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찐리뷰]사라진 약혼녀, 이름만 4개에 존속살해 피의자…10년 넘게 지명수배 중

강선애 2023. 11. 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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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9일 방송된 '완벽한 타인'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댄스크루 라치카의 리더 가비, 배우 김민재, 박효주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사라진 예비 신부

때는 2011년 8월, 인천의 한 나이트클럽. 신나게 춤추는 사람들 사이로 한 남자, 30대 회사원 수찬(가명) 씨가 쭈뼛쭈뼛 서있어. 나이트클럽에 처음 와 봤는지, 영 어색해. 그 때, 수찬 씨 테이블로 두 여성이 다가와. 시큰둥했던 수찬 씨도 점점 흥이 올라. 둘 중 한 여성한테 마음이 갔거든. 수찬 씨는 그녀의 참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어. 그리고 대화도 너무 잘 통해.

"술도 못 마신다고, 억지로 끌려왔다고 하더라고요. L* 다닌다고, 업체들 매장 관리하는 거 사무실에서. 그런 일을 한다고 처음에 소개했죠. 그때 당시에는 술을 별로 안 먹고 자리에 좀 있다가 일어서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김수찬(가명), 대역 재연

그녀의 얼굴을 보여줄게.

이름은 김세아(가명), 34살 직장인이야. 수찬 씨는 세아 씨의 연락처를 용기를 내서 물었고, 세아 씨는 연락처를 줬어.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됐어. 세아 씨는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었어. 취미로 봉사 활동을 다닐 만큼 마음씨가 고왔거든. 그리고 집안도 좋았어. 세아 씨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갔는데, 마치 주말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대. 화목하고 다복한 집안 그 자체야. 인사를 다녀온 수찬 씨는 결심했어. 이 여자와 결혼해야겠다고. 만나지 6개월 만의 일이었어.

아무리 사이 좋은 커플이라도, 결혼 준비를 할 땐 싸운다고 하잖아? 수찬 씨 커플도 그랬어. 특히 신혼집 때문에 싸웠어. 세아 씨가 유독 고집한 아파트가 있었는데, 두 사람 형편에는 좀 과했거든. 세아 씨는 계속 수찬 씨를 설득했고, 심지어 카드 대출까지 받자고 했어. 이 일로 두 사람은 크게 싸웠지만, 결국 수찬 씨는 신혼집을 위해 어렵게 돈을 마련했어.

그런데 수찬 씨가 송금을 하려는 그 찰나, 세아 씨가 특이한 요구를 하나 했어. 신혼집 대금을 친구 계좌로 보내달라는 거야. 본인 통장은 아버지가 다 관리를 해서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친구라는 '박은지' 계좌로 돈을 보내달래. 수찬 씨는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예비 신부를 믿으니까, 친구 박은지의 계좌로 돈을 입금했어. 금액은 무려 1억 5천만원.

그런데 얼마 후, 세아 씨의 휴대폰이 꺼져있어. 하루, 이틀,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안 돼. 수찬 씨는 뒤통수가 서늘했어. 그래서 한가지를 확인해보기로 해. 바로, 세아 씨가 샀다는 아파트의 등기부등본. 그런데 거기엔 '김세아'라는 소유주는 없었어. 설마 하는 마음에 아버지 소유라던 본가도 확인했는데, 다른 사람의 집이야. 완전 멘붕이야. 예비신부와 수찬 씨의 전재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거야.

수찬 씨는 경찰에 신고부터 했어. 이 사건을 맡은 곳은 일산 경찰서. 수사팀은 곧바로 세아 씨를 찾기 시작했고, 곧 세아 씨를 찾았어. 경찰의 연락을 받은 수찬 씨는 한달음에 경찰서로 달려갔어. 그런데 눈 앞에 난생 처음 보는 여자가 '김세아'라면서 조사를 받고 있었어. 신분증을 확인해 보니, 이름이 '김세아'가 맞아. 심지어 생년월일도 똑같아. 하지만 수찬 씨가 만나온 그 사람이 아니야. 이름, 나이, 그리고 집 주소까지 모든 게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그러니까 그때 당시에 처음에는 멘붕이었지 뭐. 일단은 사람이 돈도 문제지만 저는 진심으로 그 사람을 대했는데, 모든 한마디 한마디가 다 거짓이었다는 게 6개월 동안. 만나거나 커피 마시거나 밥 먹었다든가 이런 것들이 하나도 진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면 그게 너무 진짜… 이렇게 사람이 바보가 될 수 있구나."

