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없이 제왕절개한 산모 바로 내보내…가자지구 의료 상황 ‘참담’
가자지구에 ‘전염병 확산’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내 보건과 수자원, 위생 시스템 붕괴로 질병 확산 조짐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물과 연료 공급을 차단하면서 담수화 시설을 가동시킬 수 없는 가자지구에선 사람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다 박테리아 등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WHO에 따르면 10월 중순 이후 3만3551건의 설사 사례가 보고됐으며, 그중 대부분이 5세 미만 어린이에게서 발생했다. 이는 월평균 2000건이던 지난해 발생 건수의 16배를 넘는 수준이다.
피란민들이 몰린 보호시설에서는 이미 2만2500건 이상의 급성 호흡기 질병 감염 사례를 비롯해 피부 감염, 머릿니, 수두 등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WHO는 “가자지구 내 폐기물 처리가 중단되면서 질병을 옮기는 설치류와 벌레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며 “정기적인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데다 전염병 치료용 의약품이 부족해 질병 확산이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어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나 출산을 한 임산부 등의 감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아동기금, 유엔인구기금 등 국제기구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가자지구 내 병원 35개 중 14개, 보건소 72개 중 46개가 파괴되거나 운영이 중단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루 180명가량의 여성들이 멸균이나 마취, 진통제 없이 제왕절개를 하는 등 위험한 출산을 하고 있다.
임산부들은 피란민들로 붐비는 보호소나 파괴된 거리, 감염과 합병증의 위험이 높은 의료시설에서 출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마저도 부상자들이 몰려들어 막 출산한 여성들이 분만 후 몇 시간 만에 출혈이 있는 상태로 자리를 비워주기 위해 퇴원하고 있다고 구호단체들은 전했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출산을 한 산모와 임신 중인 여성은 5만여명으로 집계된다. 임산부 가운데 15%는 이미 임신이나 출산 관련 합병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 보건당국과 구호단체들은 열악한 의료 환경과 영양실조 등으로 산모와 신생아들의 사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계속된 공습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유산, 사산, 조산이 증가하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료가 바닥난 병원들이 마지막 장비의 전원을 끄면서 신생아 병동의 미숙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구호단체 메드글로벌의 자헤르 살룰 박사는 “이는 가장 슬프지만 쉽게 예방할 수 있는 비극 중 하나”라며 가자지구 내 연료 공급이 절실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을 석방하지 않는 한 연료 공급이나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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