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25년 공들인 ‘K-전자’…현지화 전략 통했다

이정현 2023. 11. 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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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진출 25년여 만에 점유율 1위 차지한 한국 전자제품
재빠른 로컬라이징에 인도 가전 시장 50% 이상 차지
“공청기는 안팔려도 프리미엄TV는 불티나는 시장, 잠재력 크다”
뉴델리에 있는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의 입국장에 설치된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Z폴드5와 Z플립5의 대형 광고판. 삼성전자는 인도를 일찌감치 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지목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오고 있다.(사진=이정현 기자)
[뉴델리(인도)=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미·중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세계의 시선이 인도에 쏠리고 있다. 빠른 성장에 2030년에는 ‘G3’ 대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200km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진다는 다양성의 국가인 인도를 이해하고 공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 모두 14억명 인구의 인도에 집중하며 ‘인도 공부’에 나선 지금, 이데일리가 수도 뉴델리와 경제의 중심 뭄바이를 찾아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도의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전망한다.<편집자주>

인도 현지에서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들고 LG전자의 대형 OLED TV로 발리우드의 액션 영화를 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도 K-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1위..LG전자도 백색가전 점유 1위

인도를 누비는 ‘K-가전’의 인기는 점유율로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3분기 연속 출하량 점유율 1위를 지켰고 있고 LG전자의 가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TV와 같은 주요 부문에서 한국 가전은 인도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뉴델리를 비롯해 콜카타와 첸나이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으며 LG전자 역시 1990년대 말 노이다에서 첫 삽을 뜬 후 뭄바이와 가까운 푸네 등에 첨단 제조공장을 짓고 생산력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가 인도에 진출한 지 25년 지나며 현지 직원들의 충성도도 높아졌다. 인도 노동시장은 이직이 잦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노이다 생산법인의 퇴사율은 한 자리대에 그치고 있다. 이현진 LG전자 노이다 생산법인장은 “충성도가 높은 수준인 것은 물론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진 인도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저가 중심 시장서 소득 늘며 프리미엄 수요도 증가

저가 제품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의 인도 가전시장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경제 발전으로 소득이 늘어나자 프리미엄 제품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2~3년 사이 두 배로 성장하고 있다는 LG전자의 설명이다.

전재형 LG전자 인도 법인 마케팅 책임은 “인도는 한국과 달리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문화가 발달해 식기세척기 등에 대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발리우드의 영향으로 대형 TV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 공기청정기 등 다른 가전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LG전자는 인도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6월 뉴델리 판매법인과 노이다 공장을 잇따라 방문한 후 판매·생산법인과 연구개발(R&D)센터까지 연결하는 사업구조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규모가 크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도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 위상을 확대하고 사업을 전략적으로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한류로 한국 브랜드 위상 높아져

인도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를 통해 노출된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한국 제품은 ‘질 좋은 상품’을 넘어 ‘고급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니틴 가드카리(Nitin Gadkari) 인도 도로교통부 장관이 현대차의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타기 시작한 것에서 인도에서 한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국경 분쟁으로 인도와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한국이 반사 이익을 보는 부분도 있다. 인도 소비자들은 아직 품질보다 가격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으나 인도 정부는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고 832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고등교육 제2외국어 과정에서 중국어를 제외하고 한국어를 포함시켰다.

빈준화 코트라 서남아지역본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류가 급성장했으며 ‘한국 브랜드’에 대한 프리미엄이 생기고 있다”며 “부족한 인프라 등이 문제로 손꼽히지만 인도 정부가 뉴델리와 뭄바이, 구자라트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인프라를 육성하고 있는 만큼 차차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진=LG전자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인도 전문가’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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