-김수찬(가명), 대역 재연

그렇게 수찬 씨가 상심에 빠져 지내던 어느날, 머릿속에 단서 하나가 번뜩 떠올랐어. 바로, 신혼집 대금을 보내달라고 했던 친구 '박은지' 계좌의 입금내역. 혹시 그녀의 진짜 이름이 박은지인 걸 아닐까?

▲ 세 개의 '가짜' 이름

일산서 형사들은 '박은지'를 추적하기 시작했어. 그런데 아주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어. 박은지를 찾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거야. 바로 30대 남성 안준우(가명) 씨.

준우 씨는 작년 여름 나이트클럽에서 박은지를 처음 만났대. 수찬 씨가 김세아를 만났던 시기, 방식, 모든 게 비슷해. 형사는 준우 씨에게 김세아의 사진을 보여줬어. 그랬더니, 맞대. 이 여자가 박은지래. 그런데 준우 씨한테는, 결혼해서 아들이 하나 있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대.

그렇게 준우 씨는 나이트클럽에서 박은지를 처음 본 이후 몇 번 만났는데, 어느날부터 이상한 요구를 하더래.

"얼굴은 두 세번 봤는데, 차 한잔 마시자고 해서 만났죠. 이것저것 힘드니까, 뭐 가정에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안 빌려줬죠. 제가 회사 비밀을 유출한다면서 제 회사에 전화해서 뭐 그런 식으로 회사 비밀을 얘기해주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안준우(가명), 당시 통화

박은지가 준우 씨를 협박했던 거야. 심지어 준우 씨의 회사까지 연락해서, 직원 비위를 제보할 테니 5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대. 이 일로 준우 씨는 직장까지 잃을 뻔했어. 그래서 준우 씨가 박은지를 신고한 거야. 수찬 씨의 사라진 예비 신부 김세아, 그리고 준우 씨를 협박한 박은지. 모두 동일인물이야.

며칠이 지나, 수찬 씨가 다시 일산 경찰서를 찾아갔어. 박은지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거든. 그런데 경찰이 말하길, 박은지의 주소지를 추적해 찾아갔더니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 있긴 한데, 사진 속 얼굴과는 달랐대. 하지만 이름이 똑같아서, 경찰은 긴가민가하며 일단 경찰서로 데려왔어. 수찬 씨가 확인해보니, 그 여성은 자신이 만났던 예비신부와 얼굴이 완전히 달랐어. 이번에도 다른 사람이야. 결국, '박은지'라는 이름도 가짜였던 거야.

경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짜 박은지 씨한테 사진을 보여주며 이 여자를 아냐고 물었어. 은지 씨는 사진을 보더니,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는 거야. 은지 씨가 기억하는 그녀의 이름은 '최수진'. 일하던 가게에 새로 온 종업원이었대.

"자기는 애가 두 명 있고 딸 하나 아들 하나 있고, 자기가 큰 화장품 사업을 했대요. 그걸 망했대요. 그래서 시댁에서 쫓겨났다고 하더라고요."

-박은지(가명), 대역 재연

은지 씨는 최수진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며 살뜰히 챙겼어. 심지어, 갈 곳 없는 수진 씨를 자기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줬대. 그렇게 한달 정도 같이 지내다가 나갔는데, 그 후로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해. 자신의 신분이 이곳저곳에서 도용되고 있던 거야. 특히 수상한 계좌 거래 내역이 포착됐어.

"가는 은행마다 자꾸 제 통장이 만들어져 있었죠. 남자가 한 두 명이 아니야, 입출금이 다 남자 이름이에요. 통장 내역을 보면 알잖아요. 200만원을 빌려요. 한 3일 뒤에 갚아요. 또 빌려요, 또 갚아요. 이걸 일주일 내내 하다가 한방에 확 더 큰 금액을 빌리는 거죠."

-박은지(가명)

그 수상한 거래 내역에, 수찬 씨의 이름도 있었어. 신혼집 대금을 박은지 계좌로 달라고 했잖아. 바로 이 계좌였던 거야.

최수진이 은지 씨한테, 자신이 '나쁜 엄마'라고 말한 적이 있대. 시댁에서 쫓겨나 애들 얼굴도 못 보고 있다며, 학원비라도 보내주고 싶은데 자신이 신용불량자라 통장도 못 만든다는 거야. 이 이야기를 들은 은지 씨는, 자기 명의로 휴대폰도 개통해주고, 은행 통장도 만들어줬어. 최수진을 믿고 호의를 베푼 건데, 그 호의를 이용해서 은지 씨의 명의를 도용하고 다닌 거지.

