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 중" 1기신도시 특별법 '오리무중'

이수현 수습 2023. 11. 1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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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된지 8개월째 국회 계류…연내 법안 통과 '미지수'
1기 신도시에선 용적률 220% 상한에 정비사업 '발목'

[아이뉴스24 이수현 수습 기자] 입주 후 30년이 훌쩍 지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적률 등 여러 규제에 사업성은 떨어졌고 정부가 추진한 규제 완화를 위해 추진하던 특별법은 국회에서 8개월 넘게 계류 중이어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빌라와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5월과 6월에 이어 9월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제정안'을 논의했지만 여전히 법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제22대 총선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 이번 회기 동안 법안 통과가 무산돼 법안 추진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1기 신도시는 1991년 9월 분당 시범단지에 삼성 한신아파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용적률 규제에 묶여 정비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일산과 분당, 중동 등 대부분 지역은 1~3종 일반주거구역에 묶여있다. 업무, 상업기능을 포함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 보다 일반주거구역 용적률은 현저히 낮다. 이에 1기 신도시 용적률은 △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로 평균 용적률이 188%에 불과하다.

용적률이 낮으면 재건축 사업성도 떨어진다. 수도권 택지의 법정 상한 용적률인 220%를 준수해야 하는 1기 신도시는 정비사업으로 물량을 늘리지 못해 규제 완화 없이는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진흥실장은 지난 2일 '1기 신도시 재정비 및 3기 신도시 합리적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1기 신도시 용적률이 평균 188%에 불과, 경제성 문제로 재건축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단지 여건에 따라 220%를 채울 수 있는 지역과 170%도 채우지 못하는 지역이 있는데 (용적률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면서 평균 용적률이 낮다"면서 "지역 전체의 평균 용적률은 현행 규정에 따르면서 단지별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용적률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노후화가 지속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 상향 등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으로 10만 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3월 들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여당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조성사업을 마치고 20년이 지난 면적 100만㎡ 이상 택지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규제를 완화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지역 여건에 따라 용도지역을 바꿀 수 있어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가구 수를 최대 21% 늘릴 수 있도록 해 사업 추진에 따른 부담을 낮췄다.

국회의 법안 통과가 미뤄지자 국토교통부는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중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박정하 수석대변인과 만나 특별법 제정에 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면서 올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의 합의가 우선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 야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특별법은)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 의원들이 해당 법안이 일부 지역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우려한다"면서 "정부에서는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지역적 형평성 등을 충분히 감안해 국토위 내부에서 논의해 공감대를 가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특별법으로 지방 인구가 1기 신도시로 몰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불균형을 우려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토교통부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할만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의원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노후화된 1기신도시를 차례대로 개발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별법이 등장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도 정비사업으로 방향을 바꾼 만큼 사안이 장기화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자대학교 교수)는 "특별법이 지연되면서 리모델링에서 정비사업으로 선회한 지역 주민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법안 통과만 기다리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30년이 넘은 1기 신도시는 특별법을 마련한 후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해 빨리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법안이 지역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가능하면 다른 지역도 법안에 포함되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면서 "1기 신도시가 주택부족 해결을 위해 세워진 계획도시인 만큼 주거환경의 쾌적성을 유지하기 위해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건폐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수현 수습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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