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BTS에 자극…젊은 예술가들 쫓아가고 있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일본 영화계가 재난 트라우마를 위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세상을 구하는 여고생의 이야기를 통해 대지진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했다면, 이와이 슌지 감독은 노래로 자신을 표현하는 키리에의 목소리로 아픈 영혼들을 위로한다.
1일 개봉한 '키리에의 노래'는 노래로만 이야기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자신을 지워버린 친구 잇코(히로세 스즈),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다룬 영화다. 지난 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공식 초청돼 예매 오픈 3분 만에 1000석에 가까운 전체 상영 스케줄을 매진시키며 큰 호응을 얻었다.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와이 슌지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갔던 게 20년 전이었다. 한국 팬들과 오랜 시간 이어온 인연이 있다. 묘하고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고향 센다이는 실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그날의 기억은 그에게도 큰 충격으로 남았고, 상흔은 채 아물지 않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키리에의 노래'를 통해 재해가 남긴 깊은 상처를 안고 냉정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다독인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이 큰 상처를 입었죠. 그래서 재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꽃은 핀다'는 노래를 만들고, 10년 동안 재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재해가 일어난 하루보다 그 뒤로 아주 긴 시간 동안 일본에 대해 생각했어요. 재해가 일어나고 제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지금까지 걸어온 것 같아요."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미는 이번에도 빛난다. 도쿄, 오사카, 오비히로 등 다양한 일본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한 영상은 각자의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을 섬세하게 담는다. 특히 파란색과 빨간색을 과감하게 활용한 색감 연출 역시 작품에 깊이를 더한 '키리에의 노래'만의 매력이다.
"모든 장면들에 추억이 있지만 설원에서 아이나 디 엔드와 히로세 스즈가 뒹굴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크랭크인이었어요. 눈이 남아 있을 때 찍었어야 했죠. 보통 첫 촬영할 때 영화의 심볼이 될 것 같은 장면으로 시작하진 않는데 이번엔 '이걸로 우리 영화가 시작하는구나!' 하고 특별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마음이 좀 숙연했어요. 결국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오프닝이자 엔딩을 장식하게 됐죠."
이와이 슌지 감독만의 독보적인 감성에 일본 현지는 물론 국내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에 '키리에의 노래'는 개봉 3일째인 지난 3일 누적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그의 전작 '라스트 레터'의 1만 관객 돌파 시점인 12일, '립반윙클의 신부'의 6일 등을 가뿐히 뛰어넘은 기록이다.
"일본에서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그 어떤 영화보다 리뷰가 많아요.(웃음) '영화를 보고 다음 날까지 생각나서 울고 있다',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이렇게까지 만들진 않았는데' 싶었어요.(웃음) 동시에 내 감수성이 옅어졌다고 느꼈어요. 저는 이제 영화를 보고 다음 날까지 감정이 이어지진 않거든요. 관객들의 그런 순수한 감수성이 제 나이에 보기엔 부러워요."
국내 흥행 기록이 보여주듯, 이와이 슌지 감독은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거장 중 한 명이다. 특히 1999년 개봉한 '러브레터'는 여전히 많은 영화팬들의 '인생 멜로'로 꼽히고 '하나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립반윙클의 신부'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는 '이와이 월드'로 불리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러브레터'는 제가 서른 살쯤 만든 작품인데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났어요. 지금도 그 영화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요. 저와 한국팬들을 이어준 첫 영화라 제 인생 전체를 돌아봤을 때도 기적 같은 작품이에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8mm 필름으로 영화를 찍었어요. 그때부터 직접 만화도 그리고 영화에 들어갈 음악도 만들었어요. 프로 업계에 들어와서도 바로 영화를 찍은 게 아니라 뮤직비디오, TV드라마, CF를 만들다가 결국 영화에 닿을 수 있었어요. 제 페이스대로 작업해왔는데 '이와이 월드'로 봐주시는 건 그만큼 공감해주셨다는 얘기 같아 감사해요. 모든 걸 직접 손으로 만드는 제 작업 방식이 젊은이들이 업계에 입문할 때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와이 슌지 감독이 '러브레터' 이후로도 오랜 시간 세련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젊은 아티스트들이다. 나이 어린 후배들을 보며 배운다는 그의 유연함이 오늘날의 '이와이 월드'를 견고하게 만든 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젊은 예술가들의 등을 보며 쫓아갈뿐"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젊은 친구들에게서 자극을 받아요. 20대 만화가들도 그렇고 한국 스타들 중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자극을 줘요. 제대로 된 형태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알고 있는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젊은 예술가들의 등을 보면서 쫓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등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요. K팝 스타들을 보면서 '콜라보레이션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 싶은데, 지금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단순히 '엄청나다, 대단하다' 하고 동경하는 단계에요. 함께 하고 싶다는 얘기조차 송구하지만 정말 어떤 인연이 있다면 언젠간 함께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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