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부활' 손흥민↔'완전 추락' 래시포드…EPL 데뷔 동기 '희비교차'
래시포드, 최악의 부진으로 방출설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몇 시즌 전까지만 해도 위상이 엇비슷했다. 둘 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특급 날개'로 각광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매우 빠르고, 드리블 돌파도 잘하고, 득점력도 갖추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31)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마커스 래시포드가 주인공이다.
손흥민과 래시포드는 2015년 EPL에 데뷔했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르 레버쿠젠에서 뛰다가 토트넘으로 이적했고, 래시포드는 맨유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첫 시즌에는 둘 다 적응기를 거쳤다. 손흥민이 EPL 28경기에 나서 4골에 그쳤고, 래시포드는 11경기에 출전해 5골을 만들었다. 냉정하게 볼 때, 손흥민은 기대에 못 미쳤고 10대였던 신예 래시포드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6-2017시즌부터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며 앞서 갔다. EPL 34경기에 나서 14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의 주전 멤버로 활약하면서 리그 정상급 윙포워드로 성장했다. 래시포드도 발전을 이뤘다. 약관의 나이에 맨유 주전으로 올라서며 32경기 5골의 기록을 남겼다. 2017-2018시즌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손흥민이 37경기 12골, 래시포드가 35경기 7골을 마크하며 리그 A급 선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8-2019시즌 래시포드가 잠재력을 폭발하면서 기대치를 더 높였다. 리그 33경기에 나서 10골을 잡아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적어냈다. 다재다능한 모습으로 공격력을 뽐내며 맨유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손흥민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이어갔다. 31경기에 모습을 드러내 12골을 뽑아냈다. 세 시즌 연속 리그 10골 이상을 올리며 '토트넘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2019-2020시즌 기점으로 래시포드의 주가가 더 높아졌다. 래시포드는 만 22~23살에 맞이한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31경기 출전에 17골을 터뜨렸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리그 최고급 활약을 펼쳐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손흥민은 같은 시즌에 30경기 11골을 기록했다. 꾸준한 모습을 보였지만 래시포드의 기세가 워낙 좋아 살짝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래시포드가 전성기로 접어들면서 리그를 평정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2020-2021시즌에는 다시 손흥민이 힘을 냈다. 37경기 17골로 이름값을 했다. 해리 케인과 더 좋은 호흡을 보이면서 자신의 득점력도 더욱 끌어올렸다. 래시포드는 37경기 11골을 마크했다. 집중 견제 속에서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2021-2022시즌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손흥민이 리그 최고로 올라선 데 반해 래시포드는 추락했다. 손흥민은 35경기 23골로 득점왕이 됐다. 래시포드는 25경기 4골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시즌 다시 한번 반전이 찾아왔다. 손흥민이 시즌 초반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진에 부상까지 겹쳐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았다. 중반부터 회복세를 보였지만 36경기 10골에 머무르며 2016-2017시즌 이후 리그 최소 골에 머물렀다. 래시포드는 맨유 공격 첨병으로 부활했다. 35경기에서 17골을 작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특급날개 비교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래시포드의 우위를 점쳤다. 그도 그럴 것이 손흥민이 30대에 접어들었고, 단짝 케인이 이적해 힘이 많이 빠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원톱으로 변신해 더 위력적인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11경기에서 8골을 잡아냈다. 득점왕에 오른 2021-2022시즌보다 더 빠른 골 페이스를 보이며 펄펄 날고 있다.
큰 기대를 모은 래시포드는 맨유 부진의 원흉으로 몰렸다. 올 시즌 리그 10경기에 나서 단 1골밖에 넣지 못했다.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에 그치고 있다. 골 기록만 나쁜 것이 아니다.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구설에 올랐고, 수비 가담을 하지 않는 자세가 논란이 됐다. 경기력 기복도 매우 심해 방출설까지 퍼졌다. 리그에서 중위권에 처지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맨유에서 사라져야 할 선수로 손가락질까지 받고 있다.
◆ 손흥민 시즌별 리그 성적
- 2015-2016시즌 28경기 4골
- 2016-2017시즌 34경기 14골
- 2017-2018시즌 37경기 12골
- 2018-2019시즌 31경기 12골
- 2019-2020시즌 30경기 11골
- 2020-2021시즌 37경기 17골
- 2021-2022시즌 35경기 23골
- 2022-2023시즌 36경기 10골
- 2023-2024시즌 현재 11경기 8골
◆ 래시포드 시즌별 리그 성적
- 2015-2016시즌 11경기 5골
- 2016-2017시즌 32경기 5골
- 2017-2018시즌 35경기 7골
- 2018-2019시즌 33경기 10골
- 2019-2020시즌 31경기 17골
- 2020-2021시즌 37경기 11골
- 2021-2022시즌 25경기 4골
- 2022-2023시즌 35경기 17골
- 2023-2024시즌 현재 10경기 1골
[손흥민(흰색 유니폼)과 래시포드(빨간색 유니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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