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연기 고수들 “가진 힘 ‘고도’에 다 토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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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신구(87), 박근형(83), 박정자(81)가 출연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오는 12월 개막한다.
신구가 지난 9월까지 연극 '라스트 세션', 박근형이 지난 6월까지 '세일즈맨의 죽음', 박정자가 지난 5월까지 '장수상회'에 출연하는 등 세 배우가 최근까지 연극 무대에 올랐지만 고령의 배우들이 2달간 단일 캐스트로 출연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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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불구 두달간 단일 캐스트
신구 “마지막 작품 될수도 있어”
박근형 “눈빛만 봐도 대사 절로”
첫 여성이 맡는 럭키역도 주목
박정자 “연기엔 남녀 구분없어”
“오래전부터 ‘고도를 기다리며’는 꼭 해보고 싶은 연극이었어요.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걸 놓치면 영영 못 하니 과욕을 부렸죠. 제 힘을 전부 토해낸다는 각오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신구)
“신구, 박근형 두 선생님의 빛나는 연기를 보면서 저도 60년 넘게 연극을 했지만 매 순간 감동했어요.”(박정자)
“그동안 추구한 연기를 어떻게 변형할까 고민했는데 쓸데없는 생각이었죠. 두 선생님과 연기할 때 눈빛만 봐도 바로 대사가 가능할 정도로 걱정이 하나도 안 되더라고요.”(박근형)
노장 신구(87), 박근형(83), 박정자(81)가 출연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오는 12월 개막한다. 이들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연극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 대표작으로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라는 두 방랑자가 실체 없는 인물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의 희비극이다. 연극은 1953년 파리에서 초연됐으며 국내에선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연출이 1969년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오경택 연출의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돌아오는 작품은 신구가 ‘에스트라공’, 박근형이 ‘블라디미르’, 박정자가 짐꾼이자 노예인 ‘럭키’, 김학철이 럭키의 주인인 ‘포조’, 김리안이 고도의 심부름꾼인 ‘소년’ 역을 맡는다. 9월 사전 리딩을 시작으로 10월 초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출연하는 배우 5명 중 80대가 3명. 신구가 지난 9월까지 연극 ‘라스트 세션’, 박근형이 지난 6월까지 ‘세일즈맨의 죽음’, 박정자가 지난 5월까지 ‘장수상회’에 출연하는 등 세 배우가 최근까지 연극 무대에 올랐지만 고령의 배우들이 2달간 단일 캐스트로 출연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도전이다. 신구는 “나이로 봤을 땐 내가 가장 부담이 크다. 대사가 많아 다 기억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처음엔 역할 맡는 것을 주저했지만 있는 힘을 다 빼내서 이 작품에 쏟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박근형도 “회자가 많이 되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열심히 해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함께 출연한 신구와 박근형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 프로덕션에서 여성 배우가 처음으로 ‘럭키’ 역할을 맡는다는 것도 연극의 특징. 박정자는 “연기엔 남녀가 없다. 신구, 박근형 선생님이 ‘럭키’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여성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며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거쳐 갔는데 내가 출연할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극은 국립극장에서 오는 12월 19일 개막해 2024년 2월 18일까지 공연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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