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 모두가 흥분할 경기"...'해버지'도 기대하는 코리안 더비, PL 득점 순위 2위 손흥민 vs 6위 황희찬 승자는?
[인터풋볼] 이종관 기자 =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PL) 첫 '코리안 더비'가 성사된다.
울버햄튼과 토트넘 훗스퍼는 11일 오후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24시즌 PL 12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현재 울버햄튼은 3승 3무 5패 승점 12으로 리그 14위에, 토트넘은 8승 2무 1패 승점 26으로 리그 2위에 위치해 있다. 황희찬과 손흥민 모두 올 시즌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만큼 많은 기대를 모으는 이번 매치업이다.
황희찬의 올 시즌 활약은 대단하다. 2라운드 브라이튼전을 시작으로 4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 5라운드 리버풀전 내리 득점에 성공했고,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에서도 득점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끊었다.
정점은 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이었다. 이날 경기 역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후반 21분 1-1의 균형을 깨는 역전골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직전 인터뷰에서 적장 펩 과르디올라가 황희찬을 'The Korean Guy'로 부르며 여러 논란이 있었던 만큼 황희찬에겐 의미 있는 골이었다.
황희찬 역시 경기 후 구단 채널을 통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전반전이 끝난 후 선수들끼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을 이루어냈다.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내가 넣은 모든 골은 의미가 있으나 홈에서 득점을 하면 기분이 정말 좋다. 마테우스 쿠냐의 도움이 워낙 훌륭했다. 팀에 도움이 돼서 기쁘다"라며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멈출 줄 모르는 황희찬의 득점포는 다시 한번 가동됐다. 8라운드 아스톤 빌라전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후반 8분 선제골을 넣으며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비록 울버햄튼은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승점 1점에 그쳤지만 황희찬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경기였다.
2경기 연속골과 동시에 리그 5호골을 터뜨린 황희찬은 구단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황희찬의 리그 5호골이 터진 후 축구통계매체 '옵타'는 "황희찬은 울버햄튼 역사상 최초로 PL 홈 경기에서 5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린 선수가 됐다"라며 그의 활약을 조명했다. 지난 시즌 37라운드 홈 경기 에버턴전에서부터 올 시즌 브라이튼, 리버풀, 맨시티, 빌라전까지 이어져 온 기록이다. 또한 이날 경기 득점으로 황희찬은 엘링 홀란드, 손흥민, 알렉산더 이삭, 모하메드 살라에 이어 PL 득점 순위 4위까지 상승한 황희찬이다.
울버햄튼이라는 비교적 약팀에서도 뛰어난 득점력을 보인 황희찬이 활약은 통계로도 드러났다. PL 공식 SNS가 공개한 순위표에서 황희찬은 슈팅 12개 중 5개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리그에서 가장 높은 슈팅 대비 득점률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문전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황희찬이다.
그리고 9라운드 본머스전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황희찬은 곧바로 10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날 경기 득점으로 황희찬은 1877년 울버햄튼 창단 이후 홈에서 6경기 연속으로 득점한 최초의 선수로 등극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이 기록은 나에겐 매우 큰 영광이다. 하지만 내가 넣은 모든 골은 우리 팀이 만든 것이고, 우리는 매우 열심히 경기에 임하고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 팀 동료들과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전반 44분에 발생한 PK 장면에 대해선 "경기 후 이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공을 클리어링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나를 막는 것을 봤다. 그 후 나는 그냥 멈췄고, 그가 나를 건드린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PK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심판이 판정을 내렸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팀에 도움이 되는 것뿐이었기에 골을 넣어 기쁘다"라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극적인 동점골의 주인공 황희찬에게 평점 7점을 부여했고, 황희찬이 PK를 내준 장면에 대해선 "셰어가 황희찬의 터치 뒤 공에 도달해 접촉을 예측하는데 능숙했다. 하지만 심판이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것만큼 명확하지 않은 장면이 이어졌다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개리 오닐 감독 역시 "그 판정은 정말 추악하고 끔찍했다. 특히 VAR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 끔찍했다. 그들(심판)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라며 분노했다. 이어 "황희찬은 공을 걷어내기 위해 셰어와 아주 최소한의 접촉만을 했다. 내 말은 거의 접촉이 없었다는 뜻이다. 공은 황희찬이 셰어와 접촉하기 전에 이미 그의 발에 닿았다. 그래서 그것은 끔찍한 결정이다"라며 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황희찬의 득점 장면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의 카렌 카니는 황희찬의 득점 장면을 두고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는 궃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선수인데 특히 멀리서 밀고 들어오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것이 그가 울버햄튼에 있는 이유다.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낸다. 득점 장면을 보면 댄 번이 미끄러지면서 태클할 것을 아는 듯 속도를 맞춰 세계적 수준의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과거 PL에서 활약했던 로비 무스토 역시 자신의 팟캐스트를 통해 "그의 득점 장면은 마치 메시를 연상케한다"라며 호평했다.
