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높은 금리에도 버티며 성장하는 이유는?

윤재준 2023. 1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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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금융위기 당시 제로 금리 대출 가계와 기업 부담 적어
지난 여름, 활발한 소비가 미 경제 성장 이끌어
경제전문가들, 결국은 높은 금리에 모멘텀 잃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설명을 듣고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 언론들이 높은 수준의 금리에도 불구하고 왜 미 경제가 견고한지에 대한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식료품과 기름값 등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둔화될 것이라던 소비는 기대 이상으로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임금상승세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보다 꺾였지만 대규모 실직이나 실업률 급등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파월 "고금리에도 강한 수요, 이유 모르겠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지난달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강한 수요를 언급하면서 높은 금리가 경제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으며 “정확히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해 본인도 어리둥절해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의 금리는 지난해 봄 급상승하기 시작한 물가에 대응해 11회에 걸쳐 인상돼 연방기금(FF) 금리가 5.25~5.5%까지 치솟았다.

연준은 최근 2회 연속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12월 회의에서 0.25%p 인상 가능성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은 앞으로 끝나되 물가를 2%로 끌어내리기 위해 높은 수준은 최대한 길게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여름 9.1%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월 3%로 떨어졌다가 8월과 9월 연속으로 3.7%를 기록했다.

올해 현재까지 미국내 일자리 240만개가 추가됐음에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떨어지고 국내총생산(GDP)은 기대보다 빠르게 성장하고있다. 미 GDP는 지난 2·4분기 2.1%에서 3·4분기에는 4.9%로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영화와 스포츠 경기, 항공 여행, 대형 콘서트 등 서비스업에 대한 활발한 소비 덕이었다.

지난달 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3·4분기 같은 성장이 되풀이 되기는 힘들다면서도 침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BofA, 5%대 금리는 견딜만해

지난 2008년 미국 비우량 모기지(주택담보) 사태로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되자 미 중앙은행인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내렸다.

이달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40여년중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상들이 실시됐는데도 미국 경제가 견딜 수 있는 이유로 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난해까지 장기간 유지됐던 저금리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BofA 애널리스트 아디트야 바베와 마크 커베너는 분석 노트에서 높은 금리에도 미국 경제가 회복력을 보이는 이유는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며 많은 가계와 기업들은 거의 제로 수준이었던 저금리 시절에 주로 대출을 받아 지난 1년여간 높아진 급격히 오른 금리로 인한 부담이 적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BofA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금리인 5%대는 제로 금리에 비해서는 높지만 “아주 높다기보다는 평균”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앞으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신용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몇 분기 동안 둔화될 것이나 "우리는 완전한 침체는 피할 수 있을 만큼 경제 모멘텀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높은 금리에도 일자리 기대 이상으로 창출

미국 경제는 40여년만 중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금리와 잇따른 침체 발생 경고에도 예상과 달리 일자리를 계속 만들면서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경제전문가들과 연준 관리들은 미국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지난해 미국의 물가가 급격히 오르자 연준은 금리를 11회 인상하면서 고용 시장이 둔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신규 일자리가 전월에 비해서 감소했지만 여기에는 자동차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연준은 미국의 4·4분기 실업률이 경기침체에서 나타나는 4.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에 발표된 10월 통계는 3.9%로 낮았다.

경제전문가들의 예상도 빗나갔다.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3년말 미국 실업률이 4.7%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지배적이었다.

이들은 12개월내 침체 발생 가능성을 63%로 봤으나 지난달에는 48%로 하향했다.

美 경제 성장 모멘텀 오래가지 못할듯

그러나 떨어지고 있는 물가와 여름에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였던 미국 경제가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고하고 있다.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여름에 활발히 움직인 미국 경제 에너지가 오래 가지는 못하면서 수개월내 힘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션와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트잰칙도 미국 경제가 일자리 증가에 따른 소비 지출이라는 큰 힘에만 의존하면서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분석하면서 결국은 높은 금리에 가계와 기업 모두 고전하기 시작하고 모멘텀을 잃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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