경찰이 발견한 그녀의 이름만 3개야. 수찬 씨의 예비 신부 '김세아', 준우 씨를 협박한 '박은지', 은지 씨의 명의를 도용한 '최수진'. 이 세 여자가 모두 한 사람이라는 거잖아. 그럼 이제 누구를 찾아야 할까? 바로 최수진. 형사들은 은지 씨가 알려준 정보대로, 77년생 최수진을 찾기 시작했어. 그런데 못 찾았어. 비슷한 나이대의 최수진을 전부 조사했는데, 사진 속 여성은 어디에도 없어. 그런데, 의외의 장소에서 실마리가 잡혔어.

▲ 그녀의 진짜 정체

어느날, 한 여성이 급히 구조요청을 해. 경찰이 급히 출동해 봤더니, 신고를 한 여성의 온 몸엔 멍이 가득하고 옷이 막 여기저기 찢겨있어. 일단 여자를 진정시키고, 경찰서로 향했어. 2012년 8월, 경기도 동두천 경찰서야.

"그때 당시 내연남한테 폭행을 당해서 안면부 쪽에 멍이 좀 많이 들어있었고 머리 부분도 헝클어진 상태로 울고 있었던 상황으로 기억합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수 회에 걸쳐서 피해가 발생됐다고 진술했었습니다."

-이영진, 신고 당시 동두천 경찰서 근무

경찰서에 가면, 신원 조회부터 하잖아. 신분증을 달라고 했더니, 그 폭행 피해 여성이 신분증을 안 가져왔다며, 갑자기 신고를 취소하겠대. 그래도 신원을 확인해야 하니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라도 불러달라 했어. 그랬더니 그 여자, 자신의 이름이 '박은지'라고 말했어. 그래 맞아. 이 여자가 바로, '김세아', '박은지', '최수진'으로 신분을 숨겨온, 그 사람이야.

수상함을 느낀 경찰은 바로 이 사람의 지문 조회에 들어갔어. 그리고 드디어, 이 여자의 진짜 이름을 알아냈어. 바로, 장서희(가명). 나이는 34살이야. 20대 초반에 일찍 결혼해 어린 딸과 아들을 둔 두 아이의 엄마야.

장서희는 은지 씨 집에서 나온 뒤, 내연남 고 씨를 만났어. 그러다 동거를 하게 됐는데, 장서희가 고 씨의 지갑에 손을 대기 시작해. 이 일로 두 사람의 싸움이 격해졌고, 폭행으로까지 이어진 거야. 참다못한 장서희가 신고를 했는데, 자기가 덜미를 잡혀버린 거야. 장서희의 사기행각은 생각보다 더 치밀했어.

이 신분증 속 사진의 얼굴은 장서희. 그런데 이름은 박은지야. 은지 씨 이름으로, 운전면허증까지 발급받은 거야. 한마디로 위조 신분증이야. 장서희는 그야말로 완벽한 타인으로 살아가고 있었어. 그러면 대체 왜, 이러고 산 걸까? 장서희에게 진짜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있었던 걸까?

"결정적인 단서는 신고 여성이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했을 때 눈동자가 흐려지고 진술의 신빙성에 좀 의심이 가서 지문 조회를 했던 거죠. 깜짝 놀랐죠. 존속살해 피의자로 지명수배 돼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일반적으로 살인 피의자 지명 수배되어있는 경우는 거의 흔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도 존속 살해 피의자 A수배로 밝혀지기는 거의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깜짝 놀랐죠."

-이영진, 신고 당시 동두천 경찰서 근무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었어. 장서희가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진짜 정체는, 무려 1년 째 도주 중인 지명수배자였어. 그것도 존속 살해 혐의로.

동두천서 형사들은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었어. 장서희를 애타게 찾고 있었던 또 한 사람이 있었거든. 지금까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통틀어 가장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장서희래. 바로, 이 사람이야.

"잊어버릴 수가 없죠. 왜냐하면, 제가 지금 경찰 생활 한지 35년차인데요. 많은 범죄자들을 검거해 봤지만, 이런 여성은 진짜 처음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여인이다. 그 여성과 관련된 사람들은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는 거죠. 안 좋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미스터리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 미스터리한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 거죠."

