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가계부채 증가율 0%" 강조한 금융위, 속내는?

노명현 2023. 11. 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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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가계부채 증가폭 최대
현 정부, 고금리에도 가계부채 증가세
관치금융 논란에 금리 갈팡질팡

가계부채 증가 기울기가 가팔라지자 금융당국이 이례적인 통계를 제시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별 가계부채 증감 규모를 공개했는데요. 진보·보수 성향의 정부를 막론하고 가계부채 증감 현항을 통해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20여년 전 데이터부터 공개됐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와의 비교일텐데요. 한 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0%대 기준금리, 가계부채 증감은 최대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2017년 1분기~2022년 1분기) 가계부채 증감액은 520조4000억원 입니다. 월평균 증감액은 8조7000억원인데요. 기간중 증가액과 월평균 증감액은 비교 대상 정부 가운데 가장 큰 숫자입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2022년 2분기~2023년 2분기) 기간 동안 가계부채는 1700억원 감소했습니다. 월 평균 100억원 정도 줄었다는 게 금융위 통계인데요.

역대 정부 가계부채 증감

현 정부 출범후 지난해 9월부터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올 4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고, 지난달에는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가계부채 집계는 올 상반기 기준입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증감액은 소폭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를 감안해도 금융위가 제시한 통계 수치로는 전 정부 급증했던 가계부채가 현 정부 들어선 안정적인 흐름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는데요. 바로 금리입니다. 문재인 정부 기간 기준금리는 평균 1.21%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 경기가 급격히 침체됐을 때는 기준금리가 0.5%(2020년 5월)까지 낮아지면서 유래 없는 0%대 금리가 유지되기도 했는데요.

반면 현 정부 출범 후 기준금리는 빠르게 인상됐습니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과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적극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요. 기준금리는 지난해 4월 1.25%에서 1.5%로 인상된 후 올 1월까지 3.5%까지 상승했고, 현재도 3.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 정부와 비교하면 2%포인트 이상 높죠.

이는 차주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가령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3% 금리로 이용했다면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126만원 정도입니다. 같은 조건에 금리 6%를 적용하면 월 상환액은 180만원에 달합니다. 최근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상단이 7%에 다다른 상태죠.
  
물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고,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윤석열 정부 들어선 누적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고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올 4월부터 시장이 꿈틀거렸고 가계부채는 이내 증가세로 전환된 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두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대출 규제와 부동산 시장 규제를 완화했던 게 시장 불안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특히 고금리에도 대출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게 가계부채를 둘러싼 가장 큰 불안요인입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기준금리 추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오락가락 금리

금융당국도 이같은 내용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현 정부와 특정한 정부를 비교해 더 낫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아닌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통계 자료를 공개했다는 게 금융위 입장인데요.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이전에 비해 현재 금리가 높은 상황도 맞다"며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속도라는 점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고,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율도 떨어지고 있는 것도 흔한 현상은 아니라 가계부채가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금융권 반응은 냉담합니다. 오히려 전 정부보다 현 정부 가계부채 관리가 더 안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수요는 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라며 "전 정부 시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점도 있지만 워낙 이자 부담이 적었던 까닭에 금융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는데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 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어 "지금처럼 고금리가 유지되는데도 어떻게든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다는 점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더 불안해보이는 요인"이라고 짚었는데요.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의 말 한마디에 금리 방향이 바뀌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도 가계부채 관리를 더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전에는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에 금리 인상 등을 권고했지만 최근 상생금융이 강조되면서 다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금융당국 입김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정책 엇박자가 심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금융당국이 자신하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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