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와인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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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추럴 와인이 가장 핫하다.
내추럴 와인은 말 그대로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에서 '인공'을 최대한 배제한 와인이다.
특히 내추럴 와인에 대한 공식 인증 기관이 없어 신뢰성에 문제 제기를 받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추럴 와인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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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추럴 와인이 가장 핫하다. 내추럴 와인은 말 그대로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에서 ‘인공’을 최대한 배제한 와인이다. 농약·화학비료는 쓰지 않고 무수아황산 정도를 제외한 인공적인 첨가제도 넣지 않는다. 당연히 포도를 키우고 수확하는 데 기계 대신 손을 쓴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 대한 찬반 논쟁도 있다. 특히 내추럴 와인에 대한 공식 인증 기관이 없어 신뢰성에 문제 제기를 받기도 한다. 주류 상업와인(컨벤셔널 와인) 제조 방식이 20세기초부터 국가나 지방정부에 공식 인증을 받아온 것과 견줘 큰 차이를 보인다. 또 이미 유명 상업 와이너리가 유기농법으로 와인을 만들어왔는데 새삼스럽게 소규모 와이너리가 유기농이나 수제 공정을 자신만의 방식인 것처럼 마케팅 요소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와인은 꽤 인기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선호한다. 유기농인데다 인공적인 손길을 최대한 배제해 ‘건강하다’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독특한 맛과 디자인도 한몫한다. 기존의 프랑스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의 권위적인 라벨과 대조적으로 개구리, 어린이, 춤추는 여인 등을 그려 넣어 친근하고 화사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추럴 와인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 눅진한 빛깔, 쿰쿰한 향과 맛이 생소하다. 또 발랄함을 인정해 지갑을 열기에는 꽤 비싼 가격이다. 유기농에 손으로 빚다보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내추럴 와인의 한 요소인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에는 관심이 많다. 바이오다이내믹은 땅과 하늘과 거기서 자라는 생명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특징이다. 유기농법은 물론이고 달과 별의 움직임까지 고려해 와인을 빚는다. 무엇보다 바이오다이내믹은 3년이 넘는 실사를 통해 국제적 인증을 받는다. 물론 이 농법을 일종의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유명 상업와인 생산 와이너리 가운데 이탈리아의 ‘플라네타’ ‘폰토디’, 프랑스의 ‘올리비에 르플레브’ 등은 이미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도입했다. 나는 맛과 철학의 교집합을 지닌 이들 와이너리 와인을 즐겨왔다.
와이너리가 기존 유기농을 뛰어넘어 수고로운 내추럴, 바이오다이내믹에 도전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와인 소비가 준 것도 원인이다.
또 중요한 소비층인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이 친환경 등 개념 있는 생산자를 응원하는 ‘가치소비’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세계 최대 와인 커뮤니티인 비비노의 창업자 하이니 자차리아센(Heini Zachariassen)은 “와인 브랜드가 무알코올 음료 등에 시장 점유율을 잃으면서 젊은 세대에게 다가기기 위해 좀더 혁신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와인업계의 치열한 최전선은 논쟁의 내용을 떠나 와인이 가진 특유의 아우라를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아직도 ‘종가세냐 종량세냐’ 하는 세금 부과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인 우리나라 전통주시장의 최전선과는 비교된다. 규제 대신 혁신을 놓고 아름다운 경쟁이 펼쳐지는 우리 전통주의 최전선을 보고 싶다.
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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