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현 상속세는 ‘징벌적 성공세’[포럼]

2023. 11. 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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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대주주 일가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6000억 원어치를 순차적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보다 그래도 상속세를 부과하는 편이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상속받은 부동산, 주식 등을 현금화하지 않고 생산 과정에 다시 투입하는 경우 상속세 부과를 이연(移延)하는 상속 과세의 자본이득 과세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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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삼성그룹이 대주주 일가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6000억 원어치를 순차적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계열사 주식이 매각되면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상속세 존치’는 성역이다. 상속세의 정언적(定言的) 명분은 부(富)의 세습 차단이다. 땀 흘려 번 게 아니라 물려받은 것이기에 ‘마땅히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는 상속세야말로 ‘정의로운 세금’이라고 대중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미혹(迷惑)일 뿐이다.

불평등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에서 연유된다. 전자는 생득적(生得的) 자질과 능력의 차이를, 후자는 지적 자극과 동기 유발의 차이를 의미한다. 하지만 타고난 특성의 차이가 차등 과세 대상일 수는 없다. 교육과 훈련으로 비롯된 사회적 차이도 마찬가지다. 상속세로 모든 사람을 똑같은 출발선에 세울 수 있다고 여겼다면 그 자체가 전체주의적 망상이다.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보다 그래도 상속세를 부과하는 편이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증여세를 배제한 상속세 결정 현황을 보면, 통상 총국세 대비 상속세의 비중은 1% 미만이다. 2020년에 이례적으로 높았지만 1.48%에 지나지 않는다. OECD 전체를 보더라도 2015년 기준 전체 세수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0.34%에 불과하다. 평등을 위한 지렛대로는 역부족이다. 상속세는 형평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경제 효율의 상실만 가져올 위험성이 크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주주 할증과세 적용 시 60%로 일본(55%)을 제치고 세계 1위다. OECD 평균 상속세율은 27.1%다. OECD 37개 회원국 중 17개국은 상속세를 폐지했다. 우리나라만 역주행한다.

징벌적 상속세 부과에는 반(反)재벌 정서가 깔려 있다. 재벌은 참을 수 있는데 총수가 싫다는 것이다. 미국 GE는 좌파들이 꿈에 그리던 기업이다. 우선, 적은 지분으로 경영 전권을 휘두르고 일감을 몰아주는 지배주주가 없다. 그리고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피붙이라는 이유로 맹목적 승계를 해 온 우리와 달리 공개적 경쟁 절차를 통해 후계자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1907년 다우존스에 입성한 GE는 2018년 6월 다우존스에서 퇴출됐다. GE의 전설적 CEO 잭 웰치에 의해 후계자로 선정된 제프리 이멜트 CEO 때 다우존스에서 퇴출됐다. ‘지배주주의 피붙이가 아닌 공정경쟁의 승자’가 GE를 침몰시킨 것이다. 경영권 승계에는 정답이 없다.

경영권 승계는 사적자치(私的自治) 영역이다. ‘자식이 과연 물려받은 것을 잘 지켜낼 것인가’를 물려주는 당사자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자식에게 물려주고 망하게 하는 것’도 당연히 선택지로 존중돼야 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상속세는 부를 축적한 자의 성공을 처벌하는, 사망을 과세 사건으로 하는 징벌적 사망세(death tax)이다.

다락같이 높은 상속세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기업주가 주가 상승으로 인한 상속세 과중을 막기 위해 투자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받은 부동산, 주식 등을 현금화하지 않고 생산 과정에 다시 투입하는 경우 상속세 부과를 이연(移延)하는 상속 과세의 자본이득 과세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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