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리커창

김재근 선임기자 2023. 11.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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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 같다"라는 표현이 있다.

소련 최고 권부가 동서냉전 시기 모스크바 크렘린궁 안에서 술수와 음모, 공작을 펼쳤던 것과 밀접하다.

리커창은 시진핑과 주석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인물이다.

중국 웨이보의 '리커창 동지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해시태그가 22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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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크렘린 같다"라는 표현이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음흉하고 비밀스런 인물이나 조직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련 최고 권부가 동서냉전 시기 모스크바 크렘린궁 안에서 술수와 음모, 공작을 펼쳤던 것과 밀접하다. 부정적이고 어두운 느낌을 주는 대상을 이처럼 표현한 것이다.

요즘 시진핑을 비롯 최고위층이 있는 중국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가 그렇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 듯한데 소문만 무성하다. 친강 외교부장과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 리상푸 국방부장이 잇따라 사라졌다. '숙청'됐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으니 도무지 그 진실을 알 수 없다.

최근 장례가 치러진 리커창 전 총리에 대해 세계 언론들이 갖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상하이의 호텔에서 수영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심폐소생술은 제대로 했는지, 긴급상황인데 왜 양의(洋醫)병원이 아닌 중의(中醫)병원으로 옮겼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리커창의 나이가 68세이고 불과 두달 전 간쑤성 둔황의 막고굴을 찾았을 때도 건강한 모습이었다.

리 총리의 추모와 장례도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고위 관료가 참석하여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애도기간은 없었고, 공개적인 추모공간 설치나 모임, 행사도 금지했다. 온라인에서 리 총리를 애도하는 영상이나 추모 글이 확산하는 것도 검열, 삭제했다.

리커창은 시진핑과 주석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인물이다. 막판에 밀려나 2인자인 국무원 총리에 머물렀지만 늘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행보로 민심을 얻었다. 중국 웨이보의 '리커창 동지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해시태그가 22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만큼 인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컸다는 얘기다.

지금 중국은 위험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로 외교와 정치, 무역의 고립을 자초했고, 국내 경제도 전례 없는 침체국면에 들어섰다.

리커창은 총리를 그만두면서 "사람이 하는 일을 하늘이 보고 있다."는 고별사를 남겼다. 시진핑을 염두에 둔 듯하다.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이 어떻게 나아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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