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月 6만원 아끼자고”... 소상공인 저금리 갈아타기 정책 상품 실적 미달

김유진 기자 2023. 11.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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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 8월 말 카드론·신용대출 저금리 대환 대상 포함
100만 소상공인 중 664명만 가계대출 대환 신청
타기관 대환 상품이 금리 더 낮아
은행 문턱 낮췄다지만…신청 8%는 부결
일러스트=손민균

금융 당국이 ‘저금리 대환보증’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공급 실적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시기 카드론과 신용대출까지 사업자금으로 끌어다 쓴 소상공인을 위해 최대 2000만원의 가계대출까지 대환 대상으로 포함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 제한된 한도 때문에 가계대출 대환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9일 금융 당국과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저금리 대환보증 실적(누적) 가운데 가계신용대출의 공급액은 99억원(66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저금리 대환보증의 총 공급액은 1조2148억원(2만2968건)이다.

금융위가 신보를 통해 진행하는 저금리 대환보증 사업은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기업으로 정상 경영을 하고 있는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금리 연 7% 이상의 대출을 연 5.5% 이하 저금리 대출로 바꿔 주는 정책이다. 지난해 9월 9조5000억원의 공급을 목표로 출범한 이 사업은 예산의 12%가량만 소진되며 사업 실적이 저조하자 지난 8월 말부터 카드론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까지 대환 대상에 포함됐다. 차주별 가계대출이 사업용도로 사용됐다는 것을 증빙하면 최대 2000만원까지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고금리 가계신용대출 중 2000만원 이하 대출이 전체 대출의 86.7%를 차지하며 대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픽=정서희

10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 가운데 700명도 안 되는 이들만 신용대출 저금리 대환을 신청한 배경에는 생각보다 높은 금리에 있다. 저금리 대환보증 사업의 최고 금리는 연 5.5%로, 보증료율 0.7%를 합하면 실제로 소상공인이 이용할 수 있는 금리는 연 6.2%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지원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이 실제로 받는 금리 수준이 크게 높지 않은 상황에서 2000만원에 한정해 적용되는 연 6.2%의 금리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또한, 소상공인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 신용보증지단 등에서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저금리 대환보증 사업이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0만원에 대해 10%의 연 이자를 내는 소상공인이 저금리 대환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한 달에 아낄 수 있는 금액은 6만원가량”이라며 “사업증빙자료를 가지고 은행에 방문하는 것보다 영업을 하는 게 낫다고 하는 소상공인들이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소상공인 대출을 연 3%대의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 나오고 있고, 재기가 힘든 소상공인은 새출발기금 등으로 빠지면 되는 등 소상공인들의 선택지가 많은 것도 저금리 대환보증 사업의 수요가 떨어지는 이유”라고 했다.

은행의 승인 문턱이 높다는 점도 저금리 대환보증의 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꼽힌다. 법정최고금리인 20%로 대출을 실행한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저금리 대환보증을 이용할 때 한 달 이자 부담을 20만원가량 낮출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은행의 대환 승인을 받기는 꽤 어렵다. 저금리 대환보증 사업의 보증 비율은 신보가 90%, 은행이 10%다. 이에 은행에서는 보증 부담이 있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부실 가능성을 따지는데, 이들의 경우 연체가 이미 발생했거나 다중채무자인 경우가 많아 실제 대환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10월 말 기준 저금리 대환보증 신청 건수의 8%가량이 실제 대출 갈아타기로 이어지지 못했다.

일러스트=이은현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경우 이미 대환할 사람은 거의 대출을 갈아탄 경우가 많다”면서 “2금융권 이용자 중에서는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1금융권으로 대환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대환보증을 이용하고 싶어도 은행 영업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자영업자는 “캐피탈에서 빌린 자금을 저금리로 바꿀 수 있다고 해서 은행에 갔지만, 어떤 서류를 내는지 은행원들도 몰라 서너번 창구를 방문하고 나서야 겨우 대환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이익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 영업점에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자영업자는 “주거래은행이 아니면 심사조차 해주지 않는다고 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저금리 대환보증 사업의 저조한 실적인 만큼 금리 인하 등 사업의 세부 내용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고금리로 인한 금융 부담을 낮춰야 한다”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다른 기관에서는 저금리 대환 대출 사업의 금리 인하 등에 대해 검토에 돌입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 저금리 대환에 대해 얘기한 만큼 당국에서도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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