뉴캐슬전 득점으로 PL 이달의 골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황희찬이다. PL 사무국은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3년 10월 최고의 득점 중 8골이 버드와이저 이달의 득점상 후보에 올랐다"라며 8골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황희찬 이외에도 아스널의 에디 은케티아, 브렌트포드의 브라이언 음뵈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디오고 달롯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PL 무대 입성 이후 처음으로 수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자는 팬 투표와 전문 패널의 의견에 의해 결정된다. 만일 황희찬이 이달의 골을 수상하게 된다면 PL 무대에서 개인 커리어 첫 번째 수상과 더불어 손흥민이 수상했던 2019-20시즌에 이어 약 3년 만에 '코리안리거'가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경쟁자들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28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해트트릭과 함께 팀의 5-0 대승을 이끈 은케티아 역시 유력한 후보다. 은케티아는 2-0으로 앞선 후반 13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대표알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자신의 세 번째 골을 완성시켰다. 은케티아 이외에도 번리전 닐 무페이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한 음뵈모, 셰필드전 환상적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한 달롯, 번리와의 경기에서 마치 데이비드 베컴을 연상시킨 장거리 칩 슛으로 득점에 성공한 본머스의 필립 빌링 등이 황희찬과 경쟁한다.
11라운드 셰필드 전에선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도움을 기록하며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을 이어나갔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풀타임을 소화한 황희찬은 1도움과 함께 키패스 4회, 결정적인 기회 창조 1회, 드리블 성공 2회(4회 중)를 기록하며 킬먼과 더불어 팀 내 최고 평점인 7.1점을 부여받았다. 또한 축구통계매체 '풋몹' 역시 황희찬에 팀 내 최고 평점인 7.8점을 부여하며 그의 활약을 인정했다. 현재까지 리그 11경기 6골 2도움. PL 무대에 입성한 이후 최고의 출발을 보이고 있는 황희찬이다.
손흥민의 올시즌 활약도 만만치 않다. 시작은 지난 9월 4라운드 번리와의 경기였다. 히샬리송을 대신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5-2 대승을 이끌었다. 이와 동시에 과거 첼시 소속의 '레전드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의 104골 기록을 넘어서며 PL 통산 득점 순위 30위에 이름을 올렸다.
5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선 득점을 터뜨리진 못했으나 곧바로 6라운드 아스널전에서 또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날 경기 역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제임스 메디슨의 도움을 받아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했다. 또한 토트넘 통산 150골이라는 역사적인 기록까지 달성했다.
이후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7라운드 리버풀전에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전 선제골을 기록하며 유럽 통산 200호 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선제골에 힘입어 토트넘은 2-1 승리를 거뒀고 리그 2위 자리와 함께 개막 이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또한 PL 사무국은 이날 경기 손흥민을 POTM(Player Of The Match, 수훈 선수)로 선정하며 그의 활약을 인정했다. 득표율은 과반에 가까운 45.7%로 압도적인 수치였다.
이러한 활약으로 9월 PL 이달의 선수상까지 수상했다. PL 사무국은 수상자로 손흥민을 발표하며 "토트넘의 주장은 지난 9월 최전방 공격수라는 새로운 역할에서 탁월한 활약을 펼쳤다. 그의 6골은 토트넘이 무패 행진을 기록하는 데 도움이 됐고 선두 맨체스터 시티에 1점 뒤진 2위로 9월을 마감했다"라고 그의 활약을 조명하기도 했다.
A매치 휴식기 이후에도 손흥민의 득점포는 멈출 줄을 몰랐다. 9라운드 풀럼전 역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36분 선제골, 후반 9분 제임스 메디슨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또한 10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 후반 21분 추가골을 넣으며 2경기 연속 골 기록을 이어나갔다.
손흥민 역시 놀라운 현재 PL에서 놀라운 골 결정력을 보여주는 선수 중 하나다.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31일 공식 SNS를 통해 "손흥민은 현재 PL에서 5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높은 빅 찬스 전환률(85.7%)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조명했다. 이는 현재 11골로 PL 득점 순위 1위에 올라있는 홀란드보다 높은 수치였다.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도 순항 중이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올 시즌을 새롭게 시작한 토트넘은 리그 10경기를 치를 때까지 8승 2무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승점 26점으로 단독 선두에 위치해있었다(11라운드 첼시전 패배 이후 현재 2위로 내려앉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물러난 이후 조세 무리뉴, 누누 산투,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거치며 암흑기를 지나온 토트넘에게 근 몇 년간 최고의 시즌 출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인 능력과 더불어 올여름 이적시장에 영입한 신입생들의 활약도 지금의 성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4,000만 파운드(약 660억 원)의 이적료로 토트넘에 합류한 메디슨은 바로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팀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1라운드 브렌트포드전부터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MOM(Man Of The Match)로 선정됐고, 3라운드 본머스전 1골과 MOM, 4라운드 번리전 1골을 기록하며 리그 4경기만에 2골 2도움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후 6라운드 아스널전 2도움, 8라운드 루턴 타운전 1도움, 9라운드 풀럼전 1골을 기록하며 리그 8경기 3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수비의 핵심 미키 판 더 펜과 부동의 NO.1 굴리엘모 비카리오도 빼놓을 수 없다. 3,500만 파운드(약 574억 원)의 이적료로 합류한 판 더 펜 역시 시즌 초반부터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더불어 팀의 핵심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다. 과거 '울며 겨자 먹기'로 에릭 다이어, 다빈손 산체스와 같은 기량 미달의 자원들을 사용하던 토트넘은 판 더 펜-로메로 조합으로 단단한 중앙 수비 라인을 구축하며 시즌 초반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또한 위고 요리스의 장기적인 대체자 격으로 영입된 비카리오도 엄청난 선방, 빌드업 능력을 보여주며 팀의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황희찬과 손흥민 모두 역대급 출발을 보내고 있는 올 시즌. '해버지' 박지성도 두 선수의 맞대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울버햄튼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축구 팬들이 흥분할 경기다. PL에서 한국 선수들이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경기력이 좋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PL, 버드와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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