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재소장 퇴임…“국민과 역사의 평가 겸허히 기다릴 것”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10일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겸허하게 기다릴 뿐”이라는 퇴임사를 남기고 헌재를 떠났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유 소장은 이날 오전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소장으로 재직한 지난 6년의 시간은 참으로 영광되고 소중한 시간이자 올곧은 헌법재판을 위한 고뇌와 숙고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판 관련 규정과 업무체계를 정비하고 헌법 연구관을 증원하는 등 연구부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는 한편, 심판지원 조직을 확대·개편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건 처리를 위해 노력했다”며 “이제는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겸허하게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유 소장은 극한 갈등으로 치닫는 우리나라에서 헌재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현재 아주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며 시대환경은 급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헌법적 쟁점들이 제기되고 가치와 이해관계의 충돌을 헌법재판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헌법은 종종 ‘살아있는 나무’에 비유된다”며 “헌법 질서의 대전제인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단단한 기둥으로 해 급변하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7년 11월 헌법재판관이 됐다. 이후 2018년 9월 제7대 헌재소장으로 취임했다.

유 소장이 후임자 없이 퇴임하면서, 헌정 사상 최초로 대법원과 헌재 양대 사법기관 수장의 동시 공백이 현실화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차기 헌재소장에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지만,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13일에 열기로 했다.

헌재는 7일 이내 재판관 회의를 소집해 소장 권한대장을 정해야 한다. 그전에는 선임재판관인 이은애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대법원은 지난 9월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 이균용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47일째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조희대 전 대법관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