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직 던지고 작가의 꿈 찾았다…한인 여성의 '새로운 인생'

송광호 2023. 11. 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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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교통사고였지만, 만 개의 다른 이유도 있었죠."

잘 나가던 의사였던 헬레나 로가 의사직을 그만둔 건 마흔을 맞은 2004년이었다.

그러나 교통사고에 따른 만성적인 허리통증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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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한국인 여성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신간 '아메리칸 서울'
작가 헬레나 로 [마음산책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시작은 교통사고였지만, 만 개의 다른 이유도 있었죠."

잘 나가던 의사였던 헬레나 로가 의사직을 그만둔 건 마흔을 맞은 2004년이었다.

계기는 교통사고였다. 뒤에서 빨간 SUV 차량이 사정없이 들이받았다. 허리에 "어마어마한 통증"이 느껴졌고, 가슴팍이 운전대에 부딪혔다.

상당한 부상이었지만, 직장을 그만둘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의사가 되기 위해 무수히 노력한 지난날을 생각하면 사직은 다소 충동적인 결정에 가까운 듯 보였다.

그러나 퇴직해야겠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그의 내면에서 자라고 있었다.

퇴직은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 우울증을 앓는 엄마의 자살 시도, 어린 시절에 당한 성폭행 등 여러 생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일직선으로 달려온 그의 삶에서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기에 교통사고라는 우연이 얹어졌을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힘겨운 시절이었다.

의사였던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의 넷째 자녀로 태어난 로는 한국에서 자라다 우간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다.

미국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의사가 돼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공부했고, 전문의가 되어서는 인종차별과 불평등을 감수하며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존스 홉킨스,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피츠버그 어린이병원 등에서 진료하며 탄탄한 커리어를 구축해 갔다.

책 표지 이미지 [마음산책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러나 교통사고에 따른 만성적인 허리통증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가정 문제도 계속됐다. 직장 내 만연한 성희롱도 참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싶다는 갈망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갔다. 40대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자고 결심했다. 새 인생의 화두는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허리통증을 완화하는 물리치료처럼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줬다. 로는 "끔찍한 일을 겪으면 더 단단해지고, 그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출간된 '아메리칸 서울'(마음산책)은 미국에 사는 한인 여성으로서 저자가 평생 겪어야 했던 문화충돌과 소외감, 혼란이 남긴 상처들을 가감 없이 전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조앤 디디온은 말했다. 한 친구는 인생의 '불타는 잔해'를 이야기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인생의 불타는 잔해는 모두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불타는 대로 그저 두고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조각을 이어 붙여서 놀랍도록 선명한 자국이 아름답게 남은 새 인생을 꾸릴 수도 있다."

우아름 옮김. 32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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