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이스라엘 ‘테러와의 전쟁’ 역사 고찰해야

여론독자부 2023. 1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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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레바논 PLO 공격때 대규모 유혈극
최악 테러집단 헤즈볼라 탄생시켜
민간인과 테러그룹 분리 않고 공격
하마스 중심의 결속력 키울 가능성
[서울경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따른 국민적 트라우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천명한 ‘강력한 응징’ 의지에 연료를 제공했다. 그러나 격한 감정에 휩쓸리다 보면 냉철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가자지구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과거 팔레스타인의 테러 행위에 분노한 이스라엘의 우익 정부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상대로 벌인 대규모 무력 응징의 씁쓸한 결말을 떠올렸다.

수십 년 전 팔레스타인의 주요 정파였던 PLO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군사기지를 마련했다. 이곳을 거점 삼아 팔레스타인의 군소 조직들과 연합한 PLO는 이스라엘 방위군과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을 일으키면서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살해했다.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정부는 1982년 지상전을 통해 PLO가 레바논에 구축한 군사시설을 초토화하고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을 레바논 국경 지역에서 몰아내기로 결정했다. 베긴 정부는 군사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레바논의 무장 집단 가운데 하나인 기독교 민병대와 손을 잡았다. 이들과 협력해 PLO를 소탕한 후 베이루트에 기독교 정권을 세운다는 것이 베긴의 복안이었다.

레바논 침공은 한마디로 대규모 유혈극이었다. 8만 명의 병력과 1200여 대의 탱크를 앞세운 이스라엘의 공격에 어림잡아 1만 7000명의 사망자와 3만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PLO를 레바논에서 몰아낸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피로 물든 승리는 이스라엘의 기대와는 달리 엉뚱한 부작용을 불러왔다. 레바논의 기독교 민병대는 여성과 어린이 및 노인들을 비롯한 수백,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민간인을 무참히 학살했다. 이스라엘의 침공은 레바논의 비기독교 세력을 결속시켰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조직인 헤즈볼라 결성으로 이어졌다. 현재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악의 테러 집단으로 꼽힌다.

이 같은 과거사를 통해 이스라엘이 배워야 할 확실한 교훈은 전쟁이 당초 예상과는 판이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여러 면에서 중동 지역의 긴장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불러온 의도치 않은 부산물이다. 미국의 공격으로 수니파가 장악한 사담 후세인 정부가 무너지자 이라크는 이란과 깊은 관계를 맺은 시아파 지도자들의 차지가 됐다. 이로 인해 수니파가 절대다수인 페르시아만 연안의 아랍국들이 동요하자 이스라엘이 이들에게 접근했다. 이스라엘과 페르시아만 연안국이 관계 개선을 통해 거리를 좁히자 위기 의식을 느낀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극단주의 단체들은 위험한 불장난으로 맞섰다.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 시카고대의 로버트 페이프 교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지속적인 손상을 입히는 유일한 방법은 테러범들을 색출해 선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한편 테러분자들과 현지인들 사이에 쐐기를 박는 정치 공작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으로 복무하면서 이라크 테러 그룹의 준동을 격퇴하는 데 혁혁한 성과를 거둔 퇴역 장군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현지의 민간인들을 테러 그룹으로부터 떼어 놓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현지 주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희망을 제공하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퍼트레이어스의 전략을 따르지 않고 있다. 현재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의 주민 200만 명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대부분의 식품과 식수·연료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거의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공습에 시달리고 있다. 중동 관측통들은 바로 눈앞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이 처참하게 사망하는 광경을 지켜본 가자 주민들이 하마스를 중심으로 결속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고안된 반테러 전략이 추구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네타냐후 정부는 분노와 복수심으로 빚어진 정책이 이스라엘의 국익에 궁극적인 도움이 될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에 좋은 결과는 분명 아닐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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