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말겠지” 지나가는 유행으로 무심코 넘겼다가는…요즘 회사들 필수 생존법 들어보니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 기업 활동을 하라는 ‘ESG 경영’.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을 향한 ESG 경영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게 국내 기업들의 속사정이다. 아직 국내에는 따를 만한 어떤 가이드라인도, 법도 없어서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일순간 지나가는 유행으로 그치지는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제 기준은 어느 정도 정립돼 도입을 앞두고 있다. 기업들이 ESG경영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법무법인 원 ESG센터의 이유정 센터장, 이영주 변호사에게 물었다.
이유정 센터장은 지난 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내부에 환경, 인사, 지배구조를 담당하는 부서가 각각 다르다 보니 정보가 산재 돼 있다”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고서 작성 및 공시하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령 해외에서 공급망 실사 등 새로운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전담하는 조직 없이는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ESG 경영의 필요성은 본격 커질 전망이다. 환경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각 기업들은 당장 탄소를 얼만큼 배출하고 있는지, 절감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등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 시작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있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전력·비료·수소 등 6개 품목을 EU로 수출할 때 제품 생산 시 배출한 탄소만큼 값을 매기는 제도다. 비용을 치르는 건 2026년부터지만 그 전까지 분기 별로 탄소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첫 보고서 제출 기한은 내년 1월 31일로 꼭 석달이 남았다.
이같은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ESG 공시’도 문제다. 환경 분야를 담당하는 이영주 변호사는 “ESG 공시 제도들이 자율 공시 체계가 많았는데 국제회계기준(IFRS)의 기후 관련 요구사항(S2)으로 수렴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은 IFRS가 가지는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IFRS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6월 공시 기준을 발표하고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되 1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지난달 도입 시기를 2026년으로 연기했다.
이에 대해 이영주 변호사는 “정부는 결국 IFRS 안이 확정되면 약간의 변형을 가해서 우리나라 식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국제 기준과 충돌할 위험 없고 어차피 적용해야 하니 기업들에게 비판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문제는 국내 대응이 너무 늦어진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법무법인 원은 최근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ESG 공시를 의무화하자는 취지로 청구한 헌법소원을 지원했다. ESG 공시도 행정 제재를 가하는 등 강력한 책임을 묻는 자본시장법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영주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은 기업의 행동을 이끌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의 공시 규정은 사업 내용이나 임원의 보수 등 중요한 사항들을 언급하고 이외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며 “기후변화가 심각한데 ESG 관련 정보들을 대통령령에 위임해도 되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ESG 경영으로의 변화에는 비용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성과 시급함에 대해 경영진이 충분히 이해하고 결단을 내려야 조직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기업 대상 ESG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법무법인 원은 에듀테크 기업 뉴인과 함께 ‘ESG 노하우’라는 모바일 기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유정 센터장은 “ESG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알게 되면 업무 절차나 담당자 지정 등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고 경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변호사도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협의체(TCFD) 공시 권고안에서도 지배구조와 관련해 기업의 의사결정권자가 (ESG 경영에) 대해 관여하고, 알고 있는지를 물어본다”고 덧붙였다.
아직 많은 기업들에게 ESG 경영은 먼 이야기다. 이영주 변호사는 “(ESG 경영을) 되도록 안하고 싶고,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하고 싶다는 입장을 이해한다”며 “몇몇 대기업은 내부 자원도, 자금력도 있어 상당히 준비하고 있지만 그 외 기업들은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ESG 경영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선의가 아니라 경쟁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영주 변호사는 “ESG 경영을 새로 생기는 규제라고 생각지 않고 경제 시스템이 바뀌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 대전환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하면 가라앉지만 잘 준비되어 있으면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addressh@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왜 아직도 입 다물고 있나?”…이다영, 또 김연경 저격
- 조국, 평산마을 찾아 文과 포옹…“앞으로 열심히 살아보겠다”
- 한국 숙소에 '소변 테러'한 대만인…"스벅 음료다" 황당 해명
- “나쁜 XX들, 그 머리로 공부하지”…성시경, 매니저와 암표상 잡았다
- “2㎝ 철사 나왔다…먹었으면 큰일날뻔” ‘이 피자’ 당장 반품하세요
- “뭘 봐” 전청조 보자마자 날세운 남현희…살벌했던 6시간 대질조사
- 故 최진실 딸 최준희, 父조성민 향한 그리움…사부곡 공개
- 가수 이정 “올해 2월 신장암 1기 판정…수술 잘 됐다”
- 박나래, 생일 맞아 2000만원 기부…세브란스 누적 1억2000만 원
- “학창시절 나 괴롭혔지?”…‘귀신 사진’ 수차례 전송한 20대, 스토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