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서울의 봄', 잘 차려진 실화극에 황정민 황금숟가락 얹기

유은비 기자 2023. 11. 1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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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울의 봄\'.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이브미디어코프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했던 이야기. 숨막히는 1979년 12월 12일의 그 어둠 속으로 관객들을 밀어 넣는 영화 '서울의 봄'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10.26 대통령 시해 사태 직후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박정희 서거 이후 계엄법에 따라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는 계엄사령관에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은 합동수사본부장에 임명된다. 모든 정보를 손에 틀어쥔 전두광은 권력 찬탈을 위해 정상호를 납치, 12·12 군사 반란을 일으킨다.

▲ 서울의 봄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은 한국 영화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다뤘다. 사건의 큰 틀과 진행 방향은 사실에 맞게 구축하되, 인물들의 성격과 행적은 김성수 감독의 상상을 덧붙여 영화적으로 창작했다. 특히 군사반란이 전개된 9시간 동안 반란군 내부에서 오갔던 모의와 이에 대한 반란군의 진압 과정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재구성했다.

따라서 영화는 사건의 재연보다는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다. 반란에 참여할지 말지, 병력을 보낼지 말지, 반란군의 편으로 돌아설지 말지. 등장인물의 끝없는 고민과 선택을 통해 전개되는 영화에서 관객들은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1979년 12월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서울의 봄'은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 없어도 보기 쉬운 친절한 영화다. 탐욕에 사로잡힌 이들과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이들의 대결이라는 선과 악의 구별이 분명하다. 또한, 초반 배경과 인물 설명을 탄탄히 쌓아놓은 덕에 수십 명에 달하는 주요 등장인물에도 어려움 없이 관람할 수 있다.

▲ 서울의 봄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실화를 모티프로 한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것. 더군다나 끝내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잡는 군사 반란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더욱이나 결말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다. 그러나, 김성수 감독은 연출의 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결론적으로 실제 사건과 영화의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김성수 감독은 반란군이 정권을 잡았다는 팩트보다 이후 전두광의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그렇게 양심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진정한 승리가 아니라 부메랑이 돼서 올 거라는 걸 느꼈을 것"이라는 상상이자 바람을 더해 완벽한 픽션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게 '성공한 쿠데타'였던 12·12 군사 반란의 주인공은 '서울의 봄'에서 역사의 패배자로 다시 쓰였다.

잘 차려진 엔딩에 얹어진 황정민의 황금 숟가락은 화룡점정. 파격적인 대머리 비주얼에 1차 쇼크, 입술의 떨림까지 조절하는 메소드 연기에 2차 쇼크다. 그는 군사 반란의 주동자이자 권력을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는 권모술수의 대가 전두광의 탐역스러운 면모를 세심하고 과감하게 그려냈다.

▲ 서울의 봄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여기에 이성민, 정우성, 김성균부터 박해준, 정동환, 김의성, 안내상, 특별출연 정해인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 향연과 앙상블은 숨 쉴 틈 없는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들이 펼치는 능청스러운 블랙코미디만이 관객들의 유일한 숨구멍. 141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다만, 다큐멘터리와 영화 사이 그 어디쯤의 선을 잘 유지하던 영화가 클라이맥스 위기를 겪는 이태신(정우성) 개인의 감정으로 들어가며 신파극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금세 영화의 톤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의미있는 엔딩을 맞는다.

'서울의 봄'은 한국만이 만들 수 있고 한국이 만들어야 하는 영화다. 1979년 12월로의 초대에 응한 관객들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마음껏 분노할 수 있길 바란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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