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대한민국 일극 '서울'
윤 대통령, 지방균형발전 강조와도 '모순'
수도권 향하는 20대, 지방서 살기 어려워
며칠 전 일이다. 운전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켠 라디오에서 재미난 얘기가 나왔다. 주제가 '지방러들이 서울 살면 듣는 말'이었다. 서울사람들이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을 얕잡거나 놀리는 내용이다. 진행자나 출연자, 둘 다 지방 출신이다 보니 청취자가 보내온 사연들에 자신들의 경험담까지 살려 격한 공감이 쏟아졌다. '사투리를 해봐라', '그 동네 내가 아는 사람 사는데 아느냐', '미세먼지 없어서 좋겠다'. '별다방은 있느냐', '소는 얼마나 키워' 등등. 단지 지방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웃픈 얘기를 듣자니 씁쓸한 실소가 나왔다. 서울사람들에게 늘 지방은 촌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 바꿔 말하자면 그만큼 서울보다 지방에 사는 환경이 여러모로 열악하다는 방증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난데없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에 편입시키는 안을 당론으로 들고 나왔다. 소위 서울특별시 김포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이 얘기가 나온 후 바로 만났다. 오 시장과 김 시장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다룰 '공동연구반' 구성이라는 합의점을 도출했다. 때는 이때다 싶어 서울과 인접한 고양, 구리, 하남, 광명 등 경기도 지자체들도 술렁였다. 왜 김포시만 서울에 편입시키느냐, 우리도 서울에 편입시켜달라는 속내가 담겼다. 이른바 서울발 메가시티다.
그러나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둔 인기영합 정책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도 '서울메가시티'를 힐난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진태 강원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대부분의 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이 발언 수위를 높였다.
한마디로 종합하면 지역균형발전의 역행이다. 가뜩이나 과밀화된 서울이 더 비대해질 경우 블랙홀로 작용, 지방의 고사는 '명약관화'한 위기 의식의 표출이다. 규모 경제를 위해 지방의 메가시티가 아닌 서울메가시티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방점이 찍힌다. 근데, 누군가 일갈한 '정치쇼'일 수 있는, 지방으로 보면 말 같지 않은 서울메가시티가 서울공화국인 대한민국이기에 먹힐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은 또 왜일까?. 또 한편으론 서울메가시티를 주도하는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이 지방 출신인 게 참, 아이러니하다.
지난 1-3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슬로건은 '이제는 지방시대'다. 정부와 전국 17개 시도 및 교육청이 지방자치·균형발전 비전과 정책, 성공 사례 등을 공유했다. 지난 7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시행과 지방시대위원회의 출범 후 첫 행사라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에 주목이 됐다. 2일 이 행사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다 함께 잘살아 보자"며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정부의 권력 지방 이양,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 시 파격적인 세제 지원, 이들 기업들의 임직원과 가족을 위한 교육과 의료 체계 정립 등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그 합이 바로 국가의 발전과 경쟁력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와 국민의힘 서울메가시티가 서로 모순, 우스갯소리로 따로국밥이다. 그래서, 뭐 하자는 건지….
마침, 언론에 보도된 통계청 자료가 눈에 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3-2022년까지 10년간 지방에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올라간 20대 순이동(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값) 인구가 59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취업과 학업 등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올라갔다. 20대가 수도권으로 향하는 데는 그만큼 지방에서 먹고 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웃픈 '지방러들이 서울 살면 듣는 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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