-이대우 경정, 당시 서대문경찰서 강력팀장

이대우 형사. 별명이 '범죄 사냥꾼'이야. 절도단, 마약단, 조직 전체를 일망타진하기로 유명해. 지금까지 잡은 범죄자들만 1000명 이상이야. 강력계의 레전드야. 바로 이 형사가 1년 전, 장서희를 존속살해 혐의로 수배한 경찰이야. 두 사람의 길고 긴 악연, 그 끝엔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어.

▲ 악연의 그림자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10년 9월 서울 수유동. 한 골목 끝에 있는 2층 집에서 불이 났어. 집을 다 삼켜버릴 기세로 불길이 활활 타올라. 그때, 불난 집 창문에서 엄마와 어린 딸이 살려달라고 소리쳤어. 다행히 그 방은 불길이 번지지 않아서, 이웃들이 창문을 통해 모녀를 구출했어.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겨우 불을 진압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안방에서 시신을 발견했어. 먼저 구출된 아이 엄마의 친어머니야. 불에 완전히 탄 상태야.

화재에서 구출된 아이 엄마, 바로 우리가 아는 그 장서희야.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장서희와 딸은 살고, 어머니만 사망한 걸까?

장 씨의 진술에 따르면, 사건 전날 밤 장 씨는 딸과 함께 어머니의 집을 방문했어. 안방에서 함께 술을 마셨는데, 어머니가 담배를 피우려고 했다는 거야. 자기는 딸이 있으니, 딸을 데리고 작은 방으로 가서 잤대. 그러고 나서 새벽에 불이 났다는 거야. 현장에서는 이게 발견돼.

담배처럼 생긴 라이터. 초기 조사에서는 이 라이터, 혹은 담배꽁초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판단했어. 그런데 장 씨와 딸은 탈출했잖아? 장 씨의 어머니는 왜 탈출하지 못했을까?

"혈액 및 위내용물에서 졸피뎀이 검출되고 혈중 농도가 1.1mg/L로서 독성농도를 상회하며…"

-어머니 사망 부검 감정 결과 中

어머니의 부검 감정서야.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이 시신에서 다량 검출됐어. '독성농도'는 치사량에 가까운 수치야. 이에 대해 장 씨는 이렇게 진술했어.

"엄마가 평소 수면제를 복용하셨어요. 수면제를 먹고 하루 종일 자는 것도 봤어요."

-어머니 사망 관련 장 씨의 2차 진술 中

당시 경찰은 장 씨의 진술대로, 어머니가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어 차마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단순 화재사로 마무리지었어. 그런데, 또 다른 사건이 벌어져. 화재 사고 5개월 뒤인 2011년 2월, 고양시의 한 아파트야.

해도 뜨지 않은 새벽, 경비원이 순찰을 돌다가 누가 화단에서 잠들어 있는 걸 발견해. 술에 취했겠거니 싶어, 몸을 흔들어 깨우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질 않아. 심지어 몸이 나무토막처럼 굳어 있어. 잠든 게 아니라,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시신이었어. 사인은 추락사. 특히 머리 부분이 크게 손상되어 있었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고층에서 추락한거라 추측하고 변사자의 집을 찾아 나섰어. 그렇게 찾은 변사자의 집. 죽은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람, 바로 장서희였어. 어머니 사망 5개월 만에, 아버지도 시신으로 발견된 거야.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고 싶어 했어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균형을 잃고 떨어진 것 같습니다."

-추락사고 당시 장 씨의 1차 진술 中

장 씨의 진술에 따르면, 아버지가 폐암으로 입원 중이셨는데 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집으로 모셔왔대. 그날 혼자 거실에서 주무셨는데, 새벽에 베란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 변을 당하신 것 같다는 거야.

당시 장 씨의 집 베란다에선, 실제로 담배꽁초가 여러 개 발견됐어. 유족 진술, 현장 증거가 모두 일치하고, 외부인 침입이나 타살 정황도 없어. 이 사고도, 단순 추락사로 마무리 됐어.

정리하면, 5개월 간격으로 장 씨 부모님이 연달아 사망했어. 공교롭게도, 현장에 모두 장 씨가 있었어. 하지만 당시 조사에서는 장 씨에게 별다른 혐의점이 없다고 봤어. 두 사건 모두 다. 그런데 이 사건을 지나치지 못한 한 사람이 있어. 바로 '범죄 사냥꾼' 이대우 형사.

"단순하게 생각해도 어머니 사건에도 그 여인이 관여돼 있고, 아버지 사건에도 그 여인이 관여돼 있고. 왜 그 여인이 있을 때마다 부모가 희생이 되느냐. 의문이 들잖아요. 우연치고는 너무 겹치는 거잖아요."

