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 새마을금고 120곳 ‘적자’… 부실 우려 증폭
자본금 165억에 125억 손실난 곳도
“지배구조 혁신으로 위기 막아야”
서울 서대문구의 새마을금고 A지점은 올해 상반기에만 125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A지점의 영업손실은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확장 후 발생한 부실 채권 증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의 ‘건설 중인 부동산 자산’은 지난해 6월 100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엔 276억3100만원 규모로 급격히 늘었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5.49%에서 9.74%로 증가했다. 부실채권이 늘자 손실 처분에 투입된 돈도 늘었다. 대손상각비용은 59억5200만원에서 133억38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고객들에게 예·적금 이자로 주는 비용도 늘었다. A지점이 올해 6월까지 지출한 예수금 이자비용은 83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지출(41억1100만원)의 2배를 상회한다. 작년 연말과 올해 초 새마을금고 지점들 사이에서 고금리 수신 경쟁이 붙었을 당시 A지점도 가담한 게 화근이었다. A지점은 지난해 11월엔 연 5.50%의 예금 특판을, 올 3월엔 연 6.5%의 적금 특판을 내놓으며 고객을 모집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겹쳐 자본금 165억원 규모의 지점에 125억원을 웃도는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역마진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소재 새마을금고 중 과반인 120곳이 올해 상반기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 평가에서 3등급(보통)·4등급(취약)을 받은 곳도 49곳으로 전체 금고의 4분의 1가량에 해당한다. 무리한 수신 경쟁 결과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자 대손충당비용이 급증하는 등 손실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높은 금리를 내세워 모집했던 1년 예금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대규모 부실화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서울 새마을금고 212곳 중 120곳이 영업손실
9일 조선비즈가 서울 소재 212개 지역 새마을금고(직장 금고 제외)의 올 상반기 경영공시를 전수분석한 결과, 1인당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집계된 지점은 120곳이다. 1인당 영업이익은 당기손익을 금고 이사장 및 임직원을 합한 수로 나눈 값이다. 이 수치는 금고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숫자가 작을수록 대출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이자보다 예·적금 이자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다는 뜻이다.
1인당 영업손실이 가장 큰 곳은 서대문구의 A지점으로 7억8400만원에 달했고 전체 영업손실은 125억5100만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영업손실이 1억원 이상을 기록한 금고는 A지점을 포함해 총 33곳으로 집계됐다. 구별로 따지면 영업손실이 발생한 곳은 종로구(12곳)가 제일 많았고 성동구·용산구가 각각 10곳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의 전체 금고 중 종합경영 평가에서 3등급을 받은 곳은 45곳, 4등급을 받은 곳은 4곳이다. 보통 1·2등급을 우량 금고로 평가한다.
새마을금고의 수익성 악화는 고금리 수신 경쟁의 후유증에 부실 채권 증가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전국의 금고들은 연 6~7%대 고금리 특판 예금을 활발히 판매했다. 일부 금고는 8%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이자비용이 상승했다. 대출이자로 수입을 충당해야 했으나 영업 부진과 부실채권 증가 등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이자비용을 넘지 못하면서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부실채권이 늘자 대손상각비용에 투입되는 돈이 많아져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 특판 만기 도래에 부실화 우려도
금융권 내에선 또다시 대규모 부실화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연말 고금리 특판으로 모집했던 예·적금의 1년 만기가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경우 대출금리 경쟁력이 낮아 신용사업은 저조한 상황에 특판 예금 만기가 다가온다”며 “거액의 자금이 인출되면 상당수의 금고 부실화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 성격의 지배구조를 고쳐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처럼 각 금고 이사장이 예대금리 결정과 부동산 PF 투자 결정권 등을 쥔 환경은 위험 경영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 단위의 자금을 운용하는 새마을금고는 협동조합의 특성으로 작동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영목적을 도입하면서 수익과 손실을 일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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