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했으면 했던 ‘서울의 봄’, 2023 마무리 제대로 했다[M+Moview]

이남경 MK스포츠 기자(mkculture3@mkcult 2023. 11. 1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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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리뷰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태양은 없다’ ‘아수라’ 김성수 감독 신작 ‘서울의 봄’, 11월 22일 개봉
황정민-정우성-이성민-박해준-김성균 출연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3년의 최고의 걸작이 탄생했다. 눈 뗄 수 없는 연기 파티, 분노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몰입도 높은 스토리 등을 담은 ‘서울의 봄’이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이다.

#. 스토리부터 탄탄, 제대로 펼쳐지는 연기의 향연
‘서울의 봄’ 포스터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다수의 근현대사 영화가 있지만, 12.12 군사반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 ‘서울의 봄’은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을 준다. 근현대사를 배우며 1~2줄 정도의 설명으로 들어봤을 사건이다. 그런 사건을 더욱 깊게 파고 들어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넣어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역사를, 과거와 현재를 잇게 만드는 작품이 탄생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다소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옹호할 수 없는 인물이기에, 12.12 군사반란을 통해 펼쳐진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다들 알기에, 가슴 아프고 분노로 가득 차지만, 도대체 어떤 일이 펼쳐졌길래 그런 현실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파고들게 된다.

그런 스토리적인 면이 ‘서울의 봄’의 장점이다. 실존 인물들을 각색한 캐릭터들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그날의 진실과 그 진실 이후의 사건들이 궁금해진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그만큼 톡톡히 한다. 알고 싶어지고, 알아야만 하고 말이다. 정말 긴박한 순간 국민들을 지키는 그들의 허무한 선택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가슴 답답히 담기면서, ‘진짜? 정말? 이런 선택을 한다고?’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정우성이 뱉는 “그게 군대냐”라는 대사가 와닿게까지 한다.

이 사건들에 배우들의 연기와 그날로 돌아간 듯한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진 연출, 무게감을 더해주는 음악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몰입도가 상승한다. 관객들이 그날로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날의 사건을 여러 캐릭터의 시각으로 따라가며 웃기도, 어이없기도, 분노하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의 파격적인 연기는, ‘황정민의 연기는 이미 안다’라는 인식을 다소 흐릿하게 만든다. 파격적인 대머리 헤어와 실존 인물을 연상케 하면서도 자신의 색으로 새롭게 그려 나간 부분들이 조화를 이뤄 정말 러닝타임 내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분노를 제대로 유발한다. 이것만으로 황정민은 제 몫을 제대로 해냈다. 야비하고 교활하고 뻔뻔하다. 대사 하나하나를 들을 때마다 마치 영웅인 듯 구는 모양새가 화나면서 답답하고, 서울의 봄이라는 시기가 흐릿해지는 순간들을 마주하면서는 분노가 치솟는다. 미화할 수 없는 인물이기에, 이런 느낌을 받는다면 황정민의 연기는 성공 그 자체인 것 아닐까 싶다.

불 같이 달려드는 연기를 황정민이 선보였다면, 대립점에 선 이태신 역의 정우성은 물과 같다. 따스한 느낌이 들면서도 꼿꼿함으로 올곧다는 느낌을 준다. ‘사람이 꽉 막힌 부분이 좀 있네’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응원할 수 밖에도 없다. 어쩌면 김성수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장 가득히 담은 캐릭터일 것이다.

이미 아는 역사지만, 이태신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저항 없이 분노 게이지가 서서히 차오른다. 다만 이태신의 분노는 화산 폭발하듯 폭발하지 않는다. 뜨거운 물처럼 끓는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친 욕설을 내뱉고, 분노 게이지가 찰수록 거친 행동보다는 꼿꼿하게 분노를 드러낸다.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는 만큼 이태신의 굳건한 신념은 제대로 느껴진다. 이를 연기하는 정우성은 눈빛과 표정으로 섬세하게 풀어낸다. 또 쓸쓸하다. 외톨이 같이 고군분투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에 사건에 대한 분노가 더해진다. 그렇기에 이태신이 전두광에게 전하는 엔딩의 대사는 먹먹하면서도 이 영화를 관통하는 뼈 아픈 역사이고, 직구로 던지는 메시지 같이 느껴진다.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의 연기도 빛난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자신들만의 신념과 인간적인 면모, 같은 직업이지만 각기 다른 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황정민과 절친한 사이로 나오는 박해준은 찌질한 듯 얄미우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면을 보여준다. 이성민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행동 하나하나만으로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보여주고, 김성균은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려내 뭉클함을 안긴다.

이 외에도 이준혁은 짧은 분량의 특별출연임에도 임팩트 있는 스타트를 끊어주며, 대통령 역의 정동환은 우리가 아는 역사 속의 대통령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울의 봄을 지키려 했음을, 또한 임팩트 있는 한마디로 마지막까지 띵하게 만든다.

여기에 정만식과 정해인의 케미는 주연이 아니어도 몰입할 서사를 완성한다. 이 둘의 이야기는 ‘서울의 봄’에서 가장 마음 아픈 사건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김의성은 잘하는 걸 잘했다. 관객들은 또 한 번 기대 이상의 분노를 느낄 수 있을 예정이다.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당시 시대를 제대로 구현한 미술과 카메라 연출에 다채로운 연기 파티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또한 9시간의 상황을 긴박하고 스피드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잘 담아냈다. 그렇기에 141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순삭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서울의 봄’이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는 만큼 다소 무겁기만 할 것이라는 편견도 있을 것. 그러나 웃음 요소 역시 소소하게 배치돼 숨을 한 번씩 편히 쉬게 해준다. 그만큼 ‘서울의 봄’은 시작부터 끝까지 알차다. 제 역할을 해낸 영화이다. 엔딩마저도 놓칠 수 없다.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기는 엔딩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겨주기까지 한다. 분노 속에서 느껴지는 슬픔, 이를 흥미롭게 풀어낸 김성수 감독. ‘영화의 신’이라는 별명이 있는 그가, 왜 자신이 ‘영화의 신’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11월 22일 개봉.

[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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