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채널 다양화" vs "대화 상대는 우리"…'의대증원' 샅바싸움 치열

강승지 기자 2023. 11. 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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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병원장·의료 소비자 단체 등과 만나…의협, 협상단 재편
의협 "증원 규모 우리랑 논의해야"…정부 행태에 '부글'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 이광래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등이 10월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0.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의대생 증원으로 정책 방향을 굳힌 보건복지부는 의료계는 물론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 소통 채널을 넓히며 의대 증원에 대한 여론 수렴과 명분을 쌓아가는 모습이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협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이에 의협은 의대 증원 논의의 카운터파트는 자신들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의협과 복지부 양자 협의를 통해 증원 규모 등이 확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붕괴 직전인 지역 필수의료에 의사가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날 선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복지부와 의대증원 등을 논의하던 의협 측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교체하기로 했다. 그간의 협상에 대한 내부 비판 여론도 감안한 모양새다. 협상단장이었던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이 지난 7일 물러났다.

의협은 복지부가 의대증원 근거로 드는 연구 결과 등을 비판하면서 "오직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정원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가 소속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77%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의사단체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복지부는 의견 수렴에 추진력을 싣고 있다. 지난 6~7일 환자·소비자단체를 만났고, 8일 오전 조규홍 장관이 주재한 의료 현안 관련 병원계 간담회도 열었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 등 병원계 참석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 현안 관련 병원계 간담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2023.1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8일 간담회에는 대한병원협회 등 직능별, 병원 특성별 6개 병원단체가 참여했는데 참석자들은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제때 치료를 받으려면 각 지역에 필수의료 의사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시 논의에선 정부 또는 참석자 측 발언에서 증원 규모가 특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개원의사 회원이 많은 대한의사협회에 비해 의사를 고용하는 입장인 병원계 관계자들은 의사 확충 필요성과 의대 증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특히 교육부가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전날(9일)까지 진행한 수요조사에서 대부분이 현재 정원보다 2배에서 많게는 3배에 가까운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와 입학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뿐만 아니라 수도권 사립대에서도 적극적인 증원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권 대학의 한 의무부총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의료계가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줄 아는 국민들이 '겉으론 반대하더니 속으론 찬성했다'고 오해할까 봐 걱정"이라면서도 "다만 의대와 병원들은 의대 증원에 합의나 공감대는 이뤘다"고 덧붙였다.

병원들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의 원인을 전문의가 되기 위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 것보다 소위 돈벌이가 되는 미용·성형으로 개원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방에 있는 중소병원일수록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이 가중되고 있다.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뉴스1에 "필수의료 인력이 개원가로 이탈되는 상황과 진료량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한 사태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지역 병원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소비자단체 측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미래 의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 인력 규모를 예측해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복지부에 전했고, 복지부도 앞으로 폭넓게 의견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왼쪽)이 2일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회의실에서 열린 의료분쟁 제도개선 위원회 첫 기획 회의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3.11.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목표를 위해 하는 것으로, 증원뿐만 아니라 증원된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 과목과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종합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그 과정이 의협하고만, 논의하지는 않는다. 장관 주재로 병원계 인사들과 간담회가 있었고, 환자·소비자 단체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다음 주는 각 학회와 다방면에 계신 분들과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포괄적인 의견을 듣고 증원의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 수요조사 중"이라며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 정책 목표를 발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충분하게 증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증원 의지가 분명한 복지부에 맞서 의협도 내부 단속과 함께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의협은 의대 증원을 주장하고 있는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의 징계를 추진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그가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해당 회원은 의협이 돈 많은 개원의를 대변해 온 것처럼 호도하고 '밥그릇 지키기' 등의 표현을 사용해 의사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의료계와 의사 회원 전체의 소중한 명예 등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회원에 대한 징계심의부의 결정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윤 교수는 "많은 국민이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의협을 매우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객관적 근거로 의대증원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은 '마녀사냥', '재갈 물리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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