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좀비도시 만들고 국내 고교생까지 집단 투약하다 걸린 그 마약
모르핀보다 진정효과 100배, 중독성도 높아
미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의 80% 펜타닐 중독
국내도 고교생들 집단으로 복용하다 적발
병원 쇼핑으로 처방...‘홍대 펜타닐 살인사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10만명 중 80% 이상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했다.
책은 펜타닐이 창궐하게 된 과정을 따라가면서 아편, 모르핀, 헤로인과 같은 정통 마약부터 미국사회 경종을 울린 처방 마약까지 다양한 마약의 기원과 전파 과정, 폐해를 적나라게 보여준다.
이후 모르핀을 개선하기 위해 모르핀의 분자구조를 살짝 바꾼 마약성 진통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침약으로 개발된 헤로인이 대표적이다. 헤로인은 모르핀보다 두 배 정도 강력한 진정 효과를 갖고 있으며 뇌에 더 잘 흡수된다. 효과만큼 중독성도 강하다보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번져나갔다. 2010년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아편류 시장 86조원 중 헤로인이 73조원을 차지한다.
1984년에는 모르핀을 알약으로 개발해 서서히 방출하도록 설계한 ‘서방정’이라는 형태의 약 옥시코딘도 개발됐다. 당초 모르핀보다 진통 효과가 두 배 강하고 중독성도 높아 임종을 앞둔 환자나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에게만 사용됐다. 그러나 차츰 일반적인 통증 치료제로 쓰이면서 우연히 옥시코딘에 중독된 환자들이 병원 쇼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펜타닐은 당초 모르핀의 100배에 달하는 진통효과로 심장수술 전신마취제로만 사용됐으나 이후 수술 후 통증이 심한 환자나 출산시 무통주사 등으로 점차 영역을 확장했다. 제형도 주사에서 알약, 사탕형,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 등으로 다양해졌다.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되고, 효과는 옥시코딘보다 강력하며, 사용법도 패치형으로 간단하니 중독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내성이 강해진 펜타닐 중독자들은 패치형 펜타닐을 유기용매를 이용해 추출한 뒤 주사제로 맞거나 차로 우려내 먹었다. 심지어 패치를 씹어먹다가 사망한 사람도 여럿이다. 펜타닐은 2㎎ 먹어도 죽을 수 있다.
저자는 “마약을 공급하거나 투약하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중독은 질병이다”라고 말한다. 최근엔 마약류 중독을 ‘물질사용장애(Substance use disorder·SUD)’라고 부른다고 한다. 본인이 자초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다수 젊은 나이에 저지른 실수로 평생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큰 만큼, 장애 즉 질병으로 보고 그들의 치료를 적극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독자들만 탓하기엔 마약이 우리 삶에 너무 가까이 와 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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