-이대우, 당시 서대문 경찰서 강력팀장

이 형사의 눈에 이상한 점이 발견됐어. 바로 보험. 장 씨의 아버지 앞으로 암 보험이 하나 있었어. 그런데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 장서희가 보험사에 3차례 전화를 걸었어. 그리고 '상해 사망'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는 거야. 아버지는 암환자인데, 이 보험에 '상해사망 특약'이 있었던 거야. 사고로 죽으면 보험금이 나온다는 거지.

이건 계약변경 승인신청서, 보험금 수익자를 변경한다는 서류야. 이 보험의 수익자는 원래 아버지의 동거녀였어. 그런데 그게 장서희로 바뀐 거야. 그것도, 사고 보름 전에. 아버지의 동거녀는 "딸이 집요하게 날 괴롭혔다. 하루에도 전화를 수십 통 씩 하고, 우리집 문까지 따고 들어왔다"라고 말했어. 이렇게 집요하게 괴롭히니까, 결국 수익자를 장 씨로 바꿨다는 거야.

화재사고로 사망한 어머니. 어머니한테는 사망보험이 없었어. 다만 운전자 보험이 하나 있었는데, 공교롭게 여기에도 상해사망 특약이 걸려 있었어. 사고로 사망할 경우, 보험금이 1억이야. 그런데 장 씨가 보험금을 받아간 상황이 좀 묘해. 보험금을 청구한 지 겨우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빨리 보험금을 달라고 보험사를 재촉했어. 사고 경위를 조사해야 하니 한 달만 기다려달라 했더니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했어. 그러더니, 1억이 아닌 7천만원만 받을 테니, 당장 돈을 보내라고 했어. 보험금을 깎아서라도 얼른 받겠다는 거야.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죠. 누구나 봤을 때 이거 좀 뭔가 이상하지 않나. 그리고 그 사건마다 보험이 관련되어 있고, 그 사건 때마다 함께 있었다는 것. 그런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그런 강력사건으로 판단이 되다 보니까, 이런 건 수사를 안할 수가 없는 거죠."

-이대우, 당시 서대문 경찰서 강력팀장

이대우 형사는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2011년 4월, 장 씨를 존속 살해 혐의 피의자로 특정하고 본격 재수사에 돌입했어. 그런데, 조사를 받던 장 씨가 갑자기 사라졌어. 잠적해버린거야. 바로 전국으로 수배를 내렸어. 그런데 머리카락 한 올도 찾지 못해. 왜? 계속 다른 이름으로 살았으니까. 수배자 신분을 감추려고 가짜 이름을 썼던 거야. 심지어 이 기간에 사기 행각까지 벌였어.

▲ 진술의 모순을 찾아라

다시 2012년 8월로 돌아와, 폭행 신고로 덜미가 잡힌 장서희. 이대우 형사팀은 장 씨를 긴급 체포했어. 도주한 지 1년 만이었어. 존속살해 혐의를 조사해야지. 그런데, 장 씨는 경찰서를 유유히 걸어나가. 왜? 구속영장이 안 나왔거든. 범죄혐의점도 있고 도주의 우려도 있었어. 그래서 당연히 나올 줄 알았는데, 구속영장이 기각된 거야.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는, '장 씨 부모님 사망사건을 보험 살인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거야. 보통의 보험사기는, 여러 개의 보험에 중복 가입하고, 과도한 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가 많대. 그런데 이 사건은 안 그랬어. 보험도 하나였고, 보험료도 많지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보험에 가입한 것도 보험료를 낸 것도 모두 장 씨가 아니야. 그래서 장 씨가 아무리 수익자를 무리하게 바꿨어도, 보험금을 아무리 독촉했어도, 이걸 살인의 직접적인 증거로는 볼 수 없다는 거야.

하지만, 구속을 하지 말라는 거지, 장 씨를 조사하지 말라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이 형사 팀은 장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어. 그런데 조사가 쉽지 않아. 당시 막내였던 홍종현 형사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장 여인의 말투를 보면 굉장히 공격적이고 말이 굉장히 빠릅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해서 말을 잘 꾸며서, 미리 상황을 다 짜놓고 얘기하듯 이야기를 해서. 여태까지 경찰 활동을 하면서 많은 나쁜 사람들을 봤지만, 모든 것을 대비하고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홍종현 형사, 당시 소환 조사 담당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 보통 사람들은 떨려서 말도 제대로 못해. 죄가 있든 없든 그 분위기에 압도당하거든. 그런데 장 씨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어. 마치 미리 대본을 짜놓은 것 같았대. 게다가, 조사를 받다가 아이가 운다고 나가고, 바쁘다며 안 오고. 이건 뭐, 피의자가 아니라 거의 상전이야.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어서 조금 세게 나갔더니, 강압수사를 받았다며 수사관을 교체해달라 민원까지 넣어.

