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포퓰리즘 ‘忍’[뉴스와 시각]

박정민 기자 2023. 11. 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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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정부는 내년 상반기 말까지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 조치했다.

세계 10대 무역국이지만 금융 분야에선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이 이번 조치로 또다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한 발 더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답지 않다.

정부의 재정 확대는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1000조 원이 넘어버린 국가채무를 관리해야 할 짐까지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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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최근 윤석열 정부는 내년 상반기 말까지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 조치했다. 세계 10대 무역국이지만 금융 분야에선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이 이번 조치로 또다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한 발 더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금지 이유에 대해 시장의 불안정성과 외국 투자은행들의 불공정거래가 만연했음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1441만 명(2022년 기준·금융위)이 넘는 국내 주식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의 공매도 금지 목소리 때문이다. 공매도가 특정 종목의 과열을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순기능이 있는 제도이지만 정부는 개미들의 편에 섰다.

사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답지 않다. 그간 포퓰리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칙을 유지하며 경제정책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윤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 코로나19라는 재난 등 악조건 속에서 출발했다. 출범 당시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았고, 고금리·고물가·고유가를 극복하는 것도 숙제였다. 작년 5월 이후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은 ‘참을 인(忍)’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물가의 경우, 지난해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에서 7월엔 6.3%까지 치솟았다. 고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한국은행은 1년 만에 금리를 3%포인트나 인상했다. 모든 정책 역량이 물가 안정에 집중됐기에 정부가 다른 부양책을 쓸 겨를도 없었다. 오로지 인내심을 발휘해 물가 떨어뜨리기에 매진해 지난 8월 2%대까지 낮췄다. 재정도 마찬가지다. 내년도 예산도 건전재정 기조 유지를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2.8%로 눌러놨다. 정부의 재정 확대는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1000조 원이 넘어버린 국가채무를 관리해야 할 짐까지 넘겨받았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재정 확대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은 물론 지지율도 얻을 수 있겠지만 치솟는 물가와 부족한 세수, 부실이 심화하는 국가 재정 상태를 고려해 예산 확대를 최소화했다. 문재인 정부 초반 최저임금 인상이나 지난 제21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 긴급재난지원금 현금 지원 등을 펼친 것과는 상반된다.

이런 인고의 과정을 거쳐 온 윤 정부가 기로에 섰다. 여당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여러 정책을 내놓을 태세이지만, 심히 걱정스럽다. 야당은 재정이 수반되는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의 이 같은 대결이 겉보기엔 정책 대결이지만, 실상은 포퓰리즘 대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당 입장에선 그간 방어적인 정책으로 일관해왔기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초심을 잃고 야당과 마찬가지로 무책임한 재정동원 정책을 앞세워 포퓰리즘 이전투구에 뛰어든다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모양새가 될 것이 뻔하다. 대신 지금까지의 초심을 유지하며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정책다운 정책을 제시하고, 목표했던 법인세 감면 및 각종 친기업적 규제 완화와 혁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들로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이 아닌 원칙으로 이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박정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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