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왜 ‘세비제’를 외면하는 걸까요

김진환 서울경제진흥원 창업정책팀 수석 2023. 11. 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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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아는기자들의 앞 첨언 : ‘제3자’의 조언이 항상 맞는 건 아닙니다. 입에 쓴 고언이 모두 몸에 좋은 것도 아닙니다. 때론 ‘결과’를 확인하고나서, ‘그래서 그때 판단이 잘못됐다’는 식의 조언도 적지 않습니다. 현장의 스타트업 창업자보다 절실한 사람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쓴소리’를 마냥 외면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쓴소리 듣는 법은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을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번 더 물어볼 것 입니다. 이번 레터는 스타트업을 사랑하는 ‘제3자’인 서울경제진흥원의 김진환 수석님의 고언입니다.

◇세일즈. 왜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피칭하는 법’은 공부하면서 ‘물건 파는 법’은 외면하는가.

우리나라에서 영업이 갖는 사회적 위상은 낮다. “지금 저한테 영업하시는 거에요?”라는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기업의 실적이라 함은 대개 영업실적을 말하는데, 막상 기업에 돈을 벌어오는 영업부서나 영업직원에 대한 보상과 대접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투자유치를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투자유치 과정에서 계산되는 기업 가치 향상이 궁극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설립 이후 매출 하나 없이도 10억 달러에 매각된 인스타그램이나 66억에 불과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5조를 넘겼던 신라젠을 워너비로 여기는 스타트업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높은 기업가치에도 불구하고 매우 저조한 매출을 올리는 유명 스타트업이 허다하다. 유명 펀드에서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는 유니콘이지만, 여전히 50억원대 매출에 머무르고 있는 A사의 이야기는 사석에서 자주 등장하는 레파토리다. 미국 빅테크 출신이 설립해 유명세를 탄 B사도 작년 매출은 10억원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적자는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세일즈를 간과하는 자세는 스타트업 보육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민간 및 공공 주요 스타트업 보육기관의 교육 커리큘럼 중에서 세일즈를 다루는 경우는 아예 없다. 보육기관은 투자유치, IR자료 작성, 피칭 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법률, 세무, 회계, 특허, 정신건강 관리 같이 당장 중요하지 않은 이슈도 다루지만 세일즈만은 외면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영업이나 세일즈라는 단어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사업개발”, “그로쓰해킹”, “프로젝트 매니저” 같은 단어를 선호한다. 스타트업 근무를 벼슬살이로 아는 이들일수록 세일즈에 대한 인식이 모질다.

서울경제진흥원 창업정책팀 김진환 수석. /본인 제공

◇B2B : 왜 우리나라엔 B2B 유니콘은 잘 안 나올까.

창업자들은 B2C 비즈니스를 선호한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가설을 검증하고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부어 양적 성장을 이루면 투자도 받고, 유니콘이 될 수도 있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츠가 발표한 2022년 한국의 유니콘 기업 목록에 따르면 12개 기업 중 단 1곳만 B2B 기업이다.

“계획된 적자”는 플랫폼 기업의 유행어가 되었고, 빠르게 숫자를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와 e커머스가 창업의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았다. AI 스타트업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B2C 교육을 선보였고,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기능식품 및 미용성형 기기를 출시했다.

사석에서 만난 한 창업자는 “B2B 비즈니스를 하면 필연적으로 특정 대기업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은 맞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10대 수출 품목 중 8가지는 B2B 상품이며 금액으로 보면 B2B가 82%를 차지한다. 전세계 시장 규모로만 봐도 B2B가 B2C의 2배가 넘는다. 눈에 보이고 익숙한 것이 B2C 비즈니스이다보니 B2B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사업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B2B 비즈니스는 통상 고객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나 홍보 등을 잘 하지 않는다. 대신 특정 고객사를 타겟으로 삼아 전문 컨퍼런스나 기술 세미나 등을 개최한다. 하지만 B2B 비즈니스에 어두운 스타트업 보육기관 관계자들은 기업을 돕겠다며 B2C 비즈니스에서나 필요할 온라인 광고와 SNS 홍보를 지원하고, 인플루언서를 붙여준다.

그러나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얼마전에 상장한 파두의 이지효 대표는 “전문 박람회나 컨퍼런스에서 명함을 얻어 하나하나 콜드 메일을 보내며 고객을 확보했다”고 말했고, IT SaaS 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는 “전화를 통해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인사이드 세일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해외 빅테크는 조금씩 한국 AI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긴 하다. 이번 기고와 해당 그래픽은 직접 연관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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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 아직도 ‘기름밥 먹는 산업’이라고 보시나요.

◇실밸에 대한 환상이 깨졌을때

해외 VC는 중국만 보고, 한국 스타트업은 외면했지만 변화의 조짐이 없지 않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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