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아시아 시장,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3. 11.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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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의 문이 열렸다.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은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리는 단장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단장회의는 비유를 하자면 요리를 하기 위해 가스불을 켜는 단계라 할 수 있다. 트레이드, FA 영입 등과 관련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다.

단장회의는 말그대로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다. 사진(美 스코츠데일)= 김재호 특파원
말그대로 ‘간보는 단계’다. 벤 체링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단장은 “지금은 넓게 그물을 치는 단계다. 이 선수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이 선수가 동료들과 클럽하우스에 미칠 영향을 보는 것은 그 다음 단계”라며 아직은 초기 단계의 탐색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궈지기 시작한 이적시장의 열기는 12월초 열리는 윈터미팅을 통해 절정을 이루고 이후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이적시장의 최대 화두는 두 명의 일본인 선수가 쥐고 있다. 투타 겸업 선수 오타니 쇼헤이, 그리고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그들이다. 여기에 KBO리그에서 활약한 이정후도 빅리그 문을 노크하고 있다. 특히 야마모토와 이정후는 구단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과 일본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이 빅리그에 도전했고 무시할 수 없는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여전히 이곳은 빅리그 팀들에게 ‘미지의 시장’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성공이 메이저리그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이정후를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진= MK스포츠 DB
일단 재능을 발굴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데이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현장의 눈’을 믿을 수밖에 없다.

에릭 니엔더 탬파베이 레이스 사장은 “선수를 평가하는 이들의 눈을 믿어야한다”며 현장에서 평가하는 스카웃들의 추천을 믿는다고 말했다. “어차피 메이저리그에서 왔든, 트리플A에서 왔든, 해외에서 왔든 새로운 시즌은 모두 ‘언노운’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할 일은 최대한 강한 로스터를 구성하는 것이다. 우리 스카웃들은 이런 일에 오랜 시간을 보낸 이들이고, 이들을 믿고 열린 마음으로 더 나은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크리스 영 텍사스 레인저스 단장도 “우리 팀에는 엄청난 스카웃들이 있다. 이들은 해외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 뛰어난 이해력을 갖고 있다. 누가 레인저스를 도울 수 있을지와 관련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중”이라며 현장의 판단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파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은 “수치상 예상도 가능하지만, 스카웃의 평가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메이저리거들을 지켜본 경험 많은 스카웃들이 메이저리그에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한 센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WBC는 평가를 위한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 빅리그 선수를 실제로 상대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는 아주 중요한 데이터”라고 덧붙였다.

재능을 발굴했다면, 그 선수가 미국 무대에 적응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니엔더 사장은 “시간이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쓰쓰고 요시토모를 일본에서 영입했던 경험이 있는 그는 “준비 시간이 더 많을 수록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팬데믹 상황으로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편하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 개인은 물론 가족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선수들이 야구외에는 걱정할 거리를 만들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각을 전했다.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의 성공을 지켜 본 제드 호이어 시카고 컵스 사장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해외 무대에서 뛰던 선수들이 빅리그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는 “그곳에서 스탯이 어떻게 옮겨올지에 대한 감각을 갖고는 있지만, 이 일이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좋은 감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기대한 성적을 내기까지) 1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적응에 짧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드 호이어 컵스 사장(가운데)은 해외 선수의 적응이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했다. 사진(美 스코츠데일)= 김재호 특파원
리그 수준도 수준이지만, 호이어는 이른바 ‘휴먼 챌린지’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사는 곳도 달라지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 동료나 감독과 대화도 어렵다. 투수들은 공이나 스트라이크존도 요소가 될 수 있다. 마운드 높이도 다르다. 이곳의 야구는 다르다. 스타일도 다르다”며 극복해야할 요소가 많음을 인정했다.

이어 “최고의 선수들은 적응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전없이는 안될 것이다. 일부 선수들은 우리의 예상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 업계가 이와 관련해 점점 더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에서 검증이 된 다른 FA, 혹은 마이너리그에서 미국 무대 적응 기간을 거친 유망주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영입이다.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제한적이다. 흔히 마케팅 수입원으로 꼽히는 유니폼 판매는 구단이 아닌 메이저리그와 계약을 맺은 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해외 중계권 계약은 사무국 소관이다. 구단이 기댈 수 있는 수익은 관중 동원 효과, 그리고 경기장 광고다. 류현진의 LA다저스 초창기 시절 적지않은 수의 한국 기업이 다저스타디움에 광고를 했고 오타니가 경기를 하는 구장마다 일본 기업의 광고가 도배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냉정히 말해 큰 경제적 이득을 노리기 어려운 도전이다. 그럼에도 구단들은 끊임없이 미지의 아시아 시장을 탐험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더 많은 재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이디는 “정말 신나는 일이다. 야구계에도 좋은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활약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 선수들을 평가하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프런트와 스카웃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내 생각에 WBC도 이런 선수들의 합류에 또 다른 스토리라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의미로 야구에 이득이 되는 일”이라 말했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 이상 투수의 것이 아니듯, 기자의 손을 떠난 글도 더 이상 기자의 것이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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