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잔치 열렸네, K-문화로 하나된 ‘2023 한국문화 큰잔치’
행사장은 K-문화 선물상자 같았다. 그것도 막 개봉한. 대형 화면에선 한국문화 영상이 흘렀다. 2층 벽에는 올해 한국문화 콘텐츠 수상작을 전시했다. 로비에서는 역대 수상작을 볼 수 있었다. 금발 남성 옆으로 히잡을 쓴 여성이 지나갔다. 가을답지 않던 날씨만큼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11월 4일 국립중앙극장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외문화홍보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함께한 ‘2023 한국문화 큰잔치(2023 K-wave Festival)’가 열렸다.
한국문화 큰잔치에서는 한국문화 콘텐츠로 한국을 알린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상식과 발표, 공연을 함께했다. 특히 2부에 진행된 ‘K-커뮤니티 페스티벌’은 흥겨움을 더했다.
K-커뮤니티 페스티벌은 전 세계 한국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동호회를 모집, 챌린지를 열어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 기회와 한국전통문화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조선팝과 한국현대타악, 태권무를 익힌 후, 업로드한 영상으로 심사했다. 총 46개국 142개 신청자가 참여했다.
“한국 사람들 너무 친절해요.”
행사 시작 전, 올해 조선팝과 한국현대타악(K-타악)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미리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질문이 있었다. 먼 곳에서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챌린지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무엇보다 한국에 올 기회가 생겨 좋았어요.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과 문화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먼저 멕시코에서 온 ‘크리살레(CRISALE)’ 팀을 만났다. 팀 이름은 멤버인 크리스티나와 알레한드로를 따서 지었단다. 둘은 결혼 1년 된 따끈따끈한 부부다. 취미까지 같아 더 시너지 효과가 있었을까. 조선팝 분야에서 1등 트로피를 들었다.
“저희 둘 다 아티스트라 다른 문화와 접목한 음악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 기회에 조선팝에 도전해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처음 온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에 반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으로 마음을 교류할 수 있어 참 훈훈했다고 했다. 또 이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민요도 한국의 타령처럼 큰 에너지가 필요해요. 저희가 참여한 음악이 케이팝이 아닌 조선팝이잖아요. 한을 내뱉으며 파워풀한 점이 꽤 닮았죠.” 멕시코와 한국 음악의 공통점을 말했다. 그들이 익힌 조선팝은 한국 전통음악인 국악을 뿌리삼아 대중음악과 크로스오버 된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다.
끝으로 이들은 멕시코에 돌아가면 더 많은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멕시코 이곳저곳에서 울리는 조선팝을 만나게 될까.
조금 지나 씩씩하고 약간은 쑥스러운 듯 남녀 4명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강한(GANGHAN)’ 팀. 팀 이름부터 강렬하다. 제임스, 우히엔(조셉), 다미나, 우케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의 그 강렬한 열정이 한몫했을까? 한국현대타악 분야에서 1위를 했다.
네 사람은 나이지리아의 댄스 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서로 죽이 잘 맞아 이전부터 함께 춤을 췄단다. 재밌게도 모두 태권도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현대타악분야로 참가했다.
“원래 태권무를 하려고 했는데요. 그만 한국 타악기 매력에 빠져 버렸지 뭐에요.”
독특한 타악기가 이들을 사로잡았다. 나이지리아 타악기는 한국보다 훨씬 크고 위에서 치는 식이라 좀 다르단다. 그러면서 “솔직히 태권무는 경쟁자가 많아 힘들 것 같았다”라며 씩 웃었다.
이날은 이들이 한국에 온 지 6일째란다. 첫 한국 방문에서 무엇이 가장 인상에 남았을까.
“우선 날씨가 달라 확 체감되더라고요.”
“전 음식이 다른 게 신기했어요. 쌀이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팀원들은 각자 이색적이었던 걸 떠올렸다.
이어진 질문, 한국문화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묻자, 갑자기 그들의 목소리에 신바람이 실렸다.
“오~BTS죠!”
“음식이 유명하죠. 김치나 라면?”
“전 한국 드라마가 떠올라요. 인기가 많거든요.“
이들은 온라인 영상을 천천히 보면서 동작 하나하나를 따거나 세부 동작을 정리한 자료로 익혔단다. 특히 이번 멘토였던 한국 아티스트 아작(A-JACK)의 영상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이들과는 한국에 와서 3번 만나 공연을 준비했다.
“이번에 제대로 타악기를 배웠는데요. 나이지리아 타악기와 결합해 새로운 타악기 분야를 만들거나 한국 타악기를 가르쳐보고 싶어요.” 앞으로 계획을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다부져 보였다.
모두가 K-문화로 어우러진 행사
오후 5시 30분부터 본 행사가 시작됐다. 객석에는 다양한 의상을 입은 외국인들이 차례차례 자리에 앉았다. 더욱이 커다란 화면에는 각국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한 참가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2층에 앉은 난 우주에서 한눈에 지구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무대 뒤 화면 속 영상은 흥미로웠다. 장소는 다르지만, 그 중심에 태권무, 타악기 등 한국문화가 있었다.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태권무라니.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운 태권도가 지구 끝과 끝을 연결했다.
각국 인플루언서의 한국문화 콘텐츠도 흥미를 끌었다. 인도네시아인이 포장마차에서 라면을 먹고 달걀말이를 만들며 축의금 봉투를 소개했다. 우리 일상이 지구 반대편에 사는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콘텐츠다. 그 사실이 더 신기해 몰입했다. 한편으론 뿌듯함도 피었다. 한국문화는 용기도 건넸다. 베네수엘라인은 한국 드라마와 K-팝을 통해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여느 시상이 이럴까. 시상식 모습도 단조롭지 않았다. 베트남, 러시아, 말레이시아, 멕시코,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 사람들이 다채로운 무대를 만들었다. 모두 한국문화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안고.
2부는 우승팀 및 축하 공연들로 진행됐다. 각설이타령이 울려 퍼졌다. 태권무가 무대를 갈랐다. 타악기의 웅장한 소리에는 심장마저 고동쳤다. 분명 아까 대기실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달랐다. 인터뷰 때 미처 볼 수 없던 끼가 무대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모든 참가자가 무대에 오르자, 누가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그저 신명나게 즐기는 우리 문화가 있었다.
돌아가는 길 국립극장 셔틀버스에선 다양한 언어들이 들렸다. 내용은 모르나, 목소리는 모두 들떠 있었다. 이들의 대화에는 긴 행사의 피곤함은 없었다. 활력이 넘쳤다.
“사실 K-팝 보러 왔는데요. 어쩜 외국인이 공연을 저렇게 잘하나 싶어 정말 놀랐어요. 그동안 K-문화가 인기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확실히 직접 보니 실감나더라고요.” 내 옆에 앉은 한국 여성이 말했다. 아이돌 팬으로 행사를 찾았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외국인들 공연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감탄했다.
저녁 약속을 미루고 5시간 넘도록 현장에 머물렀다. 그만큼 많이 보고 느꼈다. ‘2023 한국문화 큰잔치(2023 K-wave Festival)’는 끝났지만, K-문화는 더 신명나게 이어질 것이다. 버스 안 모두 다른 언어 속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유독 즐거웠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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