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범준 토큰증권협회의장 “ST 시장 고사되지 않으려면 ‘이것’ 필요”

문수빈 기자 2023. 1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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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준 토큰증권협회의장 인터뷰
명품뿐만 아니라 선박까지 기초자산 확장
시장 초기인데도 과도한 규제… 시장 위축 우려
상품 출시마다 수천만원 들여 증권신고서 발행해야

“토큰증권(ST)을 발행하는 데 비용이 늘어나면 고객이 가져가는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이 바뀌지 않으면 ST는 매력 없는 상품이 되고 시장은 고사할 수 있습니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바이셀스탠다드 제공

신범준 토큰증권협의회장 겸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6일 서울 강서구 바이셀스탠다드 사무실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9년 설립된 바이셀스탠드는 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를 운영하는 업체다. 피스는 지난 2021년 롤렉스 시계의 소유권을 쪼개 팔아 1분 만에 상품을 매진시키는 등 매력적인 투자 상품 출시로 투자자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신 대표는 “기관 투자자나 사모펀드, 자산가만 접근할 수 있는 우량한 자산을 누구나 쉽게 접근하게 만들고자 한다”며 “공모와 사모의 경계를 허무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바이셀스탠다드는 선박 금융에 토큰증권 발행(STO)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지난해 KDB인프라자산운용·NH투자증권·한국해양대학교 해양금융대학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선박 금융이란 선박의 건조·매매·임대차 등을 위해 금융기관이 해운사·조선사에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다. 회사는 선박,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은 대형 자산부터 웹툰 등 K-콘텐츠, 한우를 비롯한 다양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 대부분 조각 투자 업체는 한 종목에 대해서만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생각할 때 이는 좋은 투자는 아니다”라며 “바이셀스탠다드는 다양한 자산을 취급해 고객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멀티에셋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이내 유니콘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피스’는 ST를 기반으로 한 조각 투자 플랫폼을 넘어 ‘디지털자산금융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신 대표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산하의 핀테크 토큰증권협의회 초대 협의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는 협의회장으로서 ST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진정성 있는 사업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저희 플랫폼이 80점 수준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50점 이상인 사업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단 규모가 아니라 산업에 대한 이해도, 실제 운영 경험 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점수가 부족한데도) 너도나도 하겠다는 사업자가 많다”며 “이 때문에 ST 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불신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하고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데에 대해 신 대표는 “국민에게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규제는 증권신고서다. 발행사는 50인 이상의 투자자에게 청약을 권유할 때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반 기업은 기업공개(IPO) 때 1번 내면 되지만, 현행법상 바이셀스탠다드와 같은 조각 투자 업체는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증권신고서를 내야 한다.

신 대표는 “증권신고서를 만들 때 변호사 로펌비, 감정평가비용, 회계감사비용을 포함해 수천만원이 든다”며 “증권신고서 발행 프로세스가 복잡해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이어 “정부에서 규제 완화와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증권신고서 발급에 대한 프로세스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이같은 문제가 드러난다는 것은 상당한 애로사항”이라고 했다.

새로운 투자 자산인 만큼 정부는 투자자 1인당 ST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설정할 계획인데, 신 대표는 이 한도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개인투자자의 P2P 투자 한도는 4000만원이다.

신 대표는 “언제나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며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 냈을 때 얻는 성취감이 너무나 소중해 앞으로도 금융과 소비가 끊임없이 연계되는 유니크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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