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두 세포 섞인 키메라 원숭이 첫 출산, 장기 이식 길 여나
태어난 원숭이 온몸서 줄기세포 자라
원숭이 몸에서 인간 장기 키울 수도
”인간 의식 가진 원숭이 출현” 우려도
중국 과학자들이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다른 원숭이 수정란(배아)에 이식해 처음으로 출산까지 성공시켰다. 어린 원숭이는 온몸에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세포가 퍼져 있었다. 과학계에서는 다른 동물의 몸에서 사람 장기를 키워 환자에게 이식하거나, 다양한 질병을 가진 실험동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연구가 무분별하게 진행되면 영화 ‘혹성탈출’처럼 사람의 의식을 가진 원숭이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두 마리 원숭이의 세포 섞인 키메라
중국 과학원대학교의 젠 리우((Zhen Liu) 교수 연구진은 10일 국제 학술지 ‘셀’에 “유전적으로 다른 원숭이 두 마리에서 유래한 세포가 섞인 키메라(chimera) 원숭이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키메라는 사자 머리에 염소의 몸통과 뱀의 꼬리를 가진 그리스 신화 속 동물이다.
과학자들은 다른 동물에서 줄기세포를 키워 다양한 키메라 동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궁쥐와 생쥐에서 키메라가 태어났지만, 인간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에서 키메라가 출산까지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연구진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한 지 7일 된 배반포기 원숭이 배아(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신체의 모든 조직과 장기로 자랄 수 있는 원시세포이다. 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에 녹색 형광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가했다. 다른 세포와 섞였을 때 형광이 나오면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세포인지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은 두 세포의 결합 과정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원숭이 배아줄기세포를 수정한 지 4~5일 된 다른 원숭이 배아에 주입했다. 이 시기 배아는 아직 개별 세포들이 특정 기능을 갖지 못한 초기 상태이다. 두 원숭이의 세포가 섞인 배아를 대리모 40마리의 자궁에 이식했다. 그중 12마리가 임신에 성공했고, 최종적으로 한 마리가 살아있는 키메라 원숭이를 낳았다.
연구진은 생후 3일 된 키메라 원숭이의 뇌, 폐, 심장 등 26개 조직에서 평균 67%의 세포가 줄기세포의 후손임을 확인했다.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에서는 줄기세포의 자손이 전체 세포의 92%를 차지했다. 원숭이는 빛을 받으면 줄기세포에서 나온 녹색 형광을 보였다.
◇질병 연구, 장기 이식에 도움
리우 교수는 “이번 연구가 신경계 질환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질병과 관련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줄기세포를 건강한 배아에 추가해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수 있다. 이전 키메라 원숭이에서는 뇌, 신장, 폐와 같은 장기에 있는 세포의 0.1~4.5%만이 기증자 줄기세포에서 유래해 질병 연구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세포의 절반 이상이 줄기세포에서 유래했다.
같은 방법으로 이종(異種) 장기 이식을 실현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 장기를 가진 키메라 동물을 키워 환자를 치료할 이식용 장기를 얻으려 한다. 이미 종(種)이 다른 쥐들에서 키메라 장기를 키우고, 이를 이식해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Shoukhrat Mitalipov) 교수는 이날 네이처에 “이번 방법은 다른 영장류에서 인간의 장기를 성장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원숭이에서 신장을 만드는 유전자를 삭제하고 인간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원숭이가 인간 신장을 대신 생산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한 돼지와 양에서 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키메라 연구는 시작부터 영화 혹성탈출에 나오는 침팬지처럼 자칫 인간의 의식이나 얼굴을 가진 동물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동물의 신경계와 뇌 또는 생식세포까지 퍼지면 윤리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이번 키메라는 같은 원숭이 종 사이지만, 그런 일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였다.
앞서 지난 2021년 미국 소크 연구소와 중국 쿤밍이공대 공동 연구진은 셀에 사람 피부세포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원숭이의 배아 132개에 25개씩 이식해 20일까지 키웠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은 윤리 논란을 우려해 혼합 배아를 대리모 자궁에 이식하지 않고 체외 배양했으며, 20일째는 파괴했다. 이번 연구진은 키메라 원숭이가 생후 10일 만에 저체온증과 호흡 곤란 증상을 보여 안락사시켰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Cell(2023),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3.10.005
Cell(2021),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1.0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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