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상 첫 빌리진킹컵 최종본선진출전 출전은 가능할까?
대한민국 테니스 여자 국가대표팀이 사상 첫 빌리진킹컵 최종본선진출전 출전에 도전한다. 대표팀은 10~11일(현지시간), 이틀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아레나 BRB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2023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 브라질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브라질과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면 한국은 사상 최초로 빌리진킹컵 최종본선진출전(Qualifiers)에 도전할 수 있다.
빌리진킹컵은 여자 테니스 월드컵이다. 남자 테니스 월드컵인 데이비스컵과 똑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현재 스페인 세비야에서는 12개국이 출전 중인 2023 빌리진킹컵 파이널스가 열리고 있다. 이 대회가 빌리진킹컵의 최종 보스라 볼 수 있다. 세계에서 테니스를 가장 잘 치는 여자 선수들로 구성된 12개국이 조별 예선을 거쳐 이번 주 일요일(12일), 최종 우승국을 가린다.
한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는 파이널스에 출전하기 위한 두 번째 단계로 이해하면 된다. 첫 단계가 지역 1그룹 예선이었고, 두 번째 단계가 플레이오프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가 최종본선진출전, 마지막이 파이널스다. 한국이 이번 플레이오프와 최종본선진출전을 통과한다면, 올해가 아닌 내년(2024년) 빌리진킹컵 파이널스 출전권을 획득한다.
한국이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은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1998년 멤버는 조윤정, 김은하, 최주연, 최영자 등이었다. 이때 한국은 일본에 1-4로 패하며 최종본선진출전 출전에 실패했다. 이후 한국은 한동안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4월에 끝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은 극적이었다. 일본이 5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중국과 3승 2패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승자승 원칙에서 앞선 한국이 중국을 밀어내고 2위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당시 중국전 단식에서 승리를 따냈던 선수가 백다연(NH농협은행)과 김다빈(강원특별자치도청)이다. 백다연과 김다빈은 올해 국내에서 가장 뜨거웠던 여자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이번 브라질 원정 명단은 박소현, 구연우(이상 성남시청, CJ제일제당 후원), 백다연, 정보영(이상 NH농협은행), 김다빈으로 구성됐다.
양팀 랭킹 비교(WTA 랭킹, 11월 6일 기준)
대한민국 : ITF 여자 국가랭킹 31위
박소현 : 295위
백다연 : 487위
구연우 : 505위
김다빈 : 657위
정보영 : 900위
브라질 : ITF 여자 국가랭킹 15위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 : 11위
로라 피고시 : 134위
카롤리나 아우베스 : 297위
루이자 스테파니 (복식 전문) : 복식 18위
잉그리드 마르틴스 (복식 전문) : 복식 47위
상대 전적에서는 1승으로 앞서 있다고 하지만, 이는 38년 전인 1985년 일이다. 역대 상대 전적으로는 희망을 갖기 어렵다. 그리고 객관적인 랭킹을 종합해봐도 한국과 브라질의 격차는 매우 커 보인다.
한국은 장수정과 한나래가 빠진 가운데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이 이번 국가대항전에 출전한다. 박소현, 백다연, 구연우, 김다빈은 WTA 세계랭킹 기준 국내 3~6위 선수들(정보영 10위)이다. 향후 5년 이내에 한국 여자 테니스의 중심이 되어야 할 선수들임은 분명하다. 이번 대회에서 국가대항전, 원정 경기 등의 경험치를 먹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브라질 역시 정예 멤버를 총출동시켰다.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는 올해 WTA 왕중왕전 하위 버전인 '엘리트 트로피' 대회에서 단복식 더블을 달성했다. 올해 프랑스오픈 4강에서 시비옹테크에게 아쉽게 패했던 그 마이아가 맞다.
로라 피고시, 카롤리나 아우베스는 브라질 국내랭킹 2, 3위이며, 심지어 복식 전문 선수들로 나머지 엔트리를 채웠다. 한국은 복식 전문 선수라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백다연과 정보영이 아시안게임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중국 선수들이 한국과의 경기 중 부상으로 기권하며 당한 행운이 결정적이었다.
브라질은 최근 4년 계속해 플레이오프-최종본선진출전 레벨을 왔다갔다 했다. 올해에는 플레이오프 윗 레벨인 최종본선진출전에 출전했으나 독일에 1-3으로 패하며 다시 플레이오프로 밀려난 상태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패하면 지긋지긋한 지역 예선 레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브라질이 홈팬들 앞에서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9일(현지시간)에는 경기에 직접 출전할 선수들의 대진이 완성됐다. 한국은 단식에서 박소현과 구연우가, 브라질은 마이아와 피고시가 출전한다.
11월 10일
1단식 | 박소현 vs 로라 피고시
2단식 | 구연우 vs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
11월 11일
3단식 | 박소현 vs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
4단식 | 구연우 vs 로라 피고시
5복식 | 백다연-정보영 vs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루아자 스테파니
(사진제공=대한테니스협회)
김정배 감독은 대한테니스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전력으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클레이코트이지만 클레이코트 경험이 많은 박소현, 구연우 선수에게 승부를 걸어 보려고 한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나 항상 완벽한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는 없다. 브라질도 분명 긴장을 할 것이다. 변수는 있기 때문에 한 번쯤은 기회가 꼭 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 기회를 잡을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소현의 컨디션은 우려스럽다. 여름에 당했던 무릎 부상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빌리진킹컵 등 본인이 책임져야 할 국가대항전을 마치고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겠다고 지난 코리아오픈(10월) 중 말한 바 있다. 세계 정상권 선수들과의 맞대결은 박소현 본인에게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무릎 부상에서 얼만큼 회복되었는가가 가장 큰 관건이다.
결국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도 열세인데,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은 편은 아니다. 3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한국과는 정반대의 시차, 기후인 브라질 원정 경기를 갖는다. 여러 악조건들이 모두 겹친 상태에서 경기를 펼쳐야 한다.
스포츠에 당연한 결과는 없다. 그리고 테니스 공은 둥글다. 이러한 희망적인 표현들을 많이 쓰고 싶지만, 이번 원정은 아시안게임보다도 훨씬 어려운 상태에서의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가능할까? 만약 이번에 한국이 브라질을 꺾는다면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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