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조 시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쌍둥이 공장 짓는 이유

지용준 기자 2023. 11. 1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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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CDMO 대기업 삼각편대②] 글로벌 점유율 30%…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린 미래

[편집자주]삼성과 SK, 롯데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진심이다. 지난달 전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콘퍼런스인 'CPHI 월드와이드 2023'(CPHI)에서 바이오 CDMO 홍보전을 펼쳤다. 일찍이 시장에 진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SK팜테코는 종합 CDMO 기업으로 외형 확장을, 신생 업체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시장 경쟁에 돌입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참전한 CDMO 사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살펴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5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5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78만4000리터로 전 세계 1위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기사 게재 순서
①삼성-SK-롯데 유럽서 결투... 바이오 CDMO 대전
②'영업익 1조 시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쌍둥이 공장 짓는 이유
③바이오 CDMO에 진심인 SK와 롯데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5 공장 건설에 한창이다. 지난 4월 인천 송도 제2 바이오캠퍼스에 짓기 시작한 제5 공장의 공정률은 7개월이 지난 현재 30%를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총 1조9800억원을 투입해 짓는 제5 공장의 연간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18만리터에 이른다. 제5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78만4000리터로 늘어난다. 이는 생산능력 기준 전 세계 CDMO 업체 중 압도적인 1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5 공장 완공 예정일을 예정보다 5개월 앞당긴 2025년 4월로 못 박았다. 대기하는 고객사의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5 공장에 이어 제6, 7, 8공장을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투입해 순차적으로 준공한다. 전 세계 CDMO 시장의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점유율 30%… CDMO 잠식하는 삼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CDMO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창사 첫 분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은 1조3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 감소한 3185억원, 순이익은 86.1% 증가한 2404억원이다. 이로써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6211억원, 영업이익은 76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8%, 13.9% 증가했다.

주요 고객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2022년 기준 8805억원 규모 7건의 증액 계약이 이뤄졌다면 올해에는 9개월 만에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은 9862억원 규모 8건의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 증액을 요청한 기업은 GSK·일라이릴리·로슈·화이자·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가 주를 이룬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4일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전망치)를 기존 15~20%에서 20% 이상인 3조6016억원으로 상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회사가 설립된 2011년 이후 2022년까지 2015년을 제외하면 한차례도 역성장을 기록하지 않았다. 2020년 매출 1조1648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 '1조 클럽'을 넘어선 뒤 2022년 3조13억원으로 2년 새 세배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성장세에는 생산능력이 깔려 있다. 공장 증설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해마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올 3분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실적 원인에는 4공장 가동 매출이 지난 6월부터 반영된 것이 주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잇따라 5~8공장을 추가로 짓는 배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5 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5,6,7,8 공장에 '자동화' 심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순 생산능력 향상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기존 제1~4 공장의 생산능력과 시설 등이 제각각이었다면 5공장부터는 통일하기로 했다. 모양이 일정한 국화빵처럼 5·6·7·8공장에 '쿠키컷' 디자인을 적용한다. 쿠키컷은 특정 디자인 등을 반복해서 사용해 건축물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각각 다른 형태로 지어진 1·2·3·4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배치된 부품의 호환성이 떨어질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결정이다. 공장의 내부 시설과 외형을 통일시켜 건설 효율화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 표준화된 운영 절차를 도입해 품질을 극대화한다.
새로 짓는 공장의 핵심은 '무인'이다. 기존 공장의 경우 사람의 개입이 많았다면 무인화 시스템을 통해 사람이 개입하는 빈도를 최소화한다. 로봇이 직접 운반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인 스파이 브릿지도 건설한다. 사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미래는 '바이오벤처', 투자 보폭 넓힌다


최근엔 될성부른 떡잎 찾기에 나섰다. 벤처캐피털(VC)과 협력을 통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벤처캐피털 쿠르마파트너스와 투자 기업의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 지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쿠르마파트너스는 유럽 최대 투자그룹인 유라지오 소속으로 2009년 설립돼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를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다. 현재는 유럽 시장을 기반으로 전 세계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의 제약사들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투자한 바이오벤처가 바이오의약품 개발 성공 시 위탁개발(CDO)부터 위탁생산(CMO), 무균 충전·마감 공정 등 바이오의약품 전 생산에 걸쳐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월25일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에 178억원의 출자를 결정했다. 그룹 차원에서 직접 조성한 펀드로 주요 투자분야는 바이오다.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참여한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추가 출자 직전 펀드의 운용금은 1683억원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유망한 글로벌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차별화된 경쟁력과 전문성을 통해 고객사가 바이오의약품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더욱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서비스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도별 매출액과 영업이익 현황. /그래픽=이강준 기자


삼바의 기록적인 영업이익률 40% 비결은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이 40%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조9199억원, 1조2029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41.2%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률은 해마다 개선됐다. 별도기준으로 2020년 25.1%였던 영업이익률은 이듬해 34.2%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39.7%까지 치솟았다. 일반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약 5~10%대를 보이는 것과 비교해 최소 4배 이상 높다.

이 같은 배경엔 대규모·장기 수주 계약 성과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펼친 선 수주 계약 덕분에 업황이나 경기 영향이 적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인 4공장의 경우 생산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 관계에서 외형적으로 갑의 위치가 아닌데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것은 바이오의약품 기술 특성 상 고도의 생산성과 품질력을 겸비한 경쟁력이 그 배경"이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위탁개발생산 지형에서 이른바 '슈퍼 을'의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의약품 공급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잡음 없이 의약품 생산을 맡아줄 기업은 드물다"고 귀띔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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