수사가 힘든 이유는 또 있어. 이미 1년도 지난 사건들이니, 현장 주변 CCTV도 없고 목격자도 찾기 힘들어.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장 씨의 진술서에서 찾았어. 이대우 형사 팀은 초동 수사 당시 장 씨의 진술들을 다시 하나하나 분석하기 시작했어. 분명 허점이 있을 거라 믿으며.

먼저, 아버지 사망에 대한 장 씨의 진술을 확인해보면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고 싶어 했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균형을 잃고 떨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어. 아버지의 건강 상태, 폐암으로 입원 중이었다고 했잖아? 게다가 사고 보름 전에 두개골을 절개하는 대수술을 받았어.

"그때 (아버지) 외출 허락을 안해줬었거든요. 혼자서 이렇게 걸을 수가 없는 상태였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부축이라든지 아니면 휠체어 정도 타고 겨우 이제 이동하실 수 있는 정도. 이렇게 보내도 되나 싶어서, 사실은 한번 거동해보시라 했거든요. 근데 겨우 부축해서 겨우 발걸음을 때는 정도의…"

-우광무, 당시 아버지 주치의

거동조차 불편했다는 장 씨의 아버지가, 베란다로 혼자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이대우 형사는 사건 현장을 다시 찾아갔어. 그리고 이 형사는 진술을 재연해보기로 했어.

이건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난간을 똑 같은 크기로 구현한 거야. 아버지의 키는 172센티미터 정도. 이 높이에서 균형을 잃고 떨어질 수 있을까. 실수로 균형을 잃고 떨어지기에는, 난간 높이가 꽤 높아. 장 씨의 아버지, 정말 사고사일까?

이번엔 어머니 사망에 대한 진술을 검토해볼 차례야. 이 사건은 현장이 이미 불타 없어진지 오래라 더 막막해. 다행히 사진이 몇 장 남아 있어서 보고 또 보는데, 한 사진 앞에서 형사들의 눈빛이 달라져. 바로 이 사진.

사진 속 창문. 사고 당시, 창문도 방문도 모두 닫힌 밀폐된 공간이었어. 그렇다면 밀폐된 공간에서 담뱃불로 그렇게 큰 불이 날 수 있을까? 이걸 실험하기 위해, 수사팀은 현장을 다시 만들기로 해. 사고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실험을 하기로 했어.

당시 상황과 동일하게 완전히 공간을 밀폐한 후, 전소된 침구류와 동일한 이불을 준비해 불이 붙은 담배를 이불 위에 올려뒀어. 담배는 점점 타들어 갔어. 하지만 다 탄 담배는 그대로 꺼져버렸어.

"담배에서 나오는 열 대부분이 가연물(이불)에 전달이 안 되고 그냥 허공으로 열이 다 방사가 되어 버리고 극히 일부분만 가연물에 전달이 되기 때문에 그 열로는 이 조건이라면 이불에 불이 붙을 확률은 적죠."

-김흥렬, 당시 건설기술연구원 박사

타고 있는 담배 위에 다른 물건을 올린 조건으로도 실험을 진행했어. 이번에도 불씨는 살아나지 않았어. 반면, 라이터로 불을 붙여 이불에 던지는 경우에는 불길이 치솟았어. 라이터 불로는 큰 불이 나는 게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어. 그래서 이대우 형사는 이 화재는 '방화'일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확인해야 할 또 한가지. 어머니가 복용했다는 '수면제'. 장 씨는 어머니가 우울증 때문에 수면제를 복용해 왔다고 진술했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치사량에 가까운 수면제를 한꺼번에 먹었다는 게 이상해.

일단 어머니가 수면제를 처방 받은 기록이 있는지 찾아봤어. 어머니는 수면제를 처방받은 적도,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도 없어. 그런데 뜻밖의 이름이 진료 기록에서 발견돼. 바로 장서희. 심지어 시신에서 검출된 성분과 똑 같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았어. 그것도 사고 전날에.

이대우 형사 팀은 이제 거의 확신했어. 장 씨를 당장 소환해서 물어봤지. 그러자 장 씨는 본인이 먹으려고 처방 받았다고 진술했어.

