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 해외여행카드, 환전 1조 눈앞

#내년 초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김희원씨(가명·33)는 틈틈이 하나머니 앱에 접속해 환전을 한다. 최근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조금씩 환전했는데, 이미 8만5000엔(약 74만원)이 쌓였다. 환전 수수료도 없고, 현지에서 트래블로그 카드로 숙박 등을 결제하면 수수료로도 아낄 수 있다.

'해외여행 필수템'으로 자리잡은 트래블로그를 통한 누적 환전액이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비스 출시 15개월여 만에 이용자가280만명을 넘어섰다. 금융권에서 흔치 않은 '메가 히트'에 다른 금융사도 트래블로그를 주목 중이다.

9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트래블로그를 통한 누적 환전액이 최근 87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해외여행 수요와 엔저현상으로 인한 환전 증가 추이 등을 살펴봤을 때 연내 누적 환전액 1조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래블로그는 이용자가 앱에서 충전한 하나머니(선불전자지급수단)를 미국 달러, 엔화, 유로는 물론 영국 파운드, 베트남 동까지 총 26종 외화로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는 카드다.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와 해외 ATM 인출 수수료도 면제된다.

트래블로그 카드 하나만 챙기면 해외에서 편하게 카드결제를 하고, ATM에서 현금을 찾을 수 있다. 준비한 외화가 모두 소진돼도 현지에서 하나머니 앱을 통해 수수료 없이 외화를 다시 환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굳이 여행 전에 외화를 필요 이상으로 환전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급증한 여행수요와 '환전 수수료 제로(0)'의 입소문을 타고 트래블로그는 해외여행 필수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7월 출시 후 가입자가 280만명을 넘어섰다. 출시부터 100만명 돌파까지 11개월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최근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 현재 하나머니 잔액(환전 외화 포함)만 2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엔화가 15년 9개월 만에 100엔당 860원대로 내려가면서 엔화 환전이 크게 늘었다. 트래블로그 환전 규모가 하루에만 180억원에 이르며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환전 통화도 엔화가 가장 많았고, 이어 △달러 △유로 △동(베트남) 순이다.

트래블로그 '반사효과'로 하나금융 계열사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하나머니 이용자를 280만명 이상 확보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도 고무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30대 이용자 비중이 66%로 MZ세대를 잡은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라는 해석이 있다.

지난 8월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다른 금융그룹 회장에게 직접 트래블로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트래블로그 여행적금', '트래블로그 여행자보험' 등 그룹 차원에서 환전 이상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트래블로그의 흥행은 다른 카드사에도 자극이 됐다. 우리카드는 지난 8월 핀테크 '트래블월렛'과 손을 잡고 전 세계 38개국 통화로 환전이 가능한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를 출시했다. 신한카드도 트래블로그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 8월 트래블월렛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신한카드는 '신한 SOL페이'(신한플레이) 앱과 트래블월렛 서비스 연계를 검토 중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조만간 가입자 수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하나금융 계열사와 함께 다양한 연계 상품을 출시, 트래블로그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