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 아닌 '공동의 발전'...K리그 클럽라이선싱, 새로운 '길잡이'가 세워졌다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K리그 클럽라이선싱의 가치는 '함께 나아감'에 있다.
■출발점은 'AFC 클럽라이선싱'
K리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K리그 클럽라이선싱의 등장이다. 생소한 개념이지만 의외로 간단한 의미다. K리그 클럽라이선싱은 'K리그에 참가하기 위한 자격(라이선스)을 얻는 과정'을 말한다.
K리그 클럽라이선싱은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시작됐다. AFC는 '2012년에 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AFC 클럽라이선스를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는 규정을 정했다.
취득 기준은 다양하다. 업무 별로 담당자를 구체화하고, 구단마다 연령별 유스팀(U-10·U-12·U-15·U-18)을 구성하는 등 AFC가 원하는 여러 자격을 갖춰야 ACL 출전권을 부여했다.
K리그 팀들은 ACL에 출전하는 팀만 해당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됐다. 하지만 당시 상주 상무(현재 김천 상무)를 제외하고 K리그 15개 팀이 AFC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변화는 2015년에 찾아왔다. 리그를 운영하는 프로축구연맹(연맹)이 AFC 클럽라이선싱을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AFC 클럽라이선싱 업무가 대한축구협회(KFA)에서 연맹으로 이관됐다.
연맹은 곧바로 '클럽라이선스의 의무화'를 도입했다.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15년에는 K리그1(1부리그) 팀들이 대상이었고 다음 해에는 K리그2(2부리그) 구단들까지 확대됐다.
■ACL의 추춘제 도입→'K리그 클럽라이선싱' 등장
올해 들어 다시 한번 제도의 변동이 찾아왔다. 이는 ACL의 진행 방식 변경 때문이다. AFC는 그동안 K리그와 똑같이 봄부터 가을까지 대회를 하는 '춘추제' 시스템으로 ACL은 운영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주로 유럽 축구에서 적용되는 '추춘제(가을~봄)'를 도입했다.
그동안 K리그가 ACL과 같은 기간에 진행이 됐기에 연맹은 'AFC 클럽라이선싱'을 기준으로 K리그 팀들을 운영했다. 하지만 대회 일정이 달라지면서 'AFC 클럽라이선싱'을 위한 서류 마감 기한이 달라졌고, 이로 인해 K리그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연맹은 기존의 'AFC 클럽라이선싱'을 ▲AFC 클럽라이선스 ▲K리그1 라이선스 ▲K리그2 라이선스로 분리해 별도로 운영하는 'K리그 클럽라이선싱'을 도입했다. K리그1 또는 K리그2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하고, ACL까지 출전하는 팀은 AFC 라이선스도 별도로 취득해야 하는 방안이다.
클럽 라이선싱의 기준은 크게 5가지다. 스포츠·시설·재무·법무 그리고 인사·행정까지. 각 분류에 맞는 세부적인 조건들을 충족해야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다.
해당 기준은 A·B·C등급으로 나눠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 A등급은 라이선스를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필수 조건이다.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K리그1·K리그2·AFC 라이선스 어느 것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B등급은 필수는 아니나 충족지 못할 경우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조건이다.
C등급은 권고 사항이다. 새롭게 시행되는 규칙이나 추후에 B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준들이 주로 C등급에 배치된다.
연맹은 클럽 라이선싱 업무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사무국 내 '클럽라이선스팀'을 신설했다.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라이선싱 과정을 진행하기 위함이다.
■방향성 제시·인식 개선·독자적인 기준...K리그 클럽라이선싱이 필요한 이유
K리그 클럽라이선싱의 도입이 각 구단들에게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기존 라이선스 획득 과정에서도 서류 작업을 비롯한 많은 업무량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개별로 진행이 되면서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K리그 클럽라이선싱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핵심은 '공동의 발전'이다.
연맹 관계자는 "라이선싱은 각 구단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길잡이다. 각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춰 함께 발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하겠다'는 질책이 아닌 '이 부분은 개선을 해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자'는 측면이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발전을 도모하자'는 방향성은 '인식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K리그2 라이선스 중에서 특히 강조되는 건 각 구단의 행정을 담당하는 사무국의 규모와 여러 시설이다. K리그 전반적으로 부족한 인력과 시설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자금 문제도 있지만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가 기조인 상황에서 라이선스의 역할은 구단의 행정 담당자들이 '최소 이 정도 조건은 갖춰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또한 라이선싱을 통해 K리그만의 독자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나라마다 고유의 환경이 있다. 기후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을 포함해 리그 특징 등 다양한 문화적 고려 사항이 있다. K리그 클럽라이선싱을 통해 맹목적인 해외 기준 도입이 아닌 합리적으로 한국의 상황에 맞는 기준이 세워질 수 있다.
■나아갈 발걸음 또한 무궁무진하다!
'K리그 클럽라이선싱'은 이제 첫 발을 내디뎠고 다양한 부분에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K리그 감독 공석 시 직무대체 기한을 공석 발생 50일 만료 시점을 기준으로 K리그 잔여 경기가 5경기 이하일 경우 기간을 12월 31일로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의 AFC는 구단의 1군 선수와 유소년 선수만 건강 검진을 진했는데, 연맹은 대상을 구단 스태프까지 확장했다.
또한 올바른 발전을 위해 다양한 해외 라이선싱을 참고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카타르는 마케팅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련해서도 라이선스를 진행 중이다. 또한 일본은 1부부터 3부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독일, 유럽축구연맹(UEFA) 등도 좋은 롤모델이다. 이들의 제도를 바탕으로 K리그만의 라이선싱을 잘 구축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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