"엄마가 수면제 먹는 걸 보고 저도 수면제를 먹기 시작했어요. 2006년이었나. 우울증 때문에요."

-어머니 사망 관련 장 씨의 3차 진술

수사팀은 각종 실험, 진술을 종합해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어. 하지만, 이번에도 기각이야. 도대체 왜 자꾸 기각되는 걸까. 검사출신 변호사한테 그 이유를 직접 들어볼게.

"(검사가) 되게 고민이 깊었을 거 같아요. 왜냐면 범죄 소명은 좀 부족한데 도망의 우려는 되게 높잖아요. 근데 여기서는 라이터를 구매한 내역이라든지 들고 들어갔다라든지, 범행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CCTV나 범행 도구 구입 내역이나 그런 거에 대한 입증이 없잖아요. 일단은 '죄를 저지른 거 같아' 거기다가 '구속하지 않으면 도망가거나 증거를 없앨 거 같아'가 두번째인 거지, 소명조차 되지 않는 사람을 도망갈 거 같으니까 구속시킬 수 없는 거잖아요. 검사 입장에서, 형사소송법도 그러하고."

-이고은 변호사

도주의 우려가 있다 할지라도, 범죄 소명이 부족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없다는 거야. 형사들의 입장은 어땠을까? 정황증거만으로도 구속되고 유죄까지 받는 경우가 있었대. 이번 사건은 왜 이리 기준이 높은 건지, 답답하고 아쉬웠대. 그리고 무엇보다, 장 씨가 또 도망갈까 초조했어.

▲ 억울하다는 사람의 이상한 한마디

그런데 장 씨가 이번엔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해. 바로 TV출연. 한 지상파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해.

"어떻게 불이 났는지 저도 모르겠는데 그냥 저는 소방서에서 나온 결과가 '담뱃불로 추정됨'이었으니까 '아 그래요?' 그런 줄 알았고. 아빠 조사 결과도 일산경찰서에서 '사고사로 추정됨' 이렇게 나왔으니까 그런 줄 알았고 믿었으니까. 경찰관분들을 그 때는. 서대문 경찰서에서는 제가 던졌대요. 아빠를 번쩍 들어서. 말이 되냐고요. 그렇게 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영장도 기각 안 됐을 거고. 수배중인 사람이 영장이 기각되지는 않잖아요."

-2012. 10. 19. 장 씨의 '궁금한 이야기Y' 출연 영상 中

장 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어. 담뱃불 때문에 불났다고 말한 적도 없고, 아버지가 담배 피우다 떨어졌다는 것도 경찰의 추측에 동의했을 뿐이래. 심지어는 이런 하소연도 했어.

"엄마 아빠가 정말 이혼뿐만이 아니라 되게 비정상적인 가정이었어요. 엄마는 우울증에다가 의부증이 좀 심했던 것 같아요 남자들한테. 몇 번은 재혼했을 때는 잘 살려고 노력했었는데 되게 두들겨 맞은 적도 있나 봐요. 폭행을 당한 적도. 정말 마음에 병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2012. 10. 19. 장 씨의 '궁금한 이야기Y' 출연 영상 中

이런 가정사 때문에 경찰이 자신을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는 거야. 비록 평범한 삶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을 죽일 이유는 전혀 없다는 거야.

이 방송을 본 형사들은 어땠을까.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지, 정황 증거로는 구속영장도 안 나와. 게다가 방송까지 나와서 억울하다고 해.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야.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이대로 포기할 '범죄사냥꾼'이 아니지. 당장 장 씨를 구속할 수는 없지만, 기소의견('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하는 것)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는 있어.

보험사기,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장 씨를 철저하게 조사했어. 그리고 새로운 게 더 발견됐어. 조사를 하면 할수록, 장 씨의 사기 행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나. 동생, 시어머니, 친인척한테 갈취한 금액만 4억 5천만원이야.

장 씨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였던 걸까. 그리고 왜 이렇게까지 돈에 집착한 걸까. 장 씨의 내연남 고 씨가 한 진술이 있어.

"주식에 환장을 하는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막말로 마약에 금단현상 있는 사람이 마약을 봤을 때 환장하고 진짜 미친다 그러잖아요. 돈을 보면 그렇게 사람이 변해요"

-장 씨의 내연남 고 씨의 진술 中

주식으로 생긴 빚이 많았는데, 돈이 생겨도 빚을 갚기는커녕 또 다시 주식에 올인. 중독이 엄청 심했대. 어머니 사망 전 3억 4천만원이었던 빚이, 아버지 사망 후에 4억 2천만원으로 늘어나 있었어. 장 씨는 돈이 필요했던 건 맞지만, 부모님 죽음과는 무관하다고 끝까지 주장했어. 하지만 경찰이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마지막 결정적 이유가 있었어.

