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조연재 "주역 설수록 완벽한 무대 더 욕심나요"[문화人터뷰]

강진아 기자 2023. 11. 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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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입단한 국립발레단 드미 솔리스트
'지젤'·'돈키호테' 등 주역맡아 차세대 스타로
[서울=뉴시스]발레리나 조연재가 지난해 출연한 '고집쟁이 딸'.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돈키호테'의 '키트리'부터 '지젤'의 '지젤', '고집쟁이 딸'의 '리즈', '호두까기인형'의 '마리'까지.

발레리나 조연재는 올해 국립발레단 주요 전막 작품에 모두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입단해 햇수로 6년차. 아직 드미 솔리스트이지만 어느새 주역으로 자리 잡으며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한국발레협회가 최고의 발레리나에게 주는 '프리마 발레리나상'도 받았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만난 조연재는 "올해 같은 해가 처음이라서 뜻깊다"고 수줍게 웃었다.

수석 무용수들과 이름을 나란히 올리며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다. 하지만 무대에 설수록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고 했다. "잘 안되는 동작이 있으면 계속 연습하며 집착하게 돼요.(웃음) 무대를 할수록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고,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지난 8일 막을 올린 '고집쟁이 딸'도 두 번째 무대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다시 주역으로 발탁됐다. 회차도 한번에서 두 번으로 늘어났다. "아기자기하고 동화같이 예쁜 작품"이라며 "작년엔 아무래도 데뷔다 보니까 많이 떨었다. 그 순간을 즐기려고 했지만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이번엔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발레리나 조연재가 지난해 출연한 '고집쟁이 딸'.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유쾌한 희극 발레로, 전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막 발레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과 부잣집에 딸을 시집 보내기 위해 둘을 갈라놓으려는 엄마, 어리바리하게 구혼하는 부잣집 도련님의 좌충우돌 이야기다.

조연재는 고집쟁이 딸 '리즈' 역을 맡아 무대에서 사랑스러움을 뽐낸다. 연인과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고, 엄마에게 들켜 엉덩이를 맞고 토라지는 등 풍부한 표정 연기를 펼쳐낸다. "처음부터 표정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일부러 귀여워 보이려는 것보단 진짜 엄마와 딸, 연인처럼 자연스럽고 편하게 하려고 해요."

작품엔 연인의 사랑을 상징하는 분홍리본이 수시로 등장한다. 리본을 휘두르고 서로의 몸에 휘감고 펼치며 아름다운 파드되를 보여준다. "리본은 물론 스카프, 모자, 절구통 등 소품이 많아서 혹시나 실수할까봐 긴장해요. 특히 리본이 엉키거나 꼬이면 흐름이 끊길 수 있기에 신경 쓰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엔 '지젤'과 '돈키호테' 무대도 주역으로 데뷔했다. 우아함을 보여주는 낭만발레와 재기발랄한 희극발레로 상반된 매력을 선보였다. 그는 "지젤이 문을 열고 처음 나올 때 엄청 떨렸다. 큰 실수 없이 마쳐서 행복하다"고 돌아봤다.

[서울=뉴시스]지난 5월 '지젤'에 출연한 발레리나 조연재.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러 작품의 주역을 거치면서 조연재도 성장해 왔다. 그는 "작품마다 배우는 게 다르다"고 했다. 17살 소녀로 돌아간 '지젤'에선 극에 빠지는 법을 익혔고, '돈키호테'의 발랄하고 당당한 '키트리'를 하며 에너지를 키웠다. '고집쟁이 딸'에선 긴장감을 내려놓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무대에 서는 법을 체득했다.

"'지젤'은 알브레히트와의 첫 만남이나 (배신감에 몸부림치며 죽음에 이르는) 매드신 등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면이 많잖아요. 단장님과 안무가가 보여준 연기를 보고 많이 배웠어요. 테크닉이 중요한 '돈키호테'는 힘적인 부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어요. 제 춤이 하늘하늘한 스타일이라 힘이 없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꾸준히 운동도 해왔고 힘을 발산하는 게 조금 덜 어려워진 느낌이었죠."

[서울=뉴시스]지난 4월 '돈키호테'에 출연한 발레리나 조연재.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무용수로 전환점이 된 작품으론 2021년 '메도라' 역으로 출연한 '해적'을 꼽았다. 2018년 입단한 해에 곧바로 섰던 '호두까기인형'을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배역을 맡고 극을 끌어간 첫 작품이다.

"남자주인공과 사랑의 감정을 담은 파드되가 있었는데, 제가 로봇처럼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눈빛과 포옹을 하라는 얘기를 들었죠. 그동안 동작에만 집중했는데, 파트너와 같이 표현해내는 걸 처음 경험했어요. 표현력과 연기력을 좀더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죠."

지난해에는 조연재가 '꿈의 작품'으로 꼽은 '백조의 호수'에도 데뷔했다. "정교한 테크닉과 연기를 동시에 요해 힘들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설레고 기뻤지만 그만큼 걱정이 컸다. 연습한 만큼은 했는데, 스스로 아쉽다. 좀 더 성숙해진 후에 꼭 다시 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서울=뉴시스]발레리나 조연재가 2021년 출연한 '해적'.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잠자는 숲속의 미녀', '로미오와 줄리엣'도 앞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콩쿠르에 나갔던 작품인데 전막을 해보고 싶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많은 무용수가 선망하죠. 그 음악에 맞춰 춤추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느껴져요."

초등학교 2학년부터 발레를 했던 조연재는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교 시절엔 학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입시 1년을 남긴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부모님을 설득해 다시 발레를 시작했고 세종대 무용과에 입학했다. 당시 콩쿠르에 나가 상을 타오면 아버지가 놀라곤 했단다. 지금은 그때 발레를 다시 시키길 잘했다며 든든한 응원군이 돼주고 있다.

한 발 한 발 차근히 내딛고 있는 조연재는 "믿고 보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관객들이 어떤 작품이든 연재가 한다고 하면 '보러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언제 봐도 기분 좋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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