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들 연이은 폐관…흔들리는 연극의 메카
팬데믹 후 공연시장 성장해도 소극장 예외…임대연장 불가 통보도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연극의 메카' 대학로를 지탱해 온 소극장들이 하나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극장들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영난과 건물주의 재계약 불가 통보로 폐관을 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0일 공연계에 따르면 1991년 설립돼 대학로를 대표하는 소극장으로 불렸던 학전이 내년 3월 15일을 끝으로 극장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학전은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대학로 관객이 급격히 줄면서 극장 폐관을 고민하다 최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까지 겹치며 끝내 폐관을 결정했다.
학전은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극장이었다. 2004년부터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어린이극을 꾸준히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며 공연시장은 다시 성장하고 있지만 높은 수익을 올린 공연은 대형 뮤지컬에 집중되고 소극장들은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2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연극 분야의 티켓 판매액은 약 150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4.6%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티켓 단가가 1만5천원 선에서 2만1천원 선으로 상승하며 티켓 판매액은 20% 증가했지만, 공연 건수는 879건에서 827건으로 되레 줄었다.
임대료가 오르는 상황에서 소극장 입장에서는 오픈런으로 상연하는 인기 연극을 제외하면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3분기 연극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을 살펴봐도 스타 캐스팅을 내세운 중극장 연극이나 대학로 오픈런 연극이 전부였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대학로에서 입소문을 타고 오픈런으로 상연되는 작품은 1년에 많아야 한 두 편"이라며 "임대료 상승이 대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높은 대관료로 인해 제작비 부담이 늘며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 못하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극장주의 의사와 관계없이 건물주가 재계약 불가를 선언해 폐관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코미디 연극 '졸탄쇼', '드립 소년단' 등으로 관객을 만나온 졸탄극장의 이영수 연출은 갑작스레 극장 운영을 중단할 상황에 놓였다.
2012년부터 대학로에서 극장을 운영한 그는 2019년부터 내년 2월까지 극장 임대계약을 맺었지만, 2021년 건물을 매입한 새 건물주가 지난달 극장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졸탄극장은 지난달 한국소극장협회가 운영하는 환경개선 지원사업에 선정돼 12월 초까지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했지만 보조금 수급도 포기해야 했다.
이 연출은 "극장을 운영하며 월세도 출연료도 밀린 적 없는데 건물주의 말 한마디에 극장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다"며 "대학로가 문화지구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을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002년부터 21년간 무언극을 공연해온 한얼소극장도 올해를 끝으로 극장의 문을 닫는다. 건물주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다음 달 폐관이 결정됐다.
이건동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관객이 몇 명이든지 광고나 홍보 없이 연극을 올려왔는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아 충격을 받았다"며 "새로 설치한 장비도 써보지 못하고 극장 문을 닫는 상황이라 크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소극장은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건물주의 급작스러운 퇴거 통보는 청천벽력과도 같다.
사단법인 한국소극장협회 황배진 사무국장은 "10년 이상 운영한 극장이라 하더라도 건물주가 재계약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극장주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건물을 강제로 팔지 말라고 말할 근거가 없기에 극장 매각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의 창작지원 사업에 선정됐는데 건물주의 퇴거 통보를 받고 사업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로 소극장을 보호하는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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