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하나, 속에 든 건 둘?…‘키메라 원숭이’ 만든 중국 과학자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11. 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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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두 마리 유전자 섞인
‘키메라 원숭이’ 출산 성공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탄력
원숭이 2마리의 세포를 가지고 태어난 키메라 원숭이. [사진= 중국과학원(CAS)
중국 과학자들이 유전적으로 다른 원숭이 두 마리에서 유래한 세포가 섞인 원숭이를 만들어 냈다. 사자 머리에 염소의 몸통과 뱀의 꼬리를 가진 그리스 신화 속 동물인 ‘키메라’를 탄생시킨 것이다. 인간과 같은 영장류에서 이런 키메라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젠 리우 중국과학원(CAS) 신경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10일(현지시간)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다른 원숭이 수정란에 이식해 출산까지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정된지 7일이 지난 원숭이 수정란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채취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신체 모든 조직과 장기로 자랄 수 있는 세포다. 연구팀은 채취한 배아줄기세포를 수정 4~5일 된 수정란에 주입했다. 배아줄기세포에는 녹색 형광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가해, 이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세포라면 녹색 형광 빛을 내도록 했다.

그런 다음 두 원숭의 세포가 섞인 수정란을 대리모 40마리의 자궁에 이식했다. 그 결과 12마리가 임신에 성공했다. 이 중 1마리가 출산에 성공했다.

그렇게 태어난 수컷 키메라 원숭이는 장기와 조직 세포의 67%가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키메라 원숭이의 심장과 뇌, 폐 등 26개 장기와 조직의 유전자를 검사했더니 21~92%, 전체 평균 67%가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세포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자로 발전한 세포에서도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흔적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키메라 원숭이가 각종 기초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령 질병 유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줄기세포를 건강한 배아에 넣어 질병 유발 돌연변이 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 수정란이 발달하는 과정을 추적하거나 인공장기 연구, 불임 치료 연구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키메라 원숭이 탄생률을 높일 수 있도록 추가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새끼를 낳을 수 있는 키메라 원숭이를 탄생시킬 계획이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영장류에서 배아줄기세포의 잠재력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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