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로 돌아온 희진 "여전히 이달소로 불리면 좋아요" [인터뷰]
"7년 전에는 연예계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너무 몰랐는데, 지금은 제가 컨펌을 내리지 않으면 회사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죠. 이제서야 ‘진짜 아티스트’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걸그룹 이달의 소녀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돌아온 희진은 최근 발매된 솔로 앨범 'K'가 “100% 만족하는 앨범”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 개의 타이틀곡 후보를 두고, 대표님이 꼭 '알고리즘(Algorithm)'으로 해야한다고 하셨죠. 당시에는 저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조금 걱정이 됐는데,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확신이 생겼고, 결국 100% 만족하는 앨범이 됐어요."
타이틀곡 '알고리즘'은 1980년대 마돈나, 자넷 잭슨, 신디 로퍼 등 서양의 팝을 주도했던 아티스트들의 사운드와 K-팝 스타일의 다이내믹한 텍스처를 함께 살린 곡이다. 끝나버린 사랑 이후에도 자꾸 떠오르는 이별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아도 등장하는 SNS의 피드에 빗대 그려냈다.
"저는 이미지가 밝고 명랑한 편이잖아요. '알고리즘'은 이런 저의 이미지를 잘 살릴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죠. 7년 전 발매한 앨범 '비비드'도 스윙 박자를 타며 즐겁게 불러야 했던 노래거든요. 이번 '알고리즘'도 1980년대 팝 느낌이 있으면서도 리드미컬한 부분이 많아서, 제가 잘 살릴 수 있다고 자신하게 됐죠."
그의 표현을 빌면 '알고리즘'은 북미 팝과 K-팝의 장점, 희진의 강점 세 가지를 모두 살린 곡이다. 뮤직비디오에도 이러한 곡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알고리즘'이라는 최신 SNS의 소재를 활용하고 있지만 배경은 한국의 전통미가 돋보이는 궁궐이다.
"모티프는 드라마 '궁'이에요. 현재 소속사인 모드하우스에 들어오기 전부터 대표님이 저에게 제안해주셨던 콘셉트죠. '궁'은 어릴 때 만화책으로 봤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한국적인 미를 살린 콘셉트는 아이돌에게서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희진은 유난히 걱정이 많았다. 도회적인 외모가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궁' 콘셉트에 저는 너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가 5~6년 전 촬영 때문에 한복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회사 스태프, 멤버 모두 '희진이 너는 외국에서 시집 온 며느리 같다'라고 했거든요. 제가 한복이 너무 안 어울리는 거예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내다 보니 잘 소화한 거 같아서 만족해요. 이제는 한복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하하."
이달의 소녀 비주얼 멤버 답게 비주얼은 반짝반짝 빛난다. 12명의 무대에서 희진을 보다가, 3분 내내 희진의 얼굴만을 볼 수 있다는 건 희진의 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다.
"아무래도 혼자 라이브도 하고 춤도 춰야 하다 보니 표정 연기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60도로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며 연습한 거 같아요. 이달의 소녀 활동을 할 때는 멤버들이 너무 많다 보니 안무 대형 상 멤버들 뒤에 숨거나 하면 조금 힘을 풀어도 문제가 없었거든요, 하하. 이제는 카메라가 저만 잡을 테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재킷 사진을 한 장 한 장 고르고, 곡 가사 작업에도 참여했다. 소속사를 이적하고 발매하는 첫 솔로 앨범은, 이달의 소녀 완전체로 활동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앨범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하며 희진 자신도 크게 성장했다.
"정말 쉽지 않았어요. 일단은 멤버가 1/12로 줄었어요. 무대가 비어 보일 수도 있겠죠. 3분 무대를 이끌어가야 하다 보니 라이브 연습도 정말 열심히 하고, 매 순간 실전이라는 생각으로 연습했어요. 그래도 7년 전 '비비드'를 발매할 때는 연예계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너무 몰랐는데, 지금은 제가 컨펌을 내리지 않으면 회사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이제 진짜 좀 아티스트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달의 소녀는 지난 6월을 기해 12명 멤버가 모두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전속 계약을 끝냈다. 희진은 현재 이달의 소녀를 제작한 연예제작자 정병기가 대표로 있는 모드하우스로 이적한 상태다. 큰 분쟁을 겪느라 고될 때도 있었지만, 희진은 이달의 소녀를 사랑한다고 밝혔다.
"신인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지만, 이달의 소녀도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되게 조심스럽게 여쭤보세요. '너 이달소 희진이라 불려도 괜찮아?'라고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이달소 희진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달의 소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해요. 멤버들 모두가 그래요."
이달의 소녀 멤버인 김립, 진솔, 최리는 희진에 앞서 유닛 '오드아이서클'로 먼저 대중을 만났다. 이들은 '아르테미스'라는 큰 그룹으로 묶여 내년 초 완전체를 준비하고 있다. 그에 앞서 솔로로 나선 희진의 당면목표는, 대중에게 희진의 실력과 끼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번 솔로 활동으로제 무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잘 하는 애가 있었나' 이런 이야기를 첫 번째로 듣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은 제가 늘 해오던 밝고 명랑한 앨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저는 이번 앨범에서 당장 센 콘셉트를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번 활동은 다음 솔로 활동을 위해 많은 길을 열어두는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 오랜 시간 함께 버텨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매번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요. 저희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 왔지만, 이걸 발판 삼아 더 단단하고 좋은 가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할테니 믿고 봐주시길 바라요. 솔로로 활동하는 만큼 저도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한편 희진의 솔로 앨범 'K'는 지난달 31일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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