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늘리는 JB금융, 얼라인과 거리 좁힐까
"자사주 매입·소각해야"…2대 주주와 의견차
성장이냐 분배냐…4분기 전략도 '주목'
JB금융지주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산 성장에 재차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는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춘 보수적인 전략이었다면, 하반기부터는 기존의 성장 정책을 점차 정상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대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자산 성장 대신 주주환원정책에 자본을 활용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업계는 경영진과 2대주주 간의 성장과 관련한 의견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보수적 성장' JB금융, 자산 확대 재시동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JB금융의 은행 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 합계는 총 39조687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4% 성장했다.
이는 지난 상반기 대출 성장률과 비교해 늘어난 수치다. 지난 1분기 양행 합산 원화대출금 성장률은 0.8% 였고, 2분기에는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 대출 성장률이 이처럼 낮았던 이유는 JB금융이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보수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JB금융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이 많은 특성상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 지표가 타 지방금융지주보다 높다. 3분기말 JB금융의 연체율은 1.06%, 고정이하여신은 0.85%이다. JB금융이 이번 연체율 상승의 주원인으로 지목한 서민금융진흥원 보증부 상품을 제외하더라도 연체율은 0.74%다.
같은 기간 BNK금융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0.58%였고, DGB금융은 연체율이 0.96%,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0%로 각각 JB금융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JB금융이 상반기 타 금융지주 대비 보수적인 성장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 상반기에는 상당히 보수적인 영업을 했다"며 "기존의 중금리 대출도 고신용자 중심으로 자산 성장을 했고 전북은행의 전략 상품도 평균 월 취급액을 예년에 비해 50% 정도만 취급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당시 2분기말부터는 건전성 지표가 다소 회복되는 추세임에 따라 하반기에는 기존 비즈니스를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3분기 대출성장률 또한 이같은 측면에서 상반기 대비 다소 상승한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JB금융이 지난 1분기와 2분기에는 자산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에 3분기에 이를 다소 당겨 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증가 달갑지 않은 2대주주
JB금융의 2대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의 자산이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서는 게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9월 열린 JB금융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도 JB금융 경영진과 자본 배치안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내면서 부딪힌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관투자자 간담회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 4월 JB금융 이사회에 보낸 제 3차 주주서한에서 요구한 내용이다. 당시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측에 얼라인이 발제자로 JB금융 대표이사 및 이사회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 간에 주주간담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5월 JB금융의 지분 14.04%를 취득해 1대 주주인 삼양사(14.61%)를 이어 2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JB금융에 대출자산 성장 대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에 여유 자본을 활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JB금융은 김기홍 회장 취임 이후 수익성이 높은 고마진 자산을 중점적으로 확대하는 '핵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을 확대하게 되면 수익성은 높아지지만 자본비율이 하락해 주주환원에 사용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이 줄어들게 되는 측면이 있다.
얼라인측은 JB금융이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출 성장 대신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을 타 금융지주와 같은 4% 수준으로 조정하면서 JB금융의 연간 목표치인 7~8%보다 낮출 것을 요청했다.
반면 JB금융은 얼라인측의 요청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지난 3월에는 과도한 배당성향이 기업 가치에 손해를 입힐 수 있고, 주주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얼라인 측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내년에도 높은 수준의 NIM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본질은 '성장이냐 분배냐'…접점 찾을까
업계는 JB금융과 얼라인파트너스가 성장과 분배에 관한 의견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는 2대 주주가 있으면 경영진과의 의견 충돌은 불가피하다"라며 "성장이냐 분배냐, 혹은 이와 관련한 수준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JB금융이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의한 점을 볼 때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은 과거 대비 커졌다는 평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JB금융이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것을 보면 회사가 (주주환원 측면에서의) 여러 변화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단계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다른 주주보다는 2대주주의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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