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 반입’ 안동교도소, 트랜스젠더 수용자 ‘성관계’까지…은폐 급급
안동교도소 “성행위 없었다” 거짓 해명
(시사저널=조해수·김현지 기자)
마약이 반입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안동교도소에서 트랜스젠더(트랜스여성) 수용자와 남성 수용자 간 성관계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안동교도소 내에서 상습적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안동교도소의 부정부패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교도소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법무부는 "해당 직원(교도관)을 중징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동교도소 측은 "수용자 간 성행위는 없었다"며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법무부 "음란행위 발견 못한 직원 중징계"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수용자 A가 "화장실 변기를 수리한다"면서 안동교도소 내 한 방의 거실 출입을 허가받았다. A와 함께 트랜스젠더(트랜스여성) B도 동행했다. 이를 감독해야 할 교도관은 자리를 지키지 않고 근무실로 돌아갔고, 교도관이 떠나자 A와 B는 성관계를 맺었다. 트랜스젠더는 타고난 성(性)과 반대되는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데, 트랜스여성은 출생 성별은 남성이지만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대구지방교정청에 조사를 지시했다. 법무부 측은 "조사 결과, 수용자의 음란행위를 발견하지 못하는 등 수용관리상 문제점이 확인돼 해당 직원을 중징계 조치했다"고 밝혔다.
A와 B 역시 징벌을 피할 수 없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14조(규율) 제4호에 따라 '음란한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는 징벌을 받게 된다. 제215조(징벌 부과기준) 제2호에 따르면 △16일 이상 20일 이하의 금치(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그 기간의 2분의 1의 범위에서 감경 가능) △3개월의 작업장려금 삭감 등에 처해진다.
금치는 수용자에게 내려지는 징벌 중 최고 중징계로, 금치 처분을 받은 수용자는 공동행사 참가·신문 및 TV 열람·자비 구매물품 사용 등이 제한되고 시설 내외 교류가 차단된다. 작업장려금이란 수용자가 교도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돈으로, 영치금으로 전환해 사용하거나 출소할 때 현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성매매를 성관계로 축소·무마"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성관계가 아니라 '성매매'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안동교도소 내부 고발자는 "트랜스젠더 B가 A에게 30만원을 입금받고, 교도관을 통해 빈 방을 열어 성교를 했다. 안동교도소 내에서 상습적인 성매매가 이뤄졌으며, 여기에 교도관이 개입돼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교도소 측은 성매매가 아닌 성관계로 사건을 축소·무마했다. 성매매일 경우 성매매특별법에 따라 관련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할 사안이지만, 성관계라면 교도소 자체 징벌로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로 교도소 측은 항문성교를 구강성교로 바꿔 A와 B의 징벌 수위까지 낮춰줬다"면서 "안동교도소가 이렇게 더럽고 썩었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법무부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해당 직원과 A, B의 처벌 수위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A와 B는 각각 다른 교도소로 이감됐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이번 사건을 인정했음에도, 안동교도소는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안동교도소 측은 "교도소가 어떤 곳인데 성행위가 벌어진단 말인가.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기자가 "안동교도소의 공식 입장인가"라고 수차례 확인했지만, 안동교도소 측은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미 언론에 알려져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나"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은 트랜스여성을 교도소 남성동에 수감하면서 벌어졌다. 트랜스여성이라고 할지라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째 숫자를 '1·3(남성)'에서 '2·4(여성)'로 바꾸지 않으면, 국가 정책과 사회 제도에서는 당연히 남성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별 정정을 위해 '성전환 수술'이 필요하다. 대법원의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 지침'에는 △신청인이 성전환 수술을 받아 현재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에 관한 신체의 성기와 흡사한 외관을 구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성전환 시술 의사의 소견서 △신청인에게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발생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의사 명의의 진단서나 감정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별 정정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법원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에 대해 성별 정정을 허가한 판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2월 "외부 성기가 어떠한가는 성 정체성 판단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다"면서 "정신적 요소가 성 정체성 판단의 근본적 기준"이라고 판결했다.
'마약류 성분 있는 주삿바늘' 적발되기도
안동교도소는 이미 '마약 반입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11월3일자 기사 참조).
지난해 9월경, 안동교도소에서 규율 위반 수용자 보관품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마약류 성분이 있는 주삿바늘(주사기)이 적발됐다. 문제는, 이와 같은 범죄가 발생한 지 1년이 넘도록 마약 반입 경로는 물론 반입자·투약자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측은 "해당 규율 위반 수용자 등의 주삿바늘 취득 및 반입 경위에 대해서는 대구지검 안동지청에서 계속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마약 반입 사건에서도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안동교도소 관계자는 "1g가량의 필로폰이 반입된 흔적이 나왔다. 수용자 중 여럿이 마약수(마약사범으로 수감된 자)에게 거금의 영치금을 입금받은 내용도 발견됐다"면서 "필로폰 행방에 직원이 개입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필로폰 1g은 약 33번(1회 투약량 0.03g)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마약사범을 전문으로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교도소 안으로 마약을 넣을 수 있는 루트는 외부 반입 물품 또는 교도관을 통하는 방법뿐"이라면서 "수용자뿐만 아니라 교도관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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