 청년이다. 이들은 한경협 주요 사업에 대해 수시로 모니터링한 후 장·단점, 청년 관점 의견, 관련 아이디어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청년 자문단'을 꾸리는 건 처음이다. 젊은세대와의 직접 소통을 한경협 체제에서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다. 한경협이 '청년 자문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젊은 경제단체'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이상윤 한경협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본부장은 "'청년 자문단'을 통해 청년세대와 직접 소통함으로써 청년들의 가감 없는 의견을 반영해 젊고 혁신적인 한경협이 되겠다"며 "앞으로도 '청년 자문단'을 꾸준히 운영해 새로운 도전을 통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청년 자문단'을 중심으로 MZ 등 젊은세대와 거리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MZ세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인 '갓생(God生,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바른 생활을 실천한다는 뜻의 MZ세대 유행어) 한끼'가 대표적이다.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으로 불리는 '갓생 한끼'는 지난 5월 첫 행사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재욱 쏘카 대표, 노홍철 ㈜노홍철천재 대표 등이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갓생 한끼' 2탄도 예고돼 있다. 다음 달 11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출격한다. 청년세대와의 소통, 재능기부를 통한 선한 사회적 영향력 확산 등 행사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 이들은 '불가능을 넘어서는 도전, 꿈을 위한 갓생'을 주제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MZ세대와의 소통을 이어 나가기 위해 다음 달 '갓생 한끼' 2탄을 진행한다. '갓생 한끼' 2탄에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왼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참여한다. /한국경제인협회

이 밖에 한경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청년 자문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유튜브 쇼츠(짧은 영상)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한국판 TED(미국의 비영리재단에서 다양한 주제로 정기 강연회를 펼치는 것)를 지향하는 드림워크 토크콘서트를 MZ세대 대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통을 강화하고, 젊은세대와 거리를 좁히는 등 이미지 쇄신 의지를 드러내는 건 궁극적으로 과거 위상을 되찾기 위함이다. 전경련 시절 한국 재계 맏형 역할을 해왔던 한경협은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이후 재기를 노렸으나 정경유착의 고리, 대기업 이익만 대변하는 단체 등 낡고 정체된 이미지가 발목을 잡았다. 한경협 출범 전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며 전경련이 중장기 발전안의 핵심 과제로 '신뢰 회복'을 제시하면서 그 대상과 방법으로 '국민', '소통'을 중점적으로 강조한 것도 이미지 쇄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한경협) 재기의 전제 조건은 기존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라며 "소통을 강화하고, 젊어지려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난 9월 전경련 간판을 내리고 한경협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도 이미지를 바꾸기 위함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한경협을 바라보는 시선과 단체를 둘러싼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아야 한경협 소속으로 활동하는 기업들도 마음이 편하지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경협은 외연 확장도 구상하고 있다. IT,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분야에 있는 신규 회원사를 모집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는 기존 '낡은 경제단체'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재계 대표 싱크탱크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신산업을 다루는 새로운 기업들의 합류가 필요하다. 가입을 요청한 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으로 알려졌다. 앞서 류진 한경협 회장은 "기존 제조업 위주에서 벗어나, 회장단이 더 젊어지고 IT,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다양화해 젊은세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경협으로부터 가입 요청을 받은 기업들은 수개월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가입 요청을 받은 기업들이 그간 공식적으로 무언가를 밝힌 건 없다"며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될 사안인 만큼, 좀 더 지켜본 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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