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에서 ‘썰린 글’ 살려내다 [사람IN]

김은지 기자 2023. 11.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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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목소리가 대표되느냐'는 민주주의의 오랜 과제다.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에타)은 그래서 문제적이다.

에타에는 이들을 지지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매주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리는 과제를 동반한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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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임윤경 문화인류학과 교수(왼쪽부터), 김예진, 김은결, 김민재 학생 ⓒ시사IN 박미소

‘누구의 목소리가 대표되느냐’는 민주주의의 오랜 과제다.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에타)은 그래서 문제적이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다. 397개 대학교에서 631만명이 가입했고, 지금까지 작성된 게시물이 16억 건이 넘는다(2023년 2월 기준).

그런 에타가 혐오 표현의 온상이라는 분석이 계속 나온다. 노동, 젠더, 학벌, 장애, 퀴어 등 혐오의 대상도 다양했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58·맨 왼쪽)는 “에브리타임의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과잉 대표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가 에타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지난해 벌어진 한 사건 때문이었다. 연세대 학생 3명이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고(지난 6월 무혐의 처분) 민사소송을 걸었다. 시급 400원가량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집회로 수업권을 방해받았다고 주장했다. 에타에는 이들을 지지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나임윤경 교수는 ‘왜 그들의 공정감각이 강자가 아닌 약자를 향하나’ 하는 질문이 생겼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해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이라는 과목 개설로 이어졌다. “에브리타임 플랫폼 개선 필요성을 느끼는 학생”을 대상으로 “에브리타임이라는 학생들의 일상적 공간을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지 모색하겠다”라는 수업계획서를 올렸다. 매주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리는 과제를 동반한 수업이었다.

김민재(25·오른쪽부터), 김은결(24), 김예진(26)씨 등 학생 23명이 수업을 들었다. ‘누워서 침뱉기, 언더도그마라는 주장’ ‘무해한 시위란 없다’ ‘내가 과잠을 사지 않은 이유’ ‘아직도 성차별을 부정하는 당신에게’ 등 50개에 가까운 쪽글을 에타에 올렸다. 에타를 공론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런데 일부 글이 ‘썰렸다’. 강제로 삭제됐다는 의미다. ‘신고’를 이유로 에타가 취한 조치였다.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이견이 경합하는 곳이라야 담론이 만들어지고 시대정신도 구성될 수 있을 텐데, 애초에 다른 목소리와 이견은 에타에서 썰리고 삭제되고 퇴출당했다(나임윤경).”

교수와 학생들이 수업 결과물을 〈공정감각〉이라는 책으로 펴낸 이유다. “20대가 ‘다른’ ‘다양한’ 사유의 주체라는 것을 삭제된 글들의 복원을 통해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나임윤경).”

수업을 듣기 전까지 “외로웠고(김민재)” “사이버불링을 겪었던(김예진)” 학생들은 함께 글을 써나가며 “누군가 일방적으로 공격할지라도 계속해서 말을 하면, 나도 공동체도 바뀌지 않을까(김은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인세는 책의 출발점이 된 청소 노동자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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