"'네가 엄마 아빠를 그렇게 했을 거라는 거는 이해가 안 간다. 그렇게 안 믿겨지는데?' 그러니까 자기가 갑자기 장난인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했는데?' 그렇게 하고 그냥 넘어가더라고요."

-내연남 고 씨(가명), 당시 통화

장 씨가 본인이 직접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는 거야. 물론 이건 고 씨의 주장일 뿐이야.

"통상적으로 범행을 한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은 그런 심리가 있는데요. 무의식 중에 발현된 것이 아닌가…"

-홍종현, 당시 소환 담당 형사

이런 고 씨의 주장이 증거로 효력이 있을까. 다행히 대질신문을 통해서 진술이 서로 일치만 한다면, 상당히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대. 자, 이제 마지막 단계야.

▲ 또 사라졌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끝까지 수사력을 모았던 이대우 형사팀은 최종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어. 범죄혐의가 있다는 의견을 마지막까지 피력한 거야.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혀내려 했던 서대문의 장 씨 재수사팀은 그렇게 각자 다른 부서로 뿔뿔이 흩어졌어.

그럼, 장 씨는 어떻게 됐을까? 기소가 돼서 재판을 받았을까? 유죄는 인정 받았을까?

"피의자 소재 불명으로 기소중지"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어. 검찰조사를 앞두고 장 씨가 또 종적을 감춰버린 거야. 전국에 수배령이 내려졌는데, 찾을 수가 없어.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야.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장 씨는 지명수배 상태야.

"장 여인에 대한 수사를 엄청 방대하게 진행했는데 계속 잡았다가 놓치고 잡았다가 놓치고 이런 상황들이 너무 허탈하고. 당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면, 재판하는 과정 중에 충분히 자백을 받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아서 사실 원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홍종현, 당시 소환 조사 담당 형사

"이게 제가 강력팀장으로 재직하면서 맡은 마지막 사건이거든요. 사건을 시작하고 뼈대까지 세워놨지만 마무리를 못했어요. 하나의 사건을 종결을 했어야 됐는데 그걸 못하고 떠났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그게 아직도 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당사자인 그 여인이 도망 중이라는 거에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이대우, 당시 서대문 경찰서 강력팀장

차라리 무죄를 받았다면, 그래서 혐의를 벗고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면. 지금까지 이런 악연으론 남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리고 2023년 현재까지도, 이 장서희를 추적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바로 이대우 형사. 이 형사는 아직 이 사건을 놓지 않았어. 이미 검찰로 넘어갔지만, 조사가 가능한 선에서 생활반응을 계속 추적 중이래.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나온 건 없어.

"수사 기관에서 추적하고 있다는 걸 100%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자기의 신분으로 된 모든 것을 차단해 놓고 제3자의 명의로 생활하고 있다는 거죠. 그 동안의 범죄 형태를 봤을 때, 또 다른 피해자는 분명히 누군가는 지금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저는 확신해요. 그래서 그걸 예방도 하고 빨리 조기검거를 해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냥 법정에 세우고 싶어요. 그래서 정말 진실이 뭔지 밝여야겠죠."

-이대우, 당시 서대문 경찰서 강력팀장

사실 '꼬꼬무'가 인터뷰를 처음 제안했을 때, 많이 망설이셨어. 형사 입장에서는 피의자를 놓친 오점일 수 있잖아.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건 막아야 하니까, 어렵게 결심을 하신 거야. 형사들의 용기로 만들어진 오늘의 이야기가, 부디 또 다른 피해자를 막을 수 있길 바랄 뿐이야.

'꼬꼬무'가 오늘의 이야기를 준비하며 고민이 많았어. '무죄 추정의 원칙' 알지? 형사사건의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엔 무죄로 추정해야한다는 것. 장 씨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의심이 가더라도, 아무리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장 씨를 존속살해범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돼.

그럼에도 '꼬꼬무'가 오늘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장 씨가 수사기관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숨어버렸기 때문이야. 끔찍한 존속살해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는데도 말이지. 이 잔혹한 미스터리의 진실을 알고있는 단 한 사람, 장서희. 그녀가 하루 빨리, 진실의 입을 열어주길 바랄 뿐이야.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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