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목도하라, ‘서울의 봄’[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다시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겨울이 오기 전에 직접 목도하라.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그리고 1979년 놓치고 만 서울의 봄을.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아수라’ ‘감기’ ‘태양은 없다’ ‘비트’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든 김성수 감독의 신작으로,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정만식, 김성균, 안내상, 최병모, 김의성 등 충무로 정예요원들이 총출동해 여운 짙은 화두를 던진다.
낡은 역사책 한구절이 감각적인 엔터테이닝 영화로 거듭난다. ‘사골’처럼 우릴 만큼 우렸다고 생각했던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141분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역사에 대한 지식 유무도 상관없다. 사전 지식이 있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고, 무방비 상태의 관객이라도 재미와 의미 모두 거머쥘 수 있다. 문어 빨판보다 더 강한 극적 흡인력 때문에, 영화를 보다가도 울컥하고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이 모든 건 김성수 감독의 정확한 계산 덕분이다. 목적성 정확한 캐릭터, 리듬감 있는 서사, 깔끔한 컷 구성과 편집까지 모든 요소에서 적정한 선을 지킨다. 실화의 힘에 기대지 않고 상업영화로서 미덕을 완벽하게 갖추니, 역사와 픽션이 만날 때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크게 누린다.
연기에도 구멍이 없다.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은 머리를 미는 파격적 변신보다 더 살벌한 연기력으로 필름의 중심을 잡는다. 이에 맞서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으로 분한 정우성도 절대 지지 않고 황정민과 부딪히고 폭발한다. 서로 대치하며 결말로 달려나갈 땐 객석은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고요해진다.
두 사람을 중심축으로 뻗어나간 조연들의 앙상블도 기대 이상이다. 위에 언급한 배우들 뿐만 아니라 박훈, 이재윤, 남윤호, 고 염동헌, 그리고 특별출연한 정해인, 이준혁까지 제자리서 묵묵히 몫을 다한다. 허투루 사용된 캐릭터 하나 없이 빽빽하게 필름을 채운다. 연출, 대본, 연기 삼박자 고루 갖춘 ‘웰메이드’ 작품의 탄생이다. 가물었던 한국 영화계에 드디어 내리는 ‘봄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2일 개봉.
■고구마지수 : 1개 (답답한 역사는 바꿀 수 없으므로)
■수면제지수 : 0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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