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메디치상' 한강 "예상하지 못해…글 쓸 때는 독자 생각하지 않는 게 행운"

이준성 기자 김정한 기자 2023. 11. 10. 09: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 4.3사건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수상 후 현지서 소감
"역사에서 일어났던 일 다루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9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라세(Grasset)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10/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파리, 서울=뉴스1) 이준성 김정한 기자 = 소설가 한강(53)이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의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을 받은데 대해 "최종 후보에 오른 자체가 기쁜 일이었다"며 "예상은 못 했는데 수상까지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6구에 있는 그라세(Grasset) 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데 대해 이야기 했다. 메디치상은 1970년 제정됐으며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국 작가가 메디치상을 받은 것은 한강이 처음이다.

그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이 소설이 프랑스 문단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역사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질문하는 일"이라며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달라도 인간으로서 공유하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9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라세(Grasset)출판사에서 마련한 축하 칵테일 파티에 참석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1.10/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한강은 2021년 출간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제주 4.3사건을 다룬 것에 대해선 "4.3사건만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학살에까지 가지를 뻗어나가는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한강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원래 2014년에 발간된 '소년이 온다'와 짝을 이루는 소설로, 출간 직후에 꾸었던 꿈이 '작별하지 않는다'의 앞 두 페이지를 이룬다. 처음에는 '학살'에 관한 이야기로 구상했지만, 여러 가지 기억과 생각이 교차하면서 마침내 '제주 4.3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 됐다.

한강은 "정심이라는 인물의 너무나 뜨겁고 끈질기고 강한 마음이 되려고 매일 아침 생각하는 시간은 겹겹이 쌓였다"며 "고통스러운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의 내면에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은 밝음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소설"이라고 밝혔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9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라세(Grasset)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10/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한강은 이번 수상을 통해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상,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상을 받은 이후 또 한 번 권위 있는 외국 문학상을 품에 안는 기쁨을 누렸다.

한강은 "글을 쓸 때에는 독자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게 행운 같다"며 "소설을 완성하는 것 외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해외에서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선 "글을 쓸 때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감각이 중요하다"며 "문장을 쓸 때 내 감각이 전류처럼 흘러나오면 읽는 사람에게 전달이 되는 것 같은데 이것은 문학이라는 것이 가진 이상한 현상이다, 내면의 감각과 감정과 생각을 쓰면 번역이라는 터널을 통과해 읽는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문학이 만들어내는 힘 같다"고 밝혔다.

한강은 또한 독자들에게 "이 소설의 제목처럼 내가 담고 싶은 마음은 작별하지 않는 마음"이라며 "그 마음을 느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강은 다음 작품에 대해선 "한국 현대사는 그만 쓰고 싶다"며 "다음 작품은 조금 더 개인적이고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쓰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소설집 '흰'과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겨울 이야기가 많았다"라며 "겨울 이야기를 완성하고 나면 이제 '봄'으로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9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라세(Grasset)출판사에서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가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10/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메디치상 심사위원 파스칼 로제(Pascale Roze)는 "우리 메디치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한강을 선정했다"며 "작품의 깊이와 감성, 환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아주 내밀한 문체에 크게 매료됐다, 한국 현대사의 사건에 대한 작품이지만 인간의 공통된 내면성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체가 아주 아름다웠으며 특히 번역이 탁월했다, 번역가와 그라쎄 출판사에서 아주 좋은 작업을 이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아킴 스내르프 그라세 출판사 편집자는 "메디치 심사위원단들은 이미 전작들을 통해 한강의 작품들을 잘 알고 있었고, 제주의 4.3사건을 다룬 이번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에 큰 감명을 받았"며 "이번 작품이 나오자마자 프랑스 독자들은 아주 열광했다, 모든 평단에서 한목소리로 최고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9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라세(Grasset)출판사에서 마련한 축하 칵테일 파티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11.10/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한편 한강은 1993년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3년 시인으로, 1994년 소설가로 각각 등단했다. 그간 국내에선 2000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학부문, 2005년 이상문학상, 2010년 동리문학상, 2014년 만해문학상, 2015년 황순원문학상, 2018년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acen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