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어제는 '김영환리스크'…오늘은 '김영환스럽다'

박재원 기자 2023. 11. 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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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꾸기를 쉽게 하는 사람들이라 하면 대부분 정치인을 떠올린다.

충북 행정수반이지만 아직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영환 충북지사도 마찬가지다.

충북에는 서울처럼 인구·산업·교육 등이 집중된 청주시가 있다.

충북에서도 지방 중소도시인 청주의 확장조차 우려하는데 국가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창하는 김영환 지사가 메가 서울을 찬성하는 쪽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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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말 바꾸기를 쉽게 하는 사람들이라 하면 대부분 정치인을 떠올린다. 충북 행정수반이지만 아직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영환 충북지사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메가 서울'에 김 지사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김 지사는 지난 8일 "지방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 수도권 내에서의 서울·경기 경계선 긋기는 문제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현실 인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의 핵심은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어떻게 '리쇼어링' 하느냐 하는 문제이고, 이를 놔두고 김포·고양·구리·하남을 서울에 붙이느냐, 경기도에 두느냐 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랬던 그가 하루 만에 "김포 서울 편입은 수도권 내 인구 이동이기 때문에 반대하고 싶지 않다. 서울 메가시티는 필요하고,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다른 말을 했다.

지역에선 '김영환 리스크'에 이어 '김영환스럽다'는 신조어가 나올 법한 유체이탈화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포를 서울에 편입 또는 서울이 흡수하는 문제는 인구이동이나 행정구역 개편 관점으로 봤을 땐 지방정부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종국적으로는 현재도 메가시티인 서울을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김 지사가 말하는 것처럼 국가균형발전, 지방분권에 전혀 영향이 없을까.

충북을 예로 들어보자. 충북에는 서울처럼 인구·산업·교육 등이 집중된 청주시가 있다. 3년 전 청주시에서는 충청권 대표 도시를 만들자며 '특례시' 지정을 추진했다.

물론 실패했지만 당시 주변 시군의 반발이 거셌다. 청주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쏠림현상이 가속화돼 주변 도시는 더욱 낙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대 논리는 지역 균형발전이었다.

충북에서도 지방 중소도시인 청주의 확장조차 우려하는데 국가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창하는 김영환 지사가 메가 서울을 찬성하는 쪽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과연 김 지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보수정당으로 갈아탄 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권에서 이력은 참혹했다. 총선에서 두 번 떨어졌고,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낙선해 3전3패다. 이랬던 그를 지사로 받아 준 곳이 충북이다.

메가 서울처럼 당과 대통령 정책이라면 과도할 정도로 지지를 보내는 이유가 혹시 정치적으로는 더는 갈 곳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정권 후반 입신양명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것도 아니면 '주고, 받기'의 정치 메커니즘에 따라 충북을 위해 다소 비굴해 보일 정도로 당과 대통령실에 고개를 숙이는 전략적 희생일지도 모른다. 당과 대통령실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충북 숙원인 '중부내륙특별법' 제정을 얻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충북의, 충북도민의 지사라면 아마 후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 성과로 답이 나와야 한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를 넘기면 국회에 발의된 중부내륙특별법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시간이 없다. 전략적 희생이라면 당과 대통령실 향한 구애는 더 과감해야 한다.

그런데 중부내륙특별법 근간이 되는 이념은 국가균형발전이다. 김 지사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면서 여기에 역행할 수 있는 메가 서울은 반대하지 않는다. 역시 '김영환스럽다'라는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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