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인요한식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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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63)은 다혈질이면서 신앙적인 인물이다.
인요한의 가족사는 청일전쟁이 일어나던 1895년 선교사로 제물포에 첫발을 내디딘 '할머니의 아버지(유진 벨)'로부터 현재 그의 자녀까지 5대째 129년간, 미국 개신교의 남장로파라는 신앙적 전통에서 전개됐다.
인요한의 '이준석 문제' 해법은 "마음이 많이 아프고 한이 찼다. 계속 위로하고 설득해야 한다"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대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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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63)은 다혈질이면서 신앙적인 인물이다. 이 파란 눈의 전라도인은 자기 속을 감추는 데 능숙하지 않고 천부적으로 타고난 체력에 용맹함을 갖췄다는 인상을 준다. 팔구 년 전 한겨울, 필자는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 눈 덮인 지리산의 왕시루봉이라는 곳을 함께 등반한 적이 있다. 얇은 옷 두어 장만 걸치고 장갑도 안 낀 채 뾰족한 바위들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에 놀랐다. 본인에게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거대한 곰을 연상케 했다. 인요한이 걸쭉한 순천 사투리로 과거 그 길에서 만났던 멧돼지를 살살 달래 위기를 벗어났던 무용담을 들려준 기억이 난다.
인요한의 가족사는 청일전쟁이 일어나던 1895년 선교사로 제물포에 첫발을 내디딘 '할머니의 아버지(유진 벨)'로부터 현재 그의 자녀까지 5대째 129년간, 미국 개신교의 남장로파라는 신앙적 전통에서 전개됐다. 할아버지 쪽 조상은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군 즉, 반란군 출신이고 할머니 쪽엔 코만치 인디언의 피가 흐른다고 한다. 미국이 선교를 시작할 때 북장로파는 평양·서울·경상도를, 남장로파는 호남 전역 및 충청 일부 지역을 나눠 맡았다. 인요한의 할머니는 1899년 목포, 아버지는 1926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원조 'Mr. 린튼'은 3·1 만세 시위 조직한 독립운동가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은 지독한 반일 독립운동가였다. 남장로파 2세대 선교사로서 1919년 군산에서 3·1 만세 시위를 조직했고, 미국 신문 기고를 통해 일제의 탄압상을 고발했다.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해 5년간 옥살이를 하던 중 해방을 맞았다. 그런 윌리엄 린튼에게 2010년 건국훈장 애족상이 추서됐다. 인 위원장은 선조들의 음덕 등에 힘입어 2012년 '특별귀화 1호 한국인'이 되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영어로 "Mr. 린튼, 당신은…우리의 일원처럼 보이지 않아요"라고 냉소했을 때 "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내가 참 섭섭하구나"라고 인 위원장이 탄식한 배경이다.
인요한의 '이준석 문제' 해법은 "마음이 많이 아프고 한이 찼다. 계속 위로하고 설득해야 한다"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대담)"는 식이다.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만 보아온 사람들에게 '인간 내면의 선한 본성'을 건드리는 방식은 신선했다. 인요한식 접근법이 순진하다거나 이상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렇다 해도 그로 인해 정치인들의 태도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인간애·희생·유머·기다림의 정치가 실패한다고 단정 못 해
사실 따지고 보면 인요한의 인간애, 희생, 용서, 유머, 기다림 등에 바탕한 행동들이 현실 세계에서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가령 연세대 신입생이던 21세 때 아버지가 "네가 성인이 되었으니 말리지 않겠지만 거기에 가면 죽을지 모른다"고 했던 말씀을 뒤로하고 인요한은 5·18 광주에 뛰어들었다. 그가 시민군 통역으로 외신기자들 앞에서 당시 참상과 독재로부터의 자유화 운동임을 세계에 알린 건 유명한 스토리다. 인요한은 또 의사이자 교육자·선교사 집안답게 1997년 이래 북한을 29번 왕래하면서 결핵 퇴치와 구급차 보급 등 보건의료지원 운동을 했다. 30만 명의 북한 환자를 살렸다. 그 모든 비용을 정부 돈 한 푼 받지 않고 '유진 벨 재단' 민간 모금으로 충당했다.
이렇게 살아온 인요한이기에 "전라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경상도 사람을 미워하고, 경상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전라도 사람을 미워하는 건 난센스 아닌가. 나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을 제일 존경한다"고 어디에 가서 얘기해도 진심이 통했던 것이다. 따라서 성과와 조치 이전에 태도와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인요한식 접근법이 정치판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직 예단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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