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매매에 뻥뻥 뚫린 교도소, 법무부는 뭐하고 있나 [쓴소리 곧은 소리]
생계형 범죄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불러온 교도소 과밀 수용도 해소돼야
(시사저널=조영민 인권평화연구원 상임연구위원)
27년 전에 갇혔던 교도소를 최근 방문했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는 수용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엔 고무장갑으로 공을 만들어서 찼는데, 지금은 진짜 공을 찬다. 신기했다. 그만큼 감옥은 많이 변했다. 그때 감옥은 추웠다. 귀, 손, 발, 얼굴. 우리 몸이 장시간 추위에 노출될 때 동상에 걸리는 순서다. 불에 데면 손가락이 순식간에 귀로 간다. 귀가 우리 몸에서 가장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가 가장 먼저 언다. 감방 안에선 물이 꽁꽁 얼고 몸도 따라 언다. 동상에 걸린 귀는 두 배로 커지고 갈라지고 터져서 피가 난다. 발은 오이디푸스처럼 퉁퉁 부어 신축성 좋은 고무신도 신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1996년 한국의 감옥은 초과밀 수용 상태였다. 5평 독방에 36명이 수용되었으니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였다. 적절한 분류 수용이나 합리적인 교정 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비위생적인 인권침해 공간에 불과했다. 나는 그때 교도소에서 처우를 개선하라는 시위를 주도했다가 검은색 정복을 입은 기동순찰대에 끌려가 구타를 당했고, 방성구(防聲具)를 착용하고 뒷수갑을 찬 채 '먹방'이라 불리는 징벌방에 감금되었다. 지금은 없지만 나처럼 체구가 아담하지 않고 덩치가 큰 사람은 바로 누울 수 없을 만큼 작았고, 창문이 없어 해를 볼 수 없기에 먹방이라 했다.
감옥(監獄)의 '옥(獄)'자는 양쪽의 개가 말을 막기 위해 지켜서 있는 모습이다. 감옥에서 가장 힘든 건 대화를 못 하는 것이다. 가끔 벽에다 말을 걸곤 했다. 추석 전에 감금됐다가 다른 교도소로 이감될 땐, 겨울이었다. 옮긴 곳도 감옥이었지만 만기출소 때보다 해방감이 컸다. 그러나 겨울 징역에서 멍들고 동상에 걸린 몸은 쉬 회복되지 않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온 신경은 상처에 가 있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듯, 감옥은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이고 중심이다.
교도소에서도 계속되는 가난의 굴레
사형수 출신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한국 감옥은 난방도 들어가고 TV 시청도 가능해지는 등 그 전에 비해 좋아졌다. 하지만 2023년 현실은 사반세기 전보다 확실히 나아졌을까. 인권연대가 운영하는 장발장은행에는 요즘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대출 신청이 많다. A씨는 어린아이랑 단둘이 사는 젊은 엄마인데 교도소에서 장발장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A씨는 굶주린 아기와 함께 음식을 시켜 먹었고 음식값을 내지 못했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어린아이를 보육원에 맡겨둔 채 수감됐다. 장발장은행은 대출을 해줬고, A씨는 석방돼 어린아이 곁으로 갈 수 있었다.
B씨는 가게 앞을 지나다가 2000원짜리 소품 하나를 훔쳤다가 5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B씨는 정신장애인이다. B씨는 법원의 안내로 장발장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법원이 가혹하게 처벌해 놓고 가난한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으라고 친절(?)을 베푼 셈이다. C씨는 학원을 운영하다가 장사가 안돼 빚이 2000만원 생겼고 갚지 못해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빚도 많은데 국가가 또 500만원을 가져갔다.
검찰청은 벌과금 납부 독촉장과 판결문을 인권연대로 보내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이 장발장은행에서 대출받아 벌금을 납부하겠다고 해서 잡아 가두지 않고 있다며 대출 신청을 했는지 사실조회를 하기도 한다. 인권연대(장발장은행)는 정부 기관도 아닌데 이런 식의 업무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대출신청자가 305명이었는데 올해 10월까지 대출신청자가 490명이다.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장발장은행에 접수된 사례들을 보면 유심칩이나 통장계좌 대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벌금형이 다수다.
이처럼 중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감옥에서 몸으로 때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 수용자가 2배로 급증했고, 전체 교정시설 수용자는 지난 9월 기준 5만8583명으로 늘어났다. 계속 증가해 지금은 6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정권 시작할 때 4만8000명이었는데 불과 1년5개월 만에 25% 급증했다. 집권 1년 반 만에 교도소가 미어터지고 있다.
강력범죄 줄어드는데 수용자는 25% 급증
법무부가 제출한 최근 10년간 죄명별 통계에 따르면 살인, 강도, 폭력 등 강력범죄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강력범죄 전반이 감소했는데, 수용자가 짧은 기간 동안 25%나 급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생계형 범죄, 가벼운 범죄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교도소 과밀 수용을 불러왔다. 가난이 죄가 되어 감옥에 가는 현실은 지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마약사범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생사람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시민을 마약사범으로 몰아 옥살이까지 시킨 사건이다.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없는 범죄를 조작했고, 무고한 시민은 석 달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과밀 수용이 일상화하면서, 수용자 관리에도 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사저널의 보도처럼, 교도소에 마약이 반입되고 상습적 성매매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범죄에 교도관이 개입돼 있다면, 이는 교도소가 교정시설로서의 자격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교도관은 수용자에게 벌을 주면서도 사회 복귀를 돕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남다른 사명감과 전문성이 필요한 이유다. 교도관 양성은 이처럼 국가적으로 중요하지만, 현실은 공백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정직 신입 공무원 직무교육은 법무연수원에서 받는 3주 과정이 전부다. 교도관의 인원도 대폭 증원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관리할 '교정청' 설립이 시급하다.
또한 교정행정을 관리·감독할 법무부에 대해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수용자에게만 엄격하고 교정직원들의 일탈·위법 행위에 대해선 관대하게 처리하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 공화국이냐'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시민에 대한 사법적 대응이 거친 편이다. 내부에 엄하고 외부에 관대한 자세가 요구된다. 사법제도가 강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 불리하게 운영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정의와 공정은 강자의 것이다. 검찰의 수사와 사법제도가 강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는 불리하게 운영되고 있다. 우리 현실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불공정'이다. 윤석열 검사 정권이 가난한 약자들만 마구 잡아 가두는